지난주 수요일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로비에 앉아 우는 사람을 봤다. 무슨 일일까. 회사일 때문인가. 어떤 까닭이든 잠시나마 마음 편히 울 수 있게 모른 척 피해 가는 쪽을 택했다.
하루 뒤 목요일엔 정수기 물을 받다가 창가 구석 자리에 등을 돌리고 앉아 연고를 바르는 아주머님을 보았다. 매일 사옥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청소해주시는 양손이 군데군데 붉어져 있었다. 아주머님이 고개를 숙이자 창에 드는 가을볕이 머리 위를 맴돌았다.
주말이 오기 전 지하 탕비실에 내려가 점심을 먹고 동료들과 엘리베이터를 탔다. 건물 관리 일을 하시는 아저씨 한 분이 동승하셨는데 밥을 급하게 먹어서 그런가 금요일이라서 그런가 어쨌든 조금 먹어도 배부른 것 같다는 우리의 대화를 라디오 사연처럼 들으시다가 허허 웃으시는 바람에 우리도 따라 웃게 되었다.
모두가 각자 바쁨에 도취되기 쉬운 서늘한 곳에서 무른 풍경들을 보게 된 지난 한 주. 나 역시 어느 순간 바쁘다는 핑계로 서늘함에 일조하고 있던 건 아닌지 곱씹게 되었다.
돈을 써서 누군가의 시간을 사기도 하고, 시간을 써서 누군가의 돈을 받기도 하는 사람들. 그 교환이 흡족하게 성사될 때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 그 가운데 때때로 자부심이 지나쳐 누군가를 망가뜨리거나 자신을 망가뜨리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긍지와 보람에는 감사함이 뒤따라야 뒤탈이 없다. 어떤 일을 통해 얼마를 벌든 혼자 잘난 인생은 없기에.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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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범
"보이는 데서 우는 사람은 위로해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는 사람이 뒤이어 나타나고.. 과연 우는 자의 선택은..
만물박사 김민지
제가 나오기 전까지 아무도 없는 로비 구석에 계셨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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