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하나 두서없이 진솔하고 솔직하게 나의 이야기를 했었던 세월들이 기억이 나네. 처음 출판사 보라색물결을 창업하고 소설을 적고 그림을 그리고 앞으로 차근차근 착실하게 성실하게 나아갈수 있다는 희망. 그 희망에 문을 내가 세상에 대해서 거칠지만 진솔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말해왔다는 것이 자랑스러웠어. 적어도 윤석열씨가 군사 쿠테타로 모든 것을 허물어 우리가 믿어왔던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해왔던 민주주의와 그나마 남아있는 권력의 삼권분립과 견제의 대한 이야기를 완전하게 박살낼때 까지는 말이야.
생각해보면 참 이상해. 세상이라는 존재는 말이야. 나를 집요하게 괴롭히기도 하고 나를 집요하게 살아가라는 이유를 주기도 하고 나를 또 다시 일어나게 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거라는 희망도 주잖아. 그런 마음을 가지고 누군가의 마음이 된다면이라는 시리즈를 적었고 가장 최근의 작품인 보이콧 마이 셀프라는 뮤지션의 치열한 뒷이야기를 적었어. 그 소설을 적으면서 든 생각은 참으로 너절한 사랑이였구나. 라는 이야기였어. 누군가는 전혀 이해할수도 경멸할수도 있었던 사랑 말이야. 나는 정상가족을 꿈꾸는 대신 동성애자의 삶을 선택했으니까.
내가 죽는다면 세상은 무엇으로 나를 기억할까? 출판사 보라색물결의 작가 송시무스님? 사회운동가 송시무스? 반사회적이고 한낮의 밤처럼 이상을 꿈꿨던 멍청하고 낭자하고 기괴한 삶을 살았던 동성애자 소설가? 말로만 끊임없이 끈질기게 살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역겨운 기생충? 정답은 나도 모르겠어. 아마 내 이름의 석자가 좋은 이름으로는 기억되지는 않겠지.
그동안 메일리에 들어가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였을거야. 겉으로는 잘 살아간다고 이야기해왔지만 정작 속을 들어가보면 모두한테 특히 가까운 사람들한테 민폐나 끼치고 다니면서 소설이나 쓰는 망상증환자였을지도 모르지. 정답은 몰라. 나도 그 정답이라는걸 전혀 알수가 없으니까. 레즈비언분들의 삶을 다룬 출판사 오리집의 사포 잡지처럼 끊임없이 끈질기게 이 악물고 사랑할 용기도 내 자신을 파란색 불꽃으로 불태울 용기도 없어서 갉아먹고 또 갉아먹는 자칭 작가일수도 있겠지. 내 자신이 치열하고 낭자한 삶에서 살아남지 못한 루저겠지.
내가 이렇게 글을 주저리 주저리 적다보니까 헛웃음이 나와. 솔직하게. 아마 내 전 남자친구도 이 글을 봤으면 깔깔 웃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보다 형이였고 꽃을 장식하는걸 좋아했고 사랑도 많았고 정도 많았던 형이였는데. 나는 마지막조차 지켜주지 못했어. 너절한 글을 쓴다는 알량한 자존심 하나로. 계속 현실도피만 한거지. 나는 과연 다시 돌아올수 있을까? 지쳐 쓰러진 기생충같은 나의 영혼은 너절하게 나약해 빠진 나의 인생들은 과연 가치가 있었을까? 집행유예를 받은 너절하고 낭자한 인생에 훔친 피아노를 아름답고 완벽하게 쳐낸 잠깐의 1초도 안 되는 마이크로 단자로 쪼개지는 시간을 위해서 달려온 나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 구질구질한 편지를 본 여러분들은 오랫만에 메일리에 내가 이런 찌질한 이야기나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어떻게 생각할까? 분명 내 꿈은 좋은 어른이 되는거였는데 정작 나는 그게 아니였네. 진심으로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의 마지막에도 있어주지 못한 인생이니까. 치료방법도 없겠지. 그 친구한테만은 용서 받고 싶었는데. 아마 나는 그런 사람으로 기록될수도 있겠지. 내 소설속에 나오는 용감한 주인공들 대신 스스로 비겁하게 목숨조차 끊을수 없는 컨셉 우울증 환자.
내 안에 흑염용이 살아 숨쉰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다녔던 철부지 없는 인간. 그런 인간으로 남을 확률이 매우 높겠지. 그날의 열정과 글에 대한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인간에 삶을 그려냈던 나는 이제 없겠지. 다시 이 컴퓨터로 아이패드로 글을 적을수 있을까? 그건 잘 모르겠네. 사람을 죽이고 마지막으로 회계하는 비겁한 겁쟁이의 찬가일수도 있지. 이 편지가.
그래도 정말 고마웠어. 내 소설을 읽어주고 내 그림을 사랑해주고 내가 외치는 목소리를 사랑해준 모든 사람들이 뭐 가식적이고 구역질 나겠지만 정말 고마웠어. 심지어 나를 떠나간 사람들조차도. 나의 책을 사랑해준 한때의 사람들도. 진심으로 눈물나게 고마웠고 미안해.
마지막으로 내가 다시 돌아올수도 아닐 수도 있어. 만약 다시 돌아온다면 나처럼 겁쟁이에 비겁한 인간은 되지 마. 스스로 목숨도 끊을수 없는 겁쟁이. 그런 인간은 되지마. 사랑과 정성을 담아서.
-보라색물결 송시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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