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예요.

단호함에 관하여

2023.07.04 | 조회 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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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의 생각공방

어린 상담사의 이런 저런 잡생각과 일상

 일을 하다 보면 안 된다고 말하게 되는 일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연차가 쌓여 갈수록 거절에 능숙해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눈치가 보여서,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막내니까, 분위기 따라, 용기가 없어서, 미움받을까 봐 등 다양한 이유로 떠맡고 승낙해왔던 것들을 할 수 없다, 안 된다며 밀어낼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1. 거절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도 그렇습니다. 거절은 껄끄러움을 남겨요.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톱밥 같은 것들이 마음에 끼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상대가 거절할 상황을 만드는 것도 선호하지 않습니다. 웬만하면 부탁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럼에도 많은 부탁을 하지만요. 생각해 보면 거절을 어려워하는 것의 이유는 항상 타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타인의 기분, 타인의 눈치, 타인의 상황. 물론 나의 여유가 허락한다면 괜찮겠지만, 나의 여유를 해하면서까지 타인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도 해요. 좀 의아합니다. 왜일까요? 타인이 나를 좋게 봐줬으면 해서? 너무 뛰어난 공감 능력 때문에? 미움 받기 싫어서?

 2. 저는 특히 불편한 상황에 대한 괴로움을 크게 느끼는 편입니다. 내 거절로 인해 상대가 불편해지는 것, 거절했을 때 그 어색함, 미안함 이런 것들이요. 그런 것들을 안 느낄 수 있게 가능한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저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제가 여유가 없어지더라도요!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순간은,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그 사람을 미워하고 있는 내 모습을 자각했을 때입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는데 말이에요.

 3. 어쩌면 저는 그 사람에게 부채를 주고 싶었을까요? '내가 너한테 이만큼 해주니까 알아줘' 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하고 싶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제는 '나의 마음은 나의 것이고, 상대의 마음은 상대의 것이다.' 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내가 괴로운 것은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고, 상대가 괴로운 것은 상대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거요. 진짜 당연해 보이는 문장을 제대로 인식하고 사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는 '어쩌라고', '내 알바야?', '그건 니 문제지' 하며 내뿜는 분노를 합리화하고 잘 포장해 본답시고 저 문장을 인용하기도 했는데, 전혀 다른 의미라는 걸 어렴풋이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4. 부드러우나 단호하게 '안 됩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꽤 어렵게 느껴집니다. 위계가 분명하거나 가까운 관계일수록 말입니다. 다만 거절이랍시고 본인의 이기심을 한껏 뿜어 대는 사람이나, 정중한 거절을 무례라고 절하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비슷한 악취가 느껴지곤 합니다. 저에게도 그러한 악취가 올라오고 있지는 않은지 합니다.

Q1. 거절하거나 당했던 경험이 있나요? 어떤 장면이 떠오르나요?

Q2. 거절을 할 때 어떤 기분인가요?

Q3. 거절을 당하면 어떤 기분인가요?

Q4. 거절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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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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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디

    1
    about 1 year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7)
  • 효멍

    1
    about 1 year 전

    1. 거절의 경험이 있지만 대안을 주는 경우도 많았어서,, 때론 그 대안을 제공하는것도 신경쓰게 한거 같아서 미안해지는 나란 바보,, (거절했으면 거절이지 1절만 하자 제발 이런 마음) 2. 저도 굉장히 미안해 하는데, 사람 바이 사람인거 같아여 어려운 관계일수록 더 난처합니다 ㅋㅋ 3. 흑 넘행 ㅠ 하지만 ㅇㅋ 그럴 수 있지 보통 이런 태도인거 같아요 4. 때로는 거절을 상대방에 미루는 것도 있는거 같아요, 나는 거절하기 어려워 못하는 편이야 라는 태도로 네가 거절해주길 바래 그게 나는 더 편해 가 자주 있던 것 같습니당, 거절도 해야죠,, 나도 살아야지 (골골,,)

    ㄴ 답글 (1)
  • 정진

    1
    about 1 year 전

    마음에 둔 사람이 짝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거절을 당하기도 전에 거절당한 기분이 들었어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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