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외] 기억과 미래 사이, 군공항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수원 군공항 ‘화옹지구 이전’을 둘러싼 공익과 책임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

2025.07.30 | 조회 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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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슬 화성시의 바람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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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넘어 이해로, 이해를 넘어 공존으로”

수원 군공항의 화옹지구 이전을 둘러싼 논의는 단순한 입지 선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논의의 이면에는 국가가 기억해야 할 역사, 지역이 지켜야 할 삶의 터전, 그리고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공공성의 가치가 함께 놓여 있습니다.

이번 [호외]는 찬성과 반대를 나누기 위한 기사가 아니라, 현재 군공항 주변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겪고 있는 일상적 피해와, 이전 대상지 인근 주민들이 오랜 시간 감내해온 역사적 상처를 함께 조망하며, 공익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지역 간 대립이라는 틀을 넘어서야 합니다. 누구의 고통도 감수해야 할 불편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되며, 공공 정책은 기억과 공감 위에 설 때 비로소 정당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 논의는 갈등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전환점이 되어야 합니다.

이 기사는 마치 가상의 주민 공청회를 열었다는 상상 아래, 서로 다른 입장을 지닌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전하는 자리입니다. 군공항 이전을 통해 더 나은 공공의 삶을 기대하는 이들의 입장과, 공동체와 기억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으며, 공익과 공동체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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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공간 훼손과 역사적 2차 가해

매향리는 단순한 땅이 아니다. 이곳은 과거 미군 사격장으로 인해 수십 년간 극심한 생존권 침해와 국가폭력을 겪은 장소이며, 주민들이 오랜 투쟁 끝에 이를 평화생태공원으로 바꿔낸 ‘기억의 공간’이다. 군공항이라는 국가권력의 상징이 또다시 이곳에 들어선다는 것은 과거의 상처를 무시하고, 고통을 반복하는 2차 가해일뿐이다. 주민들은 하루 평균 11.5시간, 연 250일 이상 훈련으로 인한 폭음 속에서 살아야 했고, 이로 인해 청력 손상과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국가폭력의 상처가 아직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복하려는 시도는 기억의 훼손이자 역사에 대한 책임 회피이다.

피해의 전가와 ‘폭력의 외주화’

이번 이전 계획은 수도권의 불편을 지방에 전가하는 구조적 불의이다. 수원시의 군공항으로 인한 소음과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명분 아래, 화성시 매향리에 고통을 떠넘기는 방식은 ‘폭력의 외주화’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공익은 고통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실현될 수 없다. 오히려 중심이 감당해야 할 책임을 주변부에 떠넘기는 방식은 정의롭지 못한 공공성이며, 이는 도시 간 불평등과 공간적 차별을 심화시킨다.

주민 동의 없는 절차와 공동체 파괴

이전 예정지인 화옹지구는 주민 사전 동의나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정되었다. 실제로 해당 지역 주민의 72.4%가 “절차 진행 전 충분한 정보 제공이 없었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매향리처럼 과거 국가폭력을 경험한 지역일수록 절차적 정당성과 자기결정권이 더욱 중요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더욱이 이 지역은 장기간 거주한 노년층 중심의 공동체로, 이들에게는 금전적 보상보다 함께해온 터전과 이웃이 훨씬 더 큰 삶의 의미를 지닌다. 군공항 이전은 단순한 이주가 아니라 정서적 상실과 공동체 해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회복 불가능한 인간적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삶의 질적 가치와 공동체의 지속성을 고려하지 않은 이전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생태계 훼손과 구조적 부적합성

화옹지구는 서해안의 갯벌과 철새 도래지로 구성된 생태적으로 중요한 공간이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복원된 해안선과 생물 다양성은 지역 주민의 삶과 환경의 일부였으며, 군공항 건설은 이 생태계를 다시 훼손할 수 있다. 항공기 소음, 저공비행, 오염물질은 생물 다양성과 주민 건강에 직‧간접적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1991년부터 2006년까지 간척사업으로 조성된 인공 매립지로, 지반이 약하고 지하수위가 높아 대규모 구조물 설치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농어촌공사도 2017년 타당성 재검토에서 “장기적 침하 우려로 상업·주거용 건축물 유치가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군공항 추진 과정에서도 활주로의 안정성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군공항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반복적인 충격과 하중, 진동이 발생하는 고위험 시설이다. 활주로의 평탄성과 고정성은 항공 안전과 직결되며, 간척지의 구조적 한계는 보강 공사로도 완전히 해결될 수 없다. 생태적 가치와 기술적 제약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화옹지구는 군공항 부지로 적합하지 않다.

도심 소음 피해 해소를 위한 공익적 조치

현재 수원 군공항은 주거지와 매우 가까워 도심 밀집지역에서의 민간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수원 권선구, 고색동, 화서동, 화성 봉담, 오산 일부까지 영향권에 포함되며, 전투기 소음은 100dB를 넘고, 연간 6,000건 이상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면장애, 학습권 침해, 정신적 고통 등의 심각한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특히, 항공기 소음은 저주파가 강해 장기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는 방음 창 설치나 보상금만으로는 개선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따라서 주거지에서 멀고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으로의 이전은 민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익적 조치이다.

주민 참여와 기술 발전을 통한 갈등 최소화

군공항 이전은 철저한 사전 준비와 주민 참여를 통한 소통 구조를 마련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이는 주민 참여형 협의체 구성, 환경영향평가 실시, 충분한 보상과 개발 이익의 공유 등을 통해 실현 가능하다. 또한 군사기지가 들어온다고 해서 과거와 같은 방식의 고통이 반드시 반복된다고 단정하는 것은 비약적이며, 소음 차단 기술이나 비행 경로 조절 등 현대의 다양한 기술을 통해 피해를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군공항 이전은 주민의 권익을 보호하면서도 지역 발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다.

군사 작전 효율성과 국가 안보 확보

수원 군공항 이전에서 또 중요하게 생각해볼 것은 군사 작전의 효율성과 국가 안보의 확보라는 중대한 과제다. 현재 수원 군공항은 도심화가 급속히 진행된 지역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활주로 확장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공역이 민간 항공과 중첩되어 작전 공역 확보에 큰 제약이 따르고 있다. 특히 민가와 가까워 야간 훈련, 대형기 이착륙 등 필수 작전들이 제한을 받고 있으며, 조종사들은 비행 시 사고에 대한 심리적 압박까지 감수해야 한다. 반면, 이전 대상지인 화옹지구는 바다와 인접하고 민가와의 거리도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 군 공역 확보와 확장성 면에서 최적의 입지를 갖추고 있다. 실제로 화옹지구는 활주로 확장이 가능하고, 항공기 이착륙 시 도심 상공을 통과하지 않아 작전상 리스크가 낮다. 군공항은 이착륙만 하는 장소가 아니다. 전시에는 전략 거점으로서 기능하고, 평시에는 즉각 대응 가능한 고도의 작전 플랫폼이다. 따라서 작전 효율성과 보안, 안전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도심형 군기지 체제를 지속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군공항 이전은 국가 안보를 위한 공익 실현의 문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군 복합 공항 모델

군공항 이전은 민간과 군이 협력하는 복합 공항 개발의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외 여러 사례에서 민군 겸용 공항은 지역 경제 활성화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해왔다. 예를 들어, 강원도 양양국제공항과 같은 민군 복합 공항은 항공 물류와 관광산업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지역 일자리 창출과 산업 다각화에 기여했다. 화옹지구 역시 서해안권 해양 물류, 항공 인프라와 연계 가능성이 높으며, 군공항을 스마트 기반시설로 전환할 경우 항공산업과 방위산업의 기술 집적지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진다. 이는 군 시설 확장에서만 끝나지 않고, 민,군 상생 모델을 설계하는 전략적 이전으로 해석돼야 한다.

 

 

지금 이 논의는 누구의 입장이 옳고 그르냐를 가리기 위한 게 아닙니다.

서로 다른 경험과 기억이 충돌하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나은 선택을 위해 함께 듣고, 함께 생각하고, 함께 나아가는 것입니다.  

 

동탄국제고등학교 프로젝트 봉사 활동으로 진행되는 [우리 지역 언론 되살리기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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