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재미는 있는데 누가 제우스 좀 치워봐 😠
그리스 신화, 참 재밌다.
네이버 웹툰에 외국 작가분의 그리스 신화 소재 만화가 연재되기도 하고,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책은 90년대생들의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나 역시 그리스 신화에 빠져들었고, 신화에 관한 온갖 영화와 콘텐츠를 찾아 소비했지만, 마음 한 편은 늘 불편했다.
제우스를 중심으로 남성 신들의 폭력적인 강간, 성희롱이 만연하고,
"잘못을 저지른 여신과 요정들"은 ^여성적^ 아름다움을 잃고 흉측한 뱀과 괴물로 변하는 ^벌^을 받았다.
가장 강력한 여신인 헤라조차, 남편과 엮인 여성들을 벌하기에 바빴고, 그 강력한 힘을 항상 고작 ^질투^ 따위에 소모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럴 때마다 늘 속으로 외쳤지.. "누가 제우스 좀 치워봐"
여신이 그리스 땅을 다스렸던 시대가 있었다? ⚱
그러다 대학 땐 그리스 신화를 좇아 강의를 들으며,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의 그리스 신화 역시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서사라는 것이었다.
원래 지금의 제우스 중심의 신화는 사실 그리스 지방에 가부장적 가족 체계를 가진 새로운 민족이 들어오며 성립되었고,
그 전에는 헤라와 아프로디테 등의 강력한 여신이 지배하는 모계 사회에서, 여신 중심의 신화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신화를 다시 써보자 ✒
- 뱀이 벌이 아닌 힘의 상징이었다면?
- 지금 우리가 아는 그리스 신화는 이방의 신화라면?
여성의 시선에서 그리스 신화를 다시 쓰는 것은,
그렇게 나의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신화를 새로이 기록하며, 뱀이 된 여신들과, 혼인으로 새로운 부족 신의 아내가 된 여신들과, 이름을 잃어버린 여신들을 보았다.
고대 그리스에서 뱀은 본래 흙과 대지의 힘을 나타내는 성스러운 상징이었으나, 가부장제 문화를 가진 새로운 민족이 그리스 땅으로 유입되면서 타락하고 위협적이며 흉측한 괴물로 전락한다.
이제 나는 괴물이 된 여신들의 뒤를 좇는다.
***
우리는 가이아를 시작으로 수많은 여신들을 살필 것이다.
[그리스 신화 다시-쓰기 목차]
- 우리가 시작이었다: 땅과 법의 여신들
- 응징하고 다스리다: 하늘, 바다, 지하세계의 여신들
- 마녀들: 지혜의 여신, 저주의 여신
- 사랑하고 이룬다: 가정과 모성의 신화와 전복 사이
- 뱀이 된 여신들: 괴물, 뱀, 복수
지금부터 우리는 계속해서 가려지고 잊히고 이야기되지 않았던,
누구를 낳고 누구와 결혼했는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만 떠들었던,
우리가 "진짜"를 보지 못했던 여신들의 이야기를 파헤칠 것이다.
너무 어렵지도 너무 길지도 않게.
그럼, 시작해보자.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