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에서 금으로... 살아남아 시장의 주요 축이 된 비트코인

내가 비트코인을 언제부터 알았는데!

2021.03.24 | 조회 1.05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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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두 정거장

두 정거장만에 읽는 사회경제 이슈

야심차게 뉴스레터를 시작한지 바로 며칠만에 엄청난 일폭풍이 몰려왔습니다. 숨쉴틈 없이 일하다보니 어느덧 2주가 지났네요. 물론 일은 끝나지 않았지만...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에 이렇게 뉴스레터를 보냅니다. 기다려주신 독자 여러분께 하트와 큰절을 올리며...시작합니다!!!

 


[사과의 말씀]

내가 비트코인을 언제부터 알았는데!

여러분 주위에도 그런 말 하시는 분이 꽤 있죠? 내가 비트코인이 푼돈일 때부터 알고 있었다며 자기가 그때 샀으면 강남에 빌딩 몇 채는 가지고 있었을 거라고요. 네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입니다. 비트코인 몇 개로 피자를 샀을 적에는 몰랐지만 적어도 비트코인이 삼성전자 주가보다 낮았을 때부터는 알고 있었습니다. 왜 그때 사질 않았냐 하시면... 그건 그냥 돈을 버리는 짓이었습니다. 그때 제게 비트코인은 아무런 가치도 없지만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디지털 파일 조각일 뿐이었습니다.

비트코인은 한 때 17세기 튤립과 비슷한 취급을 받았습니다. 17세기 유럽에서 튤립이 전파되자, 이 아름다운 꽃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튤립에 대한 수요가 몰렸습니다. 그렇게 튤립 가격이 치솟게 되었고 투기꾼들까지 더해지며 튤립 뿌리 하나의 가격은 노동자 몇년 임금치와 맞먹을 정도까지 되었습니다. 아무런 가치가 없지만 투기꾼들의 수요에 의해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은 튤립,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이 튤립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곧 꺼질 거품이라고 여겼죠.

네, 그리고 이제 그 파일조각은 5천만원, 6천만원을 하는 엄청난 물건이 되었습니다. 어느정도 크게 돈을 버는 사람 아니면 1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기도 힘들죠.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제 비트코인은 더이상 투기꾼들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글로벌 투자사들도 비트코인을 자산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인정하며 투자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엄청난 양의 비트코인 보유 소식을 알리며 조만간 테슬라 자동차를 비트코인으로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죠. 이제 연기금 같이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단체들도 비트코인을 헤지(Hedge-자산가격의 변동위험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 목적으로 편입할지도 모릅니다.

이제 비트코인을 튤립이 아닌 금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금과 비트코인의 상관관계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금은 원래 화폐가치가 떨어질 때 그 가치가 귀해집니다. 쉽게 설명하면 이런 겁니다. 금이 100개가 있고 화폐가 시중에 10000원이 있어서 금값이 100원으로 정해졌다고 쳐봅시다. 그런데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서 15000원이 유통되었고 금은 캐내는 갯수가 제한적이라 고작 10개가 늘었습니다. 그러면 금값은 136원으로 36%가 뛰게 됩니다.(물론 다른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건 사실 금값이 오른 게 아닙니다. 화폐의 가치가 떨어져서 생긴 일입니다. 금은 그 수량이 일정하기 때문에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겁니다.

그럼 다시 비트코인을 보실까요? 비트코인이 금처럼 된다는 것은 시중 화폐가치가 떨어질 떄 비트코인이 오른다는 이야깁니다. 과거 투기수단으로써만 존재할적의 비트코인은 금과 상관관계가 낮았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이른바 '대장 코인'으로 꽤나 오랜시간 거래되었죠. 그리고 그렇게 비트코인에 묶인 돈이 무려 1150조가 넘습니다. 삼성전자 시총의 3배나 됩니다. 이정도로 큰 돈이 묶였으면 그렇게 쉽게 하루아침에 먼지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안정성이 생겼다는 이야기지요. 그러다보니 비트코인으로 위험을 헤지하려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비트코인과 금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는 데에는 그런 원인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앞으로의 비트코인은 어떻게 될까요?

저는 사실 비트코인이 오래 버티지 못할 줄 알았습니다. 단순히 비트코인을 '투기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판단한 건 아니었습니다. 비트코인은 사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바로 '돈의 본질'입니다.

돈을 발행하는 것은 국가가 갖고 있는 중요한 권리입니다. 지금처럼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시기에 화폐 발행량을 늘려서 경기를 안정화시키기도 하고요. 또 시장이 과열되었을 때는 돈을 회수해서 물가를 안정시키기도 합니다. 즉 국가는 발권력을 통해 통화정책을 쓸 수 있고 이 통화정책은 한 나라의 경제를 콘트롤하는데 필요한 핵심요소입니다.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 개발했습니다. 그는 비트코인을 설명하는 글에 '탈중앙'이라는 말을 넣습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어느 나라에 구속도 받지 않는 화폐라는 말입니다. 비트코인 같은 것들이 기존 화폐를 대체하게 된다면 정부는 자신이 갖고 있는 발권력을 일정부분 내어주어야 하죠. 비트코인은 정확히 그 점을 노렸고 국가는 그게 달갑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비트코인이 양성화 되는 걸 막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페이스북이 만든 암호화폐 리브라는 어느 정부에서도 환영받지 못해서 추진력을 잃은 상태고요. 또 미 연준은 별도의 디지털 화폐를 발행해 비트코인을 대체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저는 이 싸움에서 비트코인이 질 거라고 봤습니다.

제 생각이 바뀐 것은 최근 비트코인이 헤지수단으로 등극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부터였습니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즈는 코인과 관련한 기사를 냈습니다. 요약하자면 코로나19 국면에서 미국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달러를 많이 풀면서 달러의 가치가 많이 떨어졌고 또 트럼프시대를 거치면서 미국의 권위가 많이 실추되었다. 그래서 전세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던 달러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비트코인의 상승이 그 증거다. 뭐 그런 내용입니다.

사실 글로벌 투자자들은 국적이 없습니다. 위험요소가 발생하면 그걸 상쇄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달러화는 전통적인 안전자산이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시대와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달러화의 '안전성'에 대해 물음표가 생긴 겁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달러화의 불신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중국이 계속 부상하면 달러화가 계속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 만약 중국과 미국의 양극 체제로 세계 질서가 재편되면, 그러면 달러가 지금과 같은 기축통화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 뭐 그런 의문들이 떠오른 거죠. 그런데 여기서 비트코인이 보입니다. 중국과 미국 모두와 관계가 없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제어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충분한 가치도 누적되었습니다. 이런 혼란한 시기에 비트코인은 갑자기 주요한 대안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 빅테크 기업들이 기름을 붓습니다. 자꾸 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이미 비트코인으로 차를 살 수 있다고 공언했죠. 화폐의 지위는 자꾸 불안해집니다.

앞서 소개한 파이낸셜 타임즈 기사 말미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Will the Big Tech consensus prove more powerful than either the Washington consensus or the Beijing consensus? Perhaps. But it’s also possible that sovereign states will move to regulate this existential threat. In the US, Treasury Secretary Janet Yellen has already raised the issue of future cryptocurrency regulation." "빅테크 기업들의 합의가 워싱턴이나 베이징의 그것보다 더 강력해질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발권력을 보유하고 싶은) 국가들도 이를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도 이미 문제를 제기했다"



저는 비트코인이 탈중앙이니 뭐니 하는 말을 했을 때, 그냥 어떤 혁명적인 생각을 가진 천재가 개발한 작품을 가지고 국가의 발권력을 무너뜨리고 싶어하는 민중들이 싸우는 그림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틀렸습니다. 싸움의 주체는 어떤 혁명적인 개인이 아니라 기업이었습니다. 글로벌 투자자와 빅테크 기업이 국가의 발권력에 도전하는 주체가 되었습니다. 이건 아무리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라는 존재도 섣불리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싸움입니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투자는 개인의 판단을 기반으로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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