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왜 나스닥에 갔을까?

쿠팡이 돈을 버는 방식

2021.03.04 | 조회 1.46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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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두 정거장

두 정거장만에 읽는 사회경제 이슈

쿠팡은 원래 말을 몰고다니는 기업입니다.

저렇게 돈을 많이 쓰는데 망하면 어쩌지? 왜 자꾸 물류센터를 짓는데 투자를 하는 거지?

😢

말 많은 쿠팡이 최근 또 하나의 이슈를 터뜨렸습니다. 바로 한국이 아닌 미국 나스닥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겠다는 이야기인데요.

사람들은 추측합니다. 왜 도대체 한국 기업이 미국에 상장을 하냐고요.

어떤 신문은 한국이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라서 그렇다고 이야기합니다.
또 다른 신문은 쿠팡이 원래 미국기업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더 원초적인 시각으로 쿠팡의 나스닥 상장을 보고 있습니다.

 

바로 '돈이 필요해서'입니다.

쿠팡이 만약 한국에 상장을 했다면 어느정도 규모가 되었을까요?

쿠팡과 대적할만한 기업, 이마트의 시가총액은 약 5조원입니다. GS리테일은 2조 8천억원 쯤 됩니다. 쿠팡이 물류에 많이 투자하니 물류회사랑 비교해보자면 CJ 대한통운이 3조 8천억쯤 됩니다. 기업 평가는 제 전문 분야가 아니니 정확히 산출할 수 없지만 쿠팡이 코스닥에 상장했다면 대략 3~5조원 정도의 시가총액을 구성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쿠팡은 누적 투자금액이 4조원이나 되는 회사입니다. 적자폭도 상당합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상장도 어려울뿐더러 상장한다 해도 추가적으로 모을 수 있는 투자금이 제한적입니다. 

그런데 만약 미국에 상장을 한다면 어떨까요? 쿠팡의 상장소식이 알려지자 외신들은 앞다투어 쿠팡의 기업가치를 매겨보았습니다. 블룸버그는 300억달러, 월스트리트는 500억달러 정도로 추산했습니다. 대략 한화로 35조~55조 수준입니다. 한국에 상장했을 때에 비해 열 배나 더 큰 몸집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쿠팡이 나스닥에 상장한 데에는 여러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이유들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제가 '돈'을 지목한 이유가 있습니다. 쿠팡은 여전히 추가 투자금에 목말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쿠팡이 여전히 돈이 필요한 이유는 쿠팡이 돈을 버는 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쿠팡은 작년에만 6천억원 가까운 돈을 물류센터 건립에 쏟았습니다. 작년뿐만이 아니죠. 여태까지 쿠팡이 투자받은 돈 4조원의 상당부분을 물류에 투자했습니다.

그렇다면 궁금한 게 있습니다. 쿠팡은 대체 왜 물류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는 걸까요?

  • 로켓배송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 택배사들에게 주는 돈이 아까워서?

앞서의 대답이 꼭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답은 아닙니다. 쿠팡이 왜 물류에 돈을 쓰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아마존이 어떤 사업모델을 갖고 운영하는 지를 알아야 합니다.


페덱스의 매출은 아마존의 1/5 정도 됩니다. 그런데 아마존 매출의 1/5이 물류에서 발생합니다. 실제로 아마존의 물류 부문이 페덱스만큼 크다는 의미입니다. 아마존은 현재 항공기 50대, 거점 배송 센터 110여곳(미국 기준), 포장 및 물류 센터 40여곳으로 웬만한 대형 물류사 못지 않은 규모입니다. 아마존의 배송 매출은 2010년에 55억달러였지만 2018년에는 617억달러까지 늘었습니다. 

물류는 전통적인 ‘규모의 경제’ 이론에 가장 부합하는 산업입니다. 인프라를 최대한 넓게 깔아 놓고 최대한 많은 물량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게 되면 유닛당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생깁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렇게 인프라를 구축해 놓지 않으면 기존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의미도 됩니다. 아마존은 맨땅에 헤딩하듯 물류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고 결국 페덱스와 비슷한 규모의 물류 인프라를 깔아두었습니다. 대체 왜 그랬을까요? 

아마존 이전의 전자상거래를 한번 떠올려봅시다. 그 전까지 전자상거래 업체는 커머스 사이트에 입점 업체의 물건을 전시해주고 주문을 받고 이 내역을 입점 업체에 전달하는 역할까지만 했습니다. '주문 플랫폼'에 가까웠습니다. 실제 물건을 준비하고 판매자에게 배송하는 것은 모두 전자상거래 업체가 아닌 여기에 입점한 업체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마존은 FBA(Fulfillment By Amazon), 우리가 자주 들었던 소위 '풀필먼트'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무지막지하게 깔아버린 물류 시스템,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거래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빠른 배송과 효율적인 재고 관리, 심지어는 CS까지 대행해줍니다. 

아마존과 쿠팡의 물류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윗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빠른 배송으로 고객들을 집결시키고 그 빠른 배송을 이용하려면 아마존 시스템에 입점해야 하는 점을 노려 입점업체 또한 아마존에 모읍니다. 이렇게 다양한 입점업체가 아마존 프라임을 이용해 빠른 배송을 제공한다는 사실은 다시 고객들이 아마존을 이용해 물건을 구매하게 만듭니다. 이런 순환이 몇번 거치며, 아마존은 온라인 유통업계를 말 그대로 빨아들였습니다.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수료를 올렸지만 업체들은 아마존을 통하지 않고는 물건을 광범위하게 판매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존의 물류와 재고 관리 시스템을 이용하는 업체들은 늘어났습니다. 규모의 경제가 필수인 아마존의 물류 효율성은 계속 높아졌습니다. 아마존은 그렇게 점차 수익을 늘였고 유통 공룡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쿠팡으로 돌아가봅시다.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습니다. 고객들이 다 쿠팡을 이용하기 때문에 입점업체들이 쿠팡을 이용해 판매할 수밖에 없고, 다시 업체들이 쿠팡에서만 물건을 팔기 때문에 고객들이 쿠팡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선순환. 이걸 완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꺼낸 '물류', 자체 구축한 물류 시스템을 바탕으로 고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내놓은 '로켓배송' 서비스. 심지어는 쿠팡 유료 서비스인 '로켓 와우'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OTT 서비스를 도입하는 점 까지, 쿠팡은 정확히 아마존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려고 합니다. 

아마존이 지금의 아마존이 되는 동안 여러 투자자로부터 지속적인 투자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돈을 전부 풀필먼트 구축에 썼습니다. 그런 투자가 없었더라도 아마존이 1등 커머스 회사의 위치를 유지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처럼 '온리 원'의 지위를 구축할 수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쿠팡에겐 돈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몇몇 큰손 투자자들에게 손을 벌릴 타이밍이 지났을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쿠팡의 나스닥 상장은 쿠팡이 투자를 받아 한국에 풀필먼트를 구축하고, 업계의 온리원이 되기 위한 길의 마지막 스텝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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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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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융정고

    0
    over 3 years 전

    여러 소셜 커머스 기업 중에서 국민들에게 가장 임팩트를 남겼던게 쿠팡인데..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지는군여! 좋은 글 감사합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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