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과학기술] 코로나19 백신, 교차접종은 왜 효과적일까

2021.07.13 | 조회 7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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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여우원숭이

매주 월요일, 따끈따끈한 최신 과학기술을 짧고 쉬운 글로 소개합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있어 요즘 가장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는 바로 교차 접종입니다. 주요 국가의 승인을 받은 대부분의 백신은 몇 주 정도 간격을 두고 두 차례 접종받아야 완전한 면역력이 형성되는데, 이때 1차 접종 백신과 2차 접종 백신을 서로 다른 종류로 하는 것이 바로 교차 접종(heterologous prime-boost)이지요. 예컨대 1차 접종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2차 접종으로는 화이자 백신을 맞는 식으로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교차 접종 자체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만, 사람을 대상으로 대규모 실험을 진행한 사례는 아마 최초일 거예요. 기존에는 하나의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 여러 종을 동시에 개발할 이유도 별로 없었고, 성능이 검증된 백신이 있을 때 굳이 임상시험을 추가로 진행하며 교차 접종의 효과를 확인해 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특성상 교차 접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여러 연구진이 하기 시작했지요.

지난 몇 달 동안, 전 세계 연구진들은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을 받은 후 화이자 2차 접종을 받은 사람들의 면역력이 어떻게 발달하는지, 그리고 여기엔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를 조심스레 살펴보았습니다. 결과를 우선 말씀드리자면 교차 접종은 대단히 효과적인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발열감 같은 가벼운 부작용이 조금 심해지는 것 같기는 하지만 치명적인 위험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네요. 조금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merg. Microbes & Infect. 10, 629 (2021), CC BY 4.0
Emerg. Microbes & Infect. 10, 629 (2021), CC BY 4.0

코로나19 백신 교차 접종과 관해 출판된 중요한 초기 문헌 중 하나는 2021년 3월 중국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중국 내에서 접종되고 있는 4종의 백신을 쥐에 투약하며 중화항체 농도와 같은 면역반응을 관찰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바이러스 벡터 백신(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같은 원리입니다)을 접종한 이후 다른 종류의 백신을 접종했더니 면역반응이 크게 개선되는 것이 관찰되었는데, 반대 순서로 접종했더니 별다른 개선이 없었다고 해요.

한편, 2021년 5월 18일에는 스페인 연구진이 663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 이후 화이자 2차 접종을 받은 사람들의 면역 반응을 연구한 자료가 공개되었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도 교차 접종의 효과가 확인되었는데요, 교차 접종을 받은 사람들은 아스트라제네카 2회 접종자들에 비해서 훨씬 뛰어난 면역 반응을 보였던 것은 물론, 화이자만 2회 접종받은 사람과도 비슷한 수준의 중화항체 농도를 보였다고 해요.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은 것은 물론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2021년 6월 25일에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830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진행한 결과, 스페인 연구진의 결론을 거의 똑같이 확인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의 교차 접종을 받은 사람들은 아스트라제네카만 2회 접종받은 사람들에 비해 중화항체 농도가 최대 9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고요, 심지어 T세포 반응은 화이자 2회 접종군보다도 높았습니다.

이상의 세 차례 실험 결과가 모두 일관성 있는 결론을 내놓는 것으로 보아, 이제 우리는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순으로 진행되는 교차 접종이 대단히 좋은 면역반응을 일으킨다고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왜 하필 이 순서로 진행해야 하는 걸까요? 그 단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즉 바이러스 벡터 백신의 특성에 숨어 있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Fphar-11-00937-g004-L.jpg, CC BY 4.0
출처: Wikimedia Commons, Fphar-11-00937-g004-L.jpg, CC BY 4.0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없는 안전한 바이러스에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정보를 담아 인체에 주사하는 방식입니다. 스파이크 단백질을 직접 주사하는 대신 그 설계도를 보고 사람의 세포가 직접 스파이크 단백질을 합성해 본다는 점에서 mRNA 백신과 유사한 점도 있습니다만, 가장 큰 차이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껍질이 바이러스라는 점이지요.

비록 아스트라제네카 등에서 사용하는 아데노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아무 피해도 주지 않는 안전한 바이러스라고는 하지만, 인체 면역계 입장에서는 그걸 알 수 없으니 몸에 들어온 수상한 바이러스는 일단 제압하고 보는 게 현명합니다. 그래서 바이러스 벡터 백신을 주사받은 인체에서는 두 종류의 면역 반응이 일어나지요. 첫 번째는 물론 거기 담겨 있는 유전정보 덕분에 생겨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면역 반응입니다. 두 번째가 바로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아데노바이러스 껍질에 대한 면역 반응이고요.

백신 입장에서는 억울한 노릇입니다. 자기는 유전정보를 전달하기만 하려고 들어왔는데, 면역계에서 싸잡아서 감염원 취급하면서 제압하려고 하니까요. 하지만 바이러스 벡터 타입의 백신에서는 근본적으로 어찌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어떤 학자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유독 mRNA 백신들에 비해 면역반응이 약하게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바이러스 벡터에 대한 면역 반응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2차 접종을 받았을 때 인체에서 본격적으로 면역반응이 강하게 일어나야 하는데 정작 바이러스 벡터를 때려잡는 데 면역반응이 집중되는 바람에 스파이크 단백질을 제압하는 훈련은 잘 되지 않는 거죠.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시험 초기에 1차 접종 용량을 절반만 받은 사람들이 오히려 2차 접종 이후에 면역력이 더 좋았던 경우가 있었는데, 이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접종을 마친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변종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한 3차 부스터 샷도 검토 중인데,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백신은 3차 접종에서는 거의 효과가 없을 거라고 보기도 한다네요. (노바백스 백신이 3차 부스터 후보로 검토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교차접종은 면역 반응이 좋아진다는 점 외에도 또 다른 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백신 수급이 불안정할 때도 2차 접종을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스케줄에 맞추어 들어오지 못하는 바람에 2차 접종이 밀린 경우가 있었지요. 이번 연구에서처럼 서로 다른 백신을 교차접종하는 플랫폼이 충분히 갖추어진다면 특정 백신의 공급이 지연된다 하더라도 국가 단위의 백신 프로그램이 통째로 밀리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백신 교차 접종의 심각한 부작용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습니다만 과학자들은 아직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진행한 임상시험의 규모가 몇백 명 수준으로 그리 크지 않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희귀 혈전증은 대략 170만 명 중 한 명 꼴로 발생하는데, 이만큼이나 드물지만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을 확률을 아직 배제할 수 없는 거죠. 지금까지의 이론과 데이터로는 위험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안전한 접종을 위해서도, 백신의 신뢰도를 위해서도 백신 부작용을 정확하게 모니터링하는 과정은 아주 중요할 테니까요.

*참고 자료:

[1] MIT Technology Review, Why mixing vaccines could help boost immunity

[2] Nature News, Mix-and-match COVID vaccines trigger potent immune response

[3] MIT Technology Review, Mixing and matching different vaccines seems to work

[4] Nature News, Mix-and-match COVID vaccines: the case is growing, but questions re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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