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보시려면 폼 입력하세요" - 이제 그렇게 안한다고?

Ongoing Gated v.s. Ungated Controversy

2023.11.16 | 조회 4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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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회사도 안 다녀보고 B2B 마케팅/세일즈 하게 된 파운더. 남의 고군분투기 읽는 게 재미있을 것 같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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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기웃기웃거리며 B2B 마케팅 동향과 새로운 시도들을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이걸 많은 분들과 나누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오늘 공유드리고 싶은 주제는 "Gated Content v.s. Ungated Content Controversy" - 즉, 자료 받기 전 폼으로 막고 고객 정보 제출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모두를 위해 문 활짝 열어둬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입니다. 

 

"Gated Content"라는 말이 생소하신 분들을 위해:

백서, 소개자료, 리포트, 고객성공사례 같이 고객이 보고싶어하는 콘텐츠를 미끼로 고객의 정보를 제출하게 하는 전략, 많이 보셨죠. 이렇게 폼을 제출해야만 읽어볼 수 있도록 "gate"를 쳐둔 콘텐츠를 Gated content 라고 합니다. 

업무용 이메일, 이름, 회사명 같은 b2b 고객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한 후, 이메일을 통해 지속적으로 너쳐링해서 언젠가는 우리 고객으로 만들겠어! 하는 전략이지요.

이 전략도 어느덧 20년 된, 온라인 b2b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고전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요즘 마케터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Linkedin, Reddit같은 social만 살펴봐도 많은 북미/유럽 등지의 마케터들이 이런 "gated content"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이미 2년 전 부터 hot potato 였던 것 같네요. 출처: Reddit 
이미 2년 전 부터 hot potato 였던 것 같네요. 출처: Reddit 

 

1) 이미 웹상에 콘텐츠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정보를 입력하면서까지 콘텐츠를 보게 하기 쉽지 않음

양질의 정보를 검색 또는 GPT에게만 물어도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 폼까지 제출해가며 콘텐츠를 읽게 하려면 "우리만" 만들 수 있는 독보적인 / 희소한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우리만 갖고 있는 유의미한 데이터가 있어서 그것을 리포트화할 수 있거나, 산업에 대한 독창적인 인사이트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하기란 참 쉽지 않습니다.

Pre-IPO 단계의, well established startup 이라 하더라도 외주 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이런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캐파는 보통 1년에 1-2개가 최대입니다. 

 

2) 개인정보를 제출하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점점 심해지면서 가짜 정보 제출이 늘고 있음 

개인정보를 제출하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점점 심해지고 있고, 애플의 "나의 이메일 가리기" 기능 활용 등 유효한 이메일 주소를 제공하지 않는 잠재고객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실시간 Email verification api를 활용하지 않는 한 잘못된 이메일 주소를 가려내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3) Gated Content는 SEO 관점에서 불리함 

우선 우리가 누군지를 알리려면 콘텐츠를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읽게 하는 게 중요한데, gated content 는 기껏 열심히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었더라도 그 콘텐츠가 SEO 활용되기 쉽지 않아 충분한 traffic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콘텐츠를 만들고 나서 또 많은 공수를 들여 자료를 매력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랜딩페이지, 광고 소재 등을 만들어 Traffic을 확보해야 하죠. 

반면 Ungated Content는 검색엔진최적화 및 소셜미디어 게재 등을 통해 더 많은 traffic을 끌어올 수 있습니다. 

 

 


분명 모두 맞는 말들이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콘텐츠 앞에 걸어둔 폼을 빼자니... 무섭습니다. 일단 리드가 있어야 뭐라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전화번호를 받아야 전화를 하고, 이메일을 받아둬야 시퀀스에 태우고 할 거 아닌가?" 

 

하지만 강경 ungate 파들은 말합니다:

"전화나 이메일? 그런 거 어차피 다 쓸모 없다. 이제 안먹힌다"

 

 

이들의 주장을 좀 더 거시적인 흐름에서 보면, "세일즈팀이 buyer's journey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이미 줄어들었고 / 계속 줄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즈니스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일즈맨은 
마지막에 Docusign 만 보내주면 된다

- 익명의 세일즈 담당자 

 

물론 제가 위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b2b/b2c 상품을 막론하고 고객이 온라인 상에서 프로덕트에 대해 찾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또 온라인 비즈니스가 융성하며 시도됬던 수많은 "salesly"한 마케팅 액션들에 지쳐버린 고객들은 이제 조금만 뭔가 팔려는 냄새를 풍기면 질색하고 떠나가버립니다. 

 

이메일은 안 읽는 게 기본, 전화는 모르는 번호면 절대 받지 않습니다. (심지어, 적당히 관심이 있고 살 마음이 있어도 이럽니다! 자기가 준비되었을 때 자기 페이스대로 알아보고 싶다고 말이죠) 

 

이제 대부분의 온라인 비즈니스의 구매여정에서 고객은 세일즈팀과 대화할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회사에 세일즈맨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과는 다른 말입니다. 적어도 고객 입장에서는, 세일즈맨이 없어도 검토와 구매까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는 구매여정이 가장 좋은 구매여정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런 구매여정을 현실적으로 구축할 수 없는 비즈니스가 많고, 그래서 세일즈맨은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요.) 

 

따라서 많은 비즈니스들은 어차피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봤자 실익이 없다고 보고, 콘텐츠를 보기 전까지의 장벽을 최소화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도록 하는 것, 그래서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면... 이제 폼 다 없애버리면 되는 건가요? 

고객이 스스로 서비스에 대해 이해해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아주 중요해졌고 그래서 Ungated Content 가 전보다 훨씬 중요해졌지만, 여전히 모든 비즈니스에게 Ungate가 정답인 것은 아닙니다.

비즈니스의 성숙도에 따라 Gated Content와 Ungated Content의 비중을 다르게 가져가야 합니다. 비즈니스 발전 단계에 따라 마케팅 액션으로 이뤄내야 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1)  Early stage business: Ungated Content 를 적극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아직 이름을 열심히 알려야 하는, 해당 카테고리에서 소비자들의 top of mind에 들어오지 못한 / 카테고리 자체가 아직 시장에 생소한 경우: Ungated Content 가 더욱 효율적입니다. 

이 단계에 있는 비즈니스는 최대한 세상에 우리의 존재를 널리 알리고, 제품 자체 뿐만 아니라 제품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파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요즘 커뮤니티 마케팅이나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Human connection based approach가 유행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 이런 이메일 마케팅 보다도 social media 상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꾸준히 발행하는 비즈니스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기업 계정이 아니라 founder 및 sales & marketing 팀 전원이 Linkedin에서 적극적으로 인사이트를 나누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름을 기억하게끔 노출을 최대화한다고 합니다 (링크드인의 알고리즘은 기업 계정보다 개인 계정의 게시물을 훨씬 선호한다고 하네요).

social media 상에서 활동하는 것이 이메일 시퀀스를 동작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사람 대 사람으로 다가가는 느낌이기에 1) 고객들과 더욱 가까운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2) "너 빼고 다 쓴다!" 같은 FOMO를 자극하는 데에도 용이할 뿐 아니라 3) 제품을 만드는 팀의 진정성과 전문성을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이라 더욱 각광받고 있다고 하네요.

앞으로의 마케팅이 점점 salesy 한 느낌을 배제하고, 비즈니스 환경에서 서로 도움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관계맺음으로 변화해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흐름을 타고 비즈니스들의 커뮤니티 빌딩을 도와주는 프로덕트들도 많이 나오고 있어요. (예: https://circle.so/

 

2) Later stage business: Gated Content 도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해당 카테고리에 이미 굵직한 경쟁사들이 자리하고 있고, 충분히 established 된 market에서 top of mind에 들어오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경우는 여전히 gated content 를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1) Gate 해도 부끄럽지 않은 양질의 콘텐츠를 업계 리더로서 꾸준히 생산해낼 역량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2) later stage business 일 수록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는 것보다는 더 가치 있는 소수의 고객에게 더 객단가 높은 프로덕트/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있어 gated content 는 반드시 새로운 고객 정보를 수집하는 수단이 될 뿐 아니라 기존 고객 관리 및 업셀링 전략이기도 합니다. 고객들의 새로운 관심사를 콘텐츠에 반영하여 업계 리더로서 인사이트를 끊임없이 전달하고, 프로덕트의 비전을 끊임없이 전달하여 기존 고객들이 떠나지 못하게 합니다. 

 

더불어, 이미 이런 비즈니스의 잠재고객은 서비스의 존재와 주요한 스펙들을 알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계속 mass approach를 하는 것보다 섬세히 개인화해서 이들이 실제 구매 단계로 전화될 수 있도록 multiple email sequence에 태우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social media 활동과 더불어 personalized email campaign 도 진행하는 것이죠.

 

 

초기 비즈니스인데 바로 폼 없애는 건 좀 겁나는데요... 전 어떻게 하죠 

사실 한국에서는 Linkedin 같은 business social network 가 널리 사용되고 있지는 않죠. 따라서 잠재고객에게 1:1로 다가갈 수 있는 채널이 이메일 또는 전화번호 기반 문자/카카오톡 알림톡이 거의 전부라, 정보를 받는 걸 포기하는 게 상당히 어려울 수 있습니다.

 

Ungated 했을 때의 장점도 포기 못하지만, 고객 정보도 수집하고 싶은 여러분을 위해 몇 가지 안을 제안드립니다. 

 

1️⃣ 콘텐츠를 half-gate 한다: 콘텐츠의 앞 부분을 미리보기 형태로 제공하여 모두가 핵심적인 아이디어들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되,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사람들은 정보를 입력하여 나머지 모든 부분을 확인하도록 합니다.

예시) 이 자료는 유독 한 오픈카톡방에 배포했을 때 다른 채널에 뿌렸을 때보다 폼을 입력해 자료를 다운로드받는 사람이 적었습니다.
이에 자료의 앞 부분은 별도의 폼 입력 없이 읽어볼 수 있게 하고, 더 읽고 싶은 사람은 폼을 입력해 그 뒷부분을 이어서 읽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시) 비슷하게는, 이 예시처럼 사람들이 유독 관심가질 부분 (예: 가격 정보, 가장 흥미로운 통계, 요약 등) 만 마스킹한 다음 정보를 제출한 사람에게만 보내주겠다고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2️⃣ 자료를 소개하는 랜딩페이지에서 자료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들을 가감없이 공개하고, 이 자료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매우 자세히 소개한다.

예시) Lattice는 자료집을 내면서 리포트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통계들을 랜딩페이지에서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링크)

이를 통해 1) SEO 에서도 유리해질 뿐 아니라 2) 사람들이 정확히 어떤 내용을 보게될 지 명확한 기대를 갖고 거부감 없이 정보를 입력해 자료를 다운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3️⃣ 웨비나를 최대한 많이 & 잘 활용한다: 웨비나는 비교적 정보 제출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또한 주제와 연사 선정만 잘 이뤄진다면 백서나 리포트에 비해 비교적 적은 공수로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lead gen 방식이기도 한데요. 나아가 웨비나를 한 번 진행하면 웨비나 녹화 영상, 웨비나 강연자료, 웨비나 요약본 등 재가공해서 만들 수 있는 콘텐츠들도 많습니다.따라서 고퀄리티의 백서나 리포트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웨비나를 주요한 lead gen channel로 활용해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다음 주제 스포 

아래와 같은 주제들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 한국에서 세일즈/마케팅 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링크드인 시작해야 하는 이유 

- 블로그에서 당겨오는 트래픽을 SQL로 전환하는 방법 

- 요즘 눈에 띄는 b2b business 들이 시도하고 있는 새로운 마케팅 콘텐츠: cartoon, podcast, game, and more 

 

읽어보고 싶으신 주제가 있으시면 언제든! 건의(?) 해주세요.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가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좋은 주제를 들고 비정기적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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