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것이 왔다. 오지 말라고, 마음 밖에 소금을 뿌리고 있었는데 결국 왔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 병. 이걸 번아웃이라고 부르고 싶진 않다. 번아웃은 모든 걸 쏟아부은 적 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말 같다. 나야 뭐, 이것 조금 저것 조금, 계속했을 뿐이다. 즐겁게 달릴 때도 있었지만 요새는 마감에 끌려 밑창 끄는 소리를 내며 걷는 일이 잦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 병은, 그 밑창 끄는 지익지익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릴 때 징조를 예측할 수 있다. 지금은 신발이 끌고 가는 게 내 몸이 아니게 느껴진다. 진흙에 빠져나가지 못하는 자동차가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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