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벤사남의 벤처월드입니다.
이번 주 뉴스레터는 벤처운용사가 소개자료를 만들때 고려해야할 기본원칙을 기록해 보았어요.
벤처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 새로운 펀드를 모집하면서 신규 LP를 만나야 하거나, 혹은 새로운 운용사를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1 . LP와 연결되는 방법
LP (Limited Partner, 출자기관) - GP (General Partner, 운용사)는 단어 자체에서부터 파트너십 관계를 전제로 한다. 즉, 한번 펀드에 출자를 하고 나면 미우나 고우나 10년 동안 경제공동체로 묶이게 된다.
LP 입장에서 펀드에 출자하는 과정, 혹은 GP 입장에서 투자자를 유치하는 과정은, 연애에서 시작해서 결혼까지 이르는 것과 매우 유사하게 전개된다.
단기간에 결혼 배우자를 찾고 싶다면 ‘듀오’같은 중개업체를 통해서 소개받을 수도 있고, 연애 기간을 거친 후 결혼을 생각한다면 지인의 소개로 만나는 것이 일반적이고 자연스럽다.
LP가 GP를 소개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중개업체'는 placement agent이고, ‘지인'은 다른 출자기관이나 운용사에 있는 친구들의 추천이다.
가끔은 LinkedIn이나 콜드 메일로 연락해서 Zoom이나 미팅이 이루어질 때도 있지만, 잘 될 가능성은 앞의 두 경우(중개업체, 지인소개)에 비해 낮을 수 밖에 없다.
2 . 첫 인상 - 5분 이내
지인을 통해서 따뜻한 소개(warm intro)가 이루어 졌다면, 운용사는 이메일로 소개자료를 LP에게 보낼 것이다.
하지만 이메일을 받았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즉시 자료를 열어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LP들도 바쁜 사람들이고, 하고 있던 일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LP들은 Zoom이나 미팅에 참석 10분 전에 ‘발신자'로 이메일을 검색해서 intro deck 자료를 다운로드 받은 다음, 그제서야 자료를 쓱 한번 훑어본다. (이건 내 경험)
따라서, 소개자료를 만들 때 첫 번째 원칙은 5분 안에 술술 넘어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간결한 내용으로 한 두가지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LP의 머릿속에 남기는 게 중요하다.
3 . LP가 GP를 평가하는 다섯가지 기준
기관화되어 있는 모든 LP들은 GP를 선정할 때 다음과 같은 5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1 ) 성과 - MOIC, DPI
2 ) 전략 - 섹터, 기업성장 단계, 투자대상 지역
3 ) 인력 - 핵심운용인력, 팀워크 (협업 기간), 승계 구도
4 ) 협업가능성 - 공동투자기회, 산업정보제공
5 ) 펀드규모 - 최근 5년 간 펀드규모 증가폭
이 중 5)번 펀드규모는, 그 동안 LP들이 불편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요소였다. 펀드레이징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펀드규모에 대한 원칙을 지켜온 운용사들이 각광받고 있다.
새로운 펀드를 모집하는 운용사라면, ‘적정 펀드규모’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예) 포트폴리오 구성 방안
4 . LP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
첫 미팅 전에 보내는 intro deck은 어느 정도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운용사 소개자료가 50장이 넘는다면, 처음 5장까지 읽은 후 파일을 닫아버릴 것이다.
따라서 Intro deck을 끝까지 읽게 만들고 싶다면 최대 20장을 넘지 않아야 한다. 본문은 10-15장으로 구성하고, 백업 데이터, 케이스 스터디와 같은 자잘한 내용들은 Appendix로 몰아넣는 것이 좋다.
Intro deck을 열어본 후 LP가 가질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반응은 다음과 같다.
항목 | 바람직한 반응 | Intro deck 내용 |
성과 | ‘성과가 좋았네?’ | ‘성과'를 대표하는 단 하나의 숫자 (예) 누적 MOIC 3.5x |
전략 | ‘이 운용사는 ㅇㅇ 분야를 잘하는구나' | (예) 1) growth stage, 2) 소비재 섹터 전문 운용사로서, 3)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운용사 |
인력 | ‘deep bench 팀이다' | 투자팀, 벤처파트너, 어드바이저 등 조직구성 슬라이드 |
다른 모든 슬라이드는 간결함이 미덕이지만, '인력'에 대한 슬라이드는 반대다. 운용 관련 인력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위 3가지 내용에 대한 답은 intro deck 처음 5페이지 안에 나와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써 두기 보다는, LP가 GP에게 물어봐 주면 좋을만한 질문 한 두가지를 이스터 에그처럼 심어두면 좋다.
예1) Roblox에 어떻게 이렇게 계속 더블다운을 할 수 있었지?
예2) 이 회사는 조만간 후속투자 라운드가 나올 것 같은데, 소개받아서 공동투자로 검토해보면 좋겠는데?
5 . intro deck의 목적은 '두 번째 미팅'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소개팅에서 첫 번째 만남이 앞으로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단 한번의 기회인 것처럼, LP-GP의 첫 번째 미팅도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
지인 소개로 첫 번째 미팅이 가능했다면, intro deck은 두 번째 만남이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미팅 전/후로 LP에게 아래와 같은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항목 | 키워드 | LP에게 기대하는 반응 | Goal |
미팅 전 | 호기심 | LP가 운용사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다 | 첫 번째 미팅 |
미팅 중 | 질문 | LP가 미팅에서 중요한 '질문'을 하게 만든다 | 심도있는 Q&A 진행 |
미팅 후 | 신뢰 | LP가 운용사에 대한 '신뢰감'을 갖는다 | 두 번째 미팅으로 연결 |
위 표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두 번째 미팅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LP입장에서 두 번째 미팅을 한다는 것은 “수준있는 운용사이고, 대화도 잘 통하고, 신뢰할만한 사람들인것 같으니, 앞으로 펀드출자를 진지하게 한번 검토해봐야겠다”는 것과 동의어이다.
지난 2년 동안 200개 이상의 ‘실리콘밸리에서 잘 나가는’ 운용사와 미팅을 했지만, 두 번째 미팅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10%가 채 되지 않았다.
6 . 꿀팁 세 가지
1 ) do not mislead - 소개자료 이렇게 만들면 망한다
오도하는 내용은 쓰지말자.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숫자를 쓰면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예) 모처운용사는 첫 페이지에 1) 누적투자금액 $5B, 2) MOIC 4.0x라는 수치를 추가 설명없이 기재했다. 사실 MOIC 4.0x는 회수완료 투자건에 대한 수치였다. 두 번째 미팅에서 이게 회수완료건에 대한 숫자라는 걸 알게된 후, 나는 두 번 다시 그 운용사와 연락하지 않는다
2 ) 첫 번째 미팅 직전 넛지
내가 GP라면 미팅시작 20분 전에 소개자료를 reminder 이메일로 한 번 더 보내서 열어볼 수 있게 넛지를 할 것이다. 자신있는 내용은 3페이지 내에 성과를 기록한다.
3 ) 첫 번째 미팅 후 follow-up
미팅이 잘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LP가 GP에게 먼저 연락하는 경우는 전혀 없을 것이다.
미팅 후에 곧장 땡큐 메일을 보내기 보다는, 일주일 정도 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이메일로 follow-up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메일로 좀 더 긴 버전의 full deck을 보내고, 데이터룸이 있다면 데이터룸 access를 보내주면서 follow-up 미팅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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