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딜 정리분석 (feat. 산업은행)

어차피 재벌들 일이지만, 재벌과 연예인 걱정이 제일 재밌잖아요?

2020.12.03 | 조회 5.96K |
3
|

주간 이승환

언제 폐간될지 모르는 뉴스 큐레이션

왜 중요한 이슈인가?

- 산업은행이라 쓰고 정부라 읽는 곳에서 노골적으로 재벌의 편을 드는 모양새입니다

- 주주자본주의와 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무리한 합병이 일어난 일입니다

- 개개인에게는 항공권 가격이 오를 수 있고 마일리지가 걱정됩니다

 

1. 산업은행은 뭐하는 놈들인가요?

- 망해가는 엄청 큰 회사에 돈을 넣는 역할을 합니다

KDB산업은행은 망한 회사에 돈(혈세)을 부어넣는 일을 합니다. 처음에는 빌려주다가, 망할 때 되면 정리를 하죠. 이번 아시아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에는 현대산업개발 등이 평가가치 1.8조보다 7천억 더 얹어서 2.5조에 사겠다 딜을 합니다. 그러다가 재무제표를 의심하며 빤스런했죠. 망한 회사에 코로나도 겹쳤으니 당연한 선택입니다.

망한 회사에 출동하는 산업은행
망한 회사에 출동하는 산업은행

 

2. 산업은행은 망해가는 기업을 어떻게 살리나요?

- 직접 돈을 넣거나, 망해가는 기업을 인수할 기업이 돈을 넣거나 합니다

: 보통 산업은행은 망해가는 기업을 두 가지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① 잘 하라고 으름장 놓고 ② 빌려준 돈 대신 주식을 가져가 주주가 되고 ③ 대주주 감자 등 페널티도 좀 주고 ④ 돈 버는 부문은 후다닥 팔고, 적자 부문은 구조조정해서 멀쩡하게 보이게 한 후 팝니다.

또 한 가지 방식은 ‘그냥 산다는 놈에게 파는’ 전략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게 팔았던 방식이지요. 문제는 그 인수 자금이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에서 나온다는 거죠. 다르게 읽으면, 산업은행(에 투입된 세금)과 대한항공(의 주식을 산 주주들 주머니)에서 나오는 겁니다. (링크)

너희의 인수에 왜 기존 주주가 ㅠㅠ
너희의 인수에 왜 기존 주주가 ㅠㅠ

특히 현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체제에서는 후자 쪽 빅딜이 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될 놈에게 몰아주는 방식이죠. 현대중공업그룹은 두산중공업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를 껴안는 식입니다. 이를 통해 내수 출혈 경쟁을 막고, 글로벌 경쟁하라는 거죠. 재벌 몰아주기 비판에도 이런 방식을 고수함은, 이동걸 회장의 철학이란 이야기도 있습니다. (링크)

 

3. 그런데 왜 이리 시끄럽게 진행되나요?

- 조원태(둘째, 193CM?!, 한진그룹 회장) VS 조현아(맏딸, 땅콩, 180CM?!) 위시의 3자 연합 경영권 충돌 상태입니다

이런 이상한 상황 뒤에는 막장극이 있습니다. 재벌은 지주사의 대주주가 되어, 산하 기업들을 경영하곤 합니다. 그런데 대한항공의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의 대주주는 조원태가 아닙니다. (사모펀드 KCGI + 반도그룹 + 땅콩회항 조현아) 3자 연합이지요. 45.23%입니다. 반면 조원태 편은 41.78%입니다.

이거 누끼 따느라 힘들어쪄 ㅠㅠ
이거 누끼 따느라 힘들어쪄 ㅠㅠ

쫓겨날 줄 알았던 조원태… 그때 대반전이 일어납니다. 3자연합 중 반도그룹이 공시 위반을 이유로 의결권 행사에 제약을 받습니다. 그리고 2.9% 국민연금은 조원태 편을 들지요. 그렇게 조원태는 3자연합을 꺾고, 지주사인 한진칼 이사회를 자기 편으로 구성합니다.

이사회가 왜 중요하냐? 여전히 지분율은 3자연합이(KCGC+반도+땅콩조현아) 높지만, 이사회 의결권은 조원태 측에 있습니다. 이 틈을 타, 조원태는 한진칼이 산업은행에서 인수대금을 받는 형태로, 아시아나 인수를 성사시킵니다. (산업은행+ 조원태) 47.99% VS 3자연합 40.41%로 조원태가 경영권을 공고히 해버린 거죠. 대놓고 산업은행이 배임 도우미 같은데… (링크)

 

4. 산업은행은 왜 까이고 있나요?

- 곧 쫓겨날 운명이었던 조원태의 경영권을 보장해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 어느 쪽이든 정경유착 썰을 피할 수 없습니다. 산업은행 자금(국민의 세금)으로 조원태(재벌)의 경영권을 보장해준 셈이니까요. 더군다나 이는 상법상 기존 주주 우선조항에 위배됩니다. 원래대로라면 조원태가 이사회를 장악했다고는 해도, 최대주주인 3자연합에 증자를 해도 괜찮을지 의견을 구해야 합니다. (3자배정 방식 시: 이번은, 산업은행이 돈을 꽂고 그들에게 지분을 주는 경우)

여기에 예외조항이 있긴 합니다. 긴급한 자금이 필요할 때입니다. 허나, 보통 단기부채를 막아야 할 때나 적용되지, 다른 회사(아시아나)를 인수하는 자금이 필요할 때는 아닙니다. 게다가, KCGI 측은 이미 올해 5월과 8월에, 돈 모자라면 자기들이 유상증자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3자증자(산업은행)의 불가피성이 무력화됐기에, 조원태는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기 힘든 상태입니다.

KCGI 강성부 회장
KCGI 강성부 회장

항공사 난을 일찍 겪은, 해외의 경우는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보통 정부가 책임지고 국유화한 후, 정상화시키고 다시 민간에 매각합니다. 한국은 ‘산업은행’을 끼우죠. 정부는 산업은행 일이지, 자기 책임이 아니라 발뺌하는 겁니다. 반대로 신세지는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눈치 보며 고용유지를 해야 하죠. 규모가 커져도 효율화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러면서, 채권단을 위시한 산업은행은 은근슬쩍 재벌 편을 듭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균등감자’ 결정 또한 그랬죠. 박삼구의 경영 실패, 산업은행의 매각 실패를 고려하면, 박삼구가 독박 쓰는 방식으로, 그의 주식을 강제적으로 감자시켰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사회에서는, 모든 주주의 주식가치가 똑같이 까이는 균등감자를 택했습니다. 그 피해는 일반 주주에게 가게 됐죠.

(본 항목은 매일 비싼 술을 마시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비판하며 이름을 알린 이한상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 링크)

 

5. 이거 독점 아닌가요?

: 소비자후생이 떨어질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대한항공은 진에어를, 아시아나항공은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형항공사 뿐 아니라 저비용항공사마저, 다 해먹는 거죠. 한국은 유럽처럼 항공자유화협정이 많이 진행되지 않았기에, 이 우려는 무시할 것이 아닙니다. 실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경쟁하는 노선은, 그렇지 않은 노선보다 훨 저렴합니다. 예로 비행기 5분 거리인 뉴욕(경쟁)은 120만원, 워싱턴(비경쟁)은 210만원이죠. (링크)

덕택에 배민이 재등장했습니다. 가뜩이나 쿠팡이츠 때문에 짜증나 죽겠는데, 요기요 떼어내면 합병 허락해주겠다는 공정위의 답변을 얻었죠. 반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은 산업은행이 먼저 나서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네티즌들은 “배민은 지맘대로 합병한 거고, 한진은 윤허 하에 합병했다”, “산은이 먼저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결국 5조에 팔았다...
결국 5조에 팔았다...

 

6. 합병되면 상법 위반 아닌가요?

: 주주권을 무시한 딜이니 원칙적으로 위법이지만, 재판부는 합병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KCGI는 산업은행의 딜을 무효로 해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4번 항목에서 알 수 있듯, 이미 KCGI는 직접 자본을 넣을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 경우 여전히 조현아를 비롯한 3자연합이 최대 주주를 차지하게 되고, 향후 이사회를 구성해 대한항공을 경영하게 됩니다. 반면 산업은행이 돈을 넣을 경우 조원태가 최대주주로 계속 1인 체제 경영이 가능해집니다.

그런데 시발, 합병이 확정됐습니다. 재판부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통합항공사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뤄진 것일 뿐, ‘한진칼 현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를 위해 이뤄진 게 아니라 했습니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논리는 부실합니다. 기존 대주주와 상법을 무시한 처사죠. (링크)

박창진: 시발, 내가 국회의원이 됐어야 하는데…
박창진: 시발, 내가 국회의원이 됐어야 하는데…

 

7. 정부에서는 부담 느끼지 않나요?

: 적폐청산 외치는데 재벌 편을 드니, 당연히 부담되겠지요

이번 합병에 관한 정부의 부담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항공사 규모와 국민에 미치는 영향력은 두산인프라코어와 대우조선해양에 비할 바 아닙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 시절, 한진해운 파산의 두려움도 안고 있습니다. 이번 합병안도, 한진해운 말아먹었으니 한진그룹 도와준다는 썰이 돌고 있지요.

그보다 더 문제는, 이 정부의 정체성인 적폐청산입니다. 이미 대법은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에서 ‘삼성 경영권 승계 청탁’을 인정했습니다. 물론 삼성과 한진의 차이는 크지만, 정경유착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요.

재드래곤도 대통령 앞에선 이렇게 굽신굽신…
재드래곤도 대통령 앞에선 이렇게 굽신굽신…

 

8. 그 부담이 있는데, 왜 이런 억지 딜이 나오는 건가요?

: 항공업 업황이 안 좋고, 대한항공도 망해가고 있으니, 합병해서 경쟁력 가지란 거죠

코로나가 오기 전부터, 항공업은 전세계적으로 돈이 안 되는 과잉경쟁 상태였지요. 이미 전세계적으로 항공사 통폐합이 진행 중입니다. 대형항공사가 2개인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손에 꼽습니다. 일본이 2개인데, 일본의 GDP는 한국의 3배 정도입니다. 한국보다 GDP가 높은 유럽 선진국도 보통 1개이거나, 아예 에어프랑스-KLM네덜란드항공처럼, 국경을 넘어 대형항공사끼리 합병까지 합니다.

아시아나가 나름 잘 회생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시아나는 코로나 와중에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구조조정을 통해 이미 정상화에 성공했다는 시각인데, 부채비율이 2400%를 넘기에 이런들 저런들 노답이라는 시각이 주류죠. 게다가, 부채비율은 대한항공도 737%로 별로 할 말은 없습니다. (링크)

즉, 산업은행 입장에서의 시각은 이렇습니다. 1)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양쪽 모두에 돈을 넣어봐야 둘 다 망한다 2) 그러면 대한항공에 돈을 넣고, 이 돈으로 아시아나를 인수하게 하면 경쟁력이 생기겠군. 상법을 어기는 부담도 있지만, 항공사가 망하는 부담만큼 크지는 않습니다. 일단 편법으로 망할 리스크를 낮추는 거죠.

 

9. 산업은행은 왜 이리 배짱 튕길까요?

- 산업은행이 돈 넣어주지 않으면 대한항공도 망할 수 있기에, 3자연합이 개기기도 힘듭니다

: 합병한다고 해서 딱히 문제가 싹 해결된 것도 아닙니다. 금호와 아시아나를 망친 박삼구는 이제 물러났지만, 대한항공 일가의 경영능력도 우수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여기에 가족경영이 온갖 문제를 낳았음에도 다시금 조원태에게 경영권을 줬으니까요. 물론 반대편이 조현아인 게 함정입니다만, 경영에서는 손을 떼겠다 선언했죠.

둘 중에 하나만 골라… Death or Death
둘 중에 하나만 골라… Death or Death

주주권 이슈가 있지만, 산업은행은 이미 완전한 갑입니다. 대한항공은 최근 정부의 기간사업안전자금 1조를 지원받았습니다. 이가 없이는 그냥 망할 상황이었죠. 산업은행에서 돈을 안 넣겠다고 하면 대한항공은 존망의 위험에 빠집니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어차피 망할 거 주주권이 중요해?’라고 배짱 튕길 수 있지요.

내버려두면 빚이 계속 쌓이고, 주주가 아닌 채권자 마음대로의 회사가 됩니다. 여기까지 가면 채권단을 이끄는 산업은행은 대주주건 뭐건 정말 마음대로 할 수 있지요. KCGI든 조원태든 사재출연 시키고 감자에 주주권 박탈까지 막 나갈 수 있습니다. 결국 대주주인 3자연합도 산업은행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보면 조원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10. 산업은행 이래도 됩니까?

- 항상 그래왔습니다(…)

: 지금은 양반이고, IMF 외환위기 때는 빅 딜이 넘쳤습니다. 말이 딜이지, 정부가 주도하여 자동차는 현대, 반도체는 삼성, 석유화학은 LG로 몰아주는 등, 혼란의 시기를 겪었습니다. 이렇듯 산업은행은 ‘망해가는 기업’을 구조조정해왔기에, 주주권 같은 건 원래 그다지 신경쓰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검찰로 대주주 털고 겁박까지 했다는 썰이 있는 걸요

산업은행을 놀라게 하면 X되는 거야...
산업은행을 놀라게 하면 X되는 거야...

다음으로 독점 이슈인데, 따지고 보면 한국은 원래 독과점 천국입니다. 자동차만 해도 현기차 원맨쇼고, 가전은 삼성과 LG, 건설기계는 두산과 현대죠. M&A를 통해 시장 파이를 넓히며 규모의 경제를 꾀하는 것은 전세계적 흐름입니다. 그러면 배민은 왜? 외국 회사가 독점하려니 기분이 좀 나쁜가 보죠. 뭐 하필 남은 경쟁회사인 쿠팡이츠도 한국 회사가 아니긴 하다만…

아무튼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1) 돈 적게 넣고 2) 회사 안 망하고, 이 두 가지를 1) 주주권 보호하고 2) 소비자 후생 증대, 보다 높게 본 것이죠. 두 회사 다 망할 것 같으니까, 법이나 권리는 좀 뒤로 미룬 겁니다. 다, 이런 어른들의 사정 아니겠습니까. 껄껄...

 

기타 주인장이 하고싶은 말

1. 긴 글을 끝까지 본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주간 이승환 구독 페이지는 여기입니다. 주변에 추천하고 싶으시면 이 링크를 던져주세요.

메일리: https://bit.ly/33CC25s

2. 지난 뉴스레터를 보고 싶은 분은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이번 호와 마찬가지로 인생에 별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https://bit.ly/33Rhre7

3. 이메일 이름과 필자명 계속 모집합니다...

행운의 편지, 영국에서 시작된 편지, 주간소식(ㅈㄱㅅㅅ), 주간편지, 언더커버, 추린뉴스, 추려쓰, 타인의 뉴스, 이승환의 소식과 유머(소머즈), 사이다, 소셜뱅크, 사이끌, 방구석이모저모, 뉴스라떼, 뉴스Q, 아못다(아무나못본다), 이승환의 스팸메일, 국밥레터, 배달의 ㅍㅍㅅㅅ, 뉴스정키, 까지 공모됐습니다. 의견 부탁 드립니다.

4. 광고 좀 주십시오. 주변에 광고와 홍보가 필요한 기업 연결해 주시면 무릎 꿇고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5. 마지막으로 전반적으로 이번 편지에 관한 의견을 답신으로 남겨주세요.

 

의견을 주시면 더욱 좋은 뉴스레터가 될지도 모릅니다. 바빠서 언제 반영될지는 모릅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주간 이승환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3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이태호

    0
    over 3 years 전

    좋은 글 감사합니다

    ㄴ 답글
  • 장한별

    0
    over 3 years 전

    리수령님 잘 읽었습니다~!

    ㄴ 답글
  • 박선영

    0
    over 3 years 전

    재밌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답글

© 2024 주간 이승환

언제 폐간될지 모르는 뉴스 큐레이션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070-8027-2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