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반드시 사랑에 빠지는 마법 같은 질문이 있다면 믿을 수 있으신가요?
아마 연애 프로그램을 많이 보시는 분이라면 이미 소재로 많이 언급되어 익숙하실 수도 있는데요,
바로 사랑에 빠지는 36가지 질문이에요.
근거가 있는 이야기야?
정말 이 36가지 질문에 서로 함께 대답하면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요? 이건 어디서 나온 이야기일까요?
이걸 처음 접한 분들은 ‘그래서 그 질문이 뭔지 알려줘!’라고 외치실 수 있겠지만, 그 전에 이 질문이 어디서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소개해 보려고 해요. 놀랍게도 이 사랑의 질문지는 논문에서 시작하거든요.
논문이라 지루할 거 같다고요? 걱정 마세요, 흥미로운 점만 제가 쏙쏙 뽑아왔거든요!
사실은 사랑에 대한 논문이 아니에요
사랑에 빠지는 36가지 질문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논문의 제목은 대인관계 친밀성 실험: 절차와 예비적 연구 결과 (The Experimental Generation of Interpersonal Closeness: A Procedure and Some Preliminary Findings) 이랍니다. 누가 봐도 학술적인 이 논문이 어쩌다 사랑과 관련이 생겼을까요?
2015년에 The New York Times에 *사랑에 빠지고 싶다면 이렇게 해보세요(To Fall in Love With Anyone, Do This)* 라는 제목의 에세이가 올라왔어요. Mandy Len Catron이 쓴 글인데요, 저자는 저 36가지 질문을 주고 받은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해요. 이를 계기로 TED 강연까지 하게 되죠. Mandy 이 질문이 위의 논문에서 소개되었다고 소개했고, 너무 흥미롭다고 생각해서 저도 논문을 읽어보게 되었어요.
어떻게 친밀감 형성을 실험한 걸까요?
이 논문은 두 사람 간의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한 실험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실험의 비교군과 형평성을 위한 설명은 생략하고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 사전 질문을 통해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이나 질문에 대해 지나치게 본인과 반대되지 않은 사람 두 명을 매치
- 매치된 두 사람은 만나서 주어진 질문지를 각자 순서대로 대답
- 이 때 한 그룹은 이 대화의 목적이 ‘친밀감 형성’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다른 그룹에는 알려주지 않는다
- 대화가 끝난 후 친밀감이 형성된 거 같은지를 피험자는 본인의 평소 인간관계를 기준으로 척도를 판단하여 제출
결과는 어땠을까요? 저자는 yes and no라는 대답을 해요. 단순한 스몰 토크에 비교해서는 친밀감이 상승하는 것은 맞지만, 정말 깊은 관계에서 생겨나는 신뢰, 의지, 책임과 같은 감정은 생겨나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거든요.
여기까지 읽고 나니 기대했는데 결국 사랑에 빠지는 쉬운 방법은 없는 거구나, 하고 실망하신 분들도 있으실 거 같아요. 그렇지만 이 실험이 시사하는 굉장히 중요한 점이 있어요. 사람이 친밀감을 느끼기 위한 공통적인 조건이 있다는 거죠.
- 대화에서 점진적으로 개인적이고 깊은 속야기를 서로 주고받기
- 가치관에서 의견 불일치가 적어야 함
- 서로 좋아하게 될 수 있다는 기대감
- 친밀감을 대화의 목적으로 명확하게 가져가기
많은 사람들이 흔히 자만추, 자연스러운 만남만이 이상적이고 진실한 사랑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저도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해 주는 것만으로도 친밀감이 더 쉽게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운 거 같아요.
여기도 빠지지 않아요, MBTI
나는 내향적이라서 소개팅이 너무 어려워!
이렇게 생각하는 분 혹시 있으신가요? 이 논문은 무려 1997년에 쓰인 글인데 MBTI 이야기가 나와요. 사실 놀라운 건 전혀 아닌 것이 MBTI는 1985년에 소개된 개념이거든요.
이 실험에서 짝을 지어줄 때, 내향성과 외향성을 기준으로 나눈 그룹의 비교가 저는 꽤 흥미로웠어요. 이 실험에서는 대화의 목적이 ‘친밀감 형성’이라는 걸 알려준 그룹과 알려주지 않은 그룹이 있다고 했었죠? 외향적인 두 사람은 이 목적을 알건 모르건 비슷한 친밀감이 형성되었다고 해요. 그러나 내향적인 두 사람의 경우, 목적을 친밀감 형성으로 인지하고 있을 때 훨씬 더 많이 친밀감을 형성했다고 해요. 내향적인 사람들은 명확한 목적을 알고 있다면 외향적인 사람들만큼이나 친밀감을 쌓을 수 있다는 거죠.
친밀감을 형성하는 36가지 질문
무조건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질문을 서로 주고 받았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그런 여러분을 위해 논문에서 소개하는 36가지 질문을 보여드릴게요.
- 이 세상에서 아무나 한 명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구와 저녁 식사를 하실 건가요?
- 유명해지고 싶나요? 어떤 방식으로?
- 전화를 걸기 전에, 말할 내용을 연습해 본 적이 있나요? 이유는?
- 당신의 "완벽한" 날은 어떤 날인가요?
- 언제 마지막으로 혼자, 아니면 다른 사람을 위해 노래를 불렀나요?
- 만약 90세까지 살 수 있고 30세의 정신과 육체를 그 후 60년 동안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실 건가요?
- 어떻게 죽게 될지에 대한 나만의 예감이나 생각이 있나요?
- 대화 상대와의 공통점을 세 가지를 말해 주세요.
- 인생에서 가장 감사하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요?
- 당신이 자란 방식에 대해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나요?
- 4분 정도 시간을 갖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최대한 자세히 들려주세요.
- 만약 내일 아침에 한가지 특성이나 능력을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을 얻고 싶나요?
- 만약 크리스탈 볼이 당신 자신, 당신의 삶, 미래 또는 다른 무엇에 대한 진실을 말해줄 수 있다면, 무엇을 알고 싶나요?
-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일이 있나요? 왜 안 해보셨나요?
-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성취는 무엇인가요?
- 당신은 우정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 당신의 가장 소중한 기억은 무엇인가요?
- 당신의 가장 끔찍한 기억은 무엇인가요?
- 만약 일 년 안에 갑자기 죽을 것을 알게 된다면, 지금 살고 있는 방식에 대해 무언가 바꿀 건가요? 왜요?
- 당신에게 우정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 당신의 인생에서 사랑과 애정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 상대방과 서로에게 느끼는 장점 5가지를 공유해주세요.
- 여러분의 가족은 얼마나 가깝고 따뜻한가요? 당신의 어린 시절은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보다 행복했다고 느끼나요?
-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각자 "우리"라는 말을 포함하는 표현을 3가지 만들어 보세요. 예를 들어, "우리 둘 다 이 방에 있다..." 같은 거요.
- 다음 문장을 완성해 주세요: 'OOO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
- 상대방과 친한 친구가 된다면 그 사람이 알아야 할 중요한 사항을 공유해 주세요.
- 상대방이 좋은 이유를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초면이라는 걸 잊고 정말 솔직한 말을 해주세요.
- 인생에서 당혹스러운 순간을 알려주세요.
- 언제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 앞에서, 혹은 혼자서 울었나요?
- 상대방의 어떤 점이 이미 마음에 들었는지 알려주세요.
- 절대 농담하거나 장난스럽게 얘기할 수 없는 진지하거나 심각한 주제가 있나요?
- 만약 그 누구와도 대화할 기회가 없는 상태에서 오늘 저녁에 세상을 떠난다면, 누구에게 어떤 걸 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 같나요? 왜 아직 그들에게 말하지 않았나요?
- 여러분이 모든 물건이 있던 집에 불이 났다고 가정해 보세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애완동물을 구한 후, 여러분은 딱 하나의 물건을 꺼내올 수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이고 왜일까요?
- 가족 중 누구의 죽음이 가장 괴로울 것 같은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본인의 개인적인 문제나 고민을 상대방에게 공유하고 그 사람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조언을 구해보세요. 또한 상대방이 볼 때 당신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평가해달라고 하세요.
나만의 36가지 질문은?
사람을 만날 때 꼭 물어보는 여러분만의 질문이 있으신가요? 공유하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 제게도 꼭 알려주세요!
앞으로 만날 사람도, 또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36가지 질문을 함께 대답해 보면서 가까워져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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