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시음회] 김화랑의 생생 월드 쏙쏙

제 2회, 시작

2022.01.07 | 조회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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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시음회

마음을 움직이는, 움직였던 문장들을 드립니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은 내게 언제나 새로우면서도 두려운 순간이다. 중학교 1학년 여름 처음 전화로 중국요리를 주문해봤다. 나는 엄마가 남겨둔 혼자 점심 먹으라는 쪽지 뒤편에 대본 비슷한 것을 적었다. 당시의 나는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 자연스럽게 말 할 자신이 도무지 없었다. 그래서 대본을 보며 주문하는 연습을 했다. 애초에 그전까지 어딘가에 전화해본 기억도 별로 없었다. 여하튼 나는 연습을 해서라도 중국집에 전화를 걸었다. 왜냐면 중학생 1학년인 나는 고춧가루를 잔뜩 뿌린 짜장면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무척 좋아한다. 당시 내가 적은 글귀는 대략 이랬다. ‘안녕하세요. 짜장면 하나 주문하고 싶은데요.’ ‘XX동 XX번지, 1층, 주유소 뒷집입니다.’

  엄마가 쪽지에 적어둔 대로 냉장고 안 쪽 작은 반찬통을 열자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엄마는 왜 돈을 냉장고에 넣어둔 걸까. 모르겠다. 그저 만 원짜리 지폐가 아주 시원했던 기억만 있다. 그 감촉을 기억한다. 처음으로 느껴본 차가운 초록 지폐의 감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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