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시음회]김화랑의 생생 월드 쏙쏙

제 20회, 영화

2022.05.13 | 조회 1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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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시음회

마음을 움직이는, 움직였던 문장들을 드립니다.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다. 장르도 딱히 가리지 않는다. 사실 공포영화는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좋은 영화는 장르에 상관없이 언제나 좋다. 공포물도 깜짝 놀라게 하는 일만 조금 덜하다면 나름대로 괜찮다. 혼자 영화관에 가는 일도 좋아한다. 한적한 평일 오전, 계획도 없이 영화관에 느적느적 찾아간다. 예매도 하지 않는다. 이런 날은 현장구매가 좋다. 갑자기 보고 싶은 마음이 몽땅 사라질 수도 있거든. 커다란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좋고, 카페와 함께 운영하는 작은 예술영화관도 좋다. 표를 사고 나면 매점 앞에서 잠시 서성거린다. 그러나 한참을 쳐다보다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는다. 혹은 물 한 병 정도. 이런 날엔 하루를 가볍게 비운다는 느낌으로 보낸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과하게 먹지도 않고 영화관으로 가는 길 내내 헛헛한 눈빛마저 창밖으로 모조리 던지고 비우고, 그 자리엔 시답잖은 영화가 들어오도록 한다. 물론 훌륭한 영화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영화에 대해 할 이야기는 무궁무진 하지만 오늘은 몇몇 시답잖은 영화경험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언젠가 한 번은 혼자 심야영화를 보러갔다. 11시 넘어 시작해 새벽이 되어서야 끝나는 영화였다. 왕가위 감독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2007)> 사실 이 영화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은 없다. 다만 나는 왕가위를 좋아한다.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정말 좋아하노라고 진심을 다해 고백을 할 수도 있다. 언젠가 집 근처 영화관에서 왕가위 특별전을 할 때는 영화를 보느라 거의 극장에 살다시피 했던 적도 있었다. 영화관이 열자마자 시작한 중경삼림을 보고 나와서 바로 해피 투게더를 보고 또 나와서 아비정전을 보고, 그렇게 온종일 영화를 보고 나와 보면 어느새 밤이 되어있는 그런. 어쨌든 뜬금없는 영어 제목을 가진 왕가위의 저 영화에 대한 세간의 평이 어떠하든, 욕을 해도 일단은 직접 보고나서 하겠단 심정으로 예매를 했었다. 앞서 말한 대로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궁금한 분들이 있겠지만 굳이 시도하지 않기를 권한다. 그냥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것 정도만 알아두면 좋다. 세상엔 생각보다 하지 않는 편이 이로운 일들도 많다. 물론 시간이 넘쳐 주체가 안 될 정도라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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