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기다리고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고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아주 오래 전 기차를 타고 전국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일주일간 기차를 무제한으로 탑승할 수 있는 내일로 티켓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여름의 어느 날, 서울역 플랫폼에서 무궁화호에 오르던 기억이 생생하다. 오래 기다린 여행이었다. 그 여행을 떠나기 얼마 전 나는 휴대폰을 해지했다. 당시 스물 두 살이던 나는 벌써 인간관계에 심각한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아버지가 만류했지만 나는 핸드폰을 없애고 대신 전화번호들을 적은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어설픈 아날로그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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