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길을 걷다가 신발 끈이 풀리면 나는 미운 그를 생각한다. 애증하고 사랑하는 그를 생각한다. 길바닥에 쪼그려 앉아 말없이 신발 끈을 묶을 때만큼은 나는 그를 미워하지 않는다. 오로지 애정한다. 거친 운동화 끈을 양손으로 맞잡아 매며 그의 어떤 밤 열두시와 동대문 도매상가와 그곳의 낡은 계단과 차갑고 습한 공기를 생각한다. 그의 낡고 파란 프라이스 건을 생각하고, 그의 지친 얼굴과 그가 언젠가 한 손에 들고 있던 믹스커피와 그의 어설픈 미소와 그의 지나간 어설픈 청춘을 생각한다. 신발을 보면 이따금 그를 생각하고, 그렇게 신발과 그를 생각하면 오늘도 어김없이 조금 쓸쓸해지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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