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춘물의 노예다. 교복 입은 주인공들이 씬을 활보하고 다니면 심장이 더럽게 쿵쾅거린다. 정작 드라마 같은 몽글몽글한 일화 따위는 추호도 없었으면서 지나간 시간을 읊어보게 된다. 상념에 잠기곤 한다. 교복 입기를 그렇게 싫어했으면서 교복이나 체육복을 입고 지나가는 아이들을 보면 언젠가부터 예뻐서 자꾸 돌아보게 된다. 그 시절 혐오하던 라떼 아저씨들과 다른 바가 없는 성인이 된 것이다. 아이를 낳고 엄마도 되어보니 학생의 귀여움은 이 시절의 유한함이나 소중함을 모르기 때문에 배가 된다는 걸 너무 잘 알겠다. 아랫집과 옆집, 11층에 사는 아이들이 너희의 날들이 얼마나 빛나고 있는지 당분간은 모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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