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시음회] 매정한 취향수집

제 11회, 잠

2022.03.11 | 조회 4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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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시음회

마음을 움직이는, 움직였던 문장들을 드립니다.

오늘은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해 볼까요.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쉽지만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조금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다 좋다고 하는 것을 싫다고 하면, 왠지 틀린 듯한 기분이 들잖아요. 전혀 아닌데도 말이에요.

 

 

저는 호불호가 강한 편인 것 같아요. 그래도 그 사이의 스펙트럼은 좁지 않아서, 조금 좋아하는 것과 조금 싫어하는 것들이 많죠. 그러다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만나면 마음에 꽁꽁 끌어안고 사랑한다 말하기까지 해요. 좋아하는 마음을 참을 수 없어 제 주변의 사람들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제가 좋아하는 것의 좋은 점들에 대해 들어야만 하죠. 이 편지를 빌려 친구들에게 미안하단 말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반대로 싫어하는 것도, 정말 정말, 싫어해요. '불호'의 상자에 던져넣은 것들은 굉장히 시달리게 됩니다. 들어가기 어려운 공간인 만큼,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아요.

 

그 외의 것들은,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라도 좋아해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정말 '노력'을 해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음악이나 영화여도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하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하며 계속해서 기웃기웃 도전해봐요. 그런데, 제가 가진 호와 불호가 워낙에 뚜렷하다 보니 그 사이의 것이더라도 이미 치우쳐 있다면 반대 방향으로 끌고 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특히 프랑스 영화가 그래요. 아멜리에, 무드 인디고,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 그리고 수면의 과학.

 

'잠'을 이렇게나 환상적이고 낭만적으로 그려낸 영화가 <수면의 과학> 말고 또 있을까요?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인생 영화로 꼽기도 하죠. 구독자님은 어떠세요?

 

사실 저는 <수면의 과학>을 좋아하지 않아요. 다들 좋다고들 하니까, 그래서 보려고 했어요. 세 번의 시도 끝에 완주를 성공했구요. 저랑은 맞지 않더라구요. 이걸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차라리 싫은 거면 쉽게 싫어하면 되거든요. 하지만 뛰어난 것을 두고 '좋지 않다'라고 말하기란 힘들어요. 그럴 경우엔 '맞지 않는다'고 둘러대듯 표현하죠.

 

하지만 변명을 하는 건 아니에요. 저의 취향과 맞지 않을 뿐, 분명 훌륭한 것들이 있죠. 이제는 웬만하면 보지 않고도 저의 취향일지 아닐지를 가늠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일단 시도해보는 편이에요. 저와 맞지 않는 것이라도 좋은 것들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세상의 좋은 것들을 알아가는 건 언제나 의미 있어요.

 

구독자님께서 <수면의 과학>을 보셨을지 모르지만, '맞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저마저도 너무나 좋아했던 대사들을 소개해드릴게요.

 

 

 

 

왜 나야?

너 말곤 다 따분해. 너는 다르단 말이야.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라서 다시 보지 않은 탓인지, 어떤 장면과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그래도 아직까지 장면의 모서리를 접어 '그 대사 참 좋았지' 하며 되새기게 만드는 것은 정말 뛰어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영화의 미덕 아닐까요. 모두가 좋아할 순 없더라도 기억에 남는 파편을 새겨두는 거죠.

 

모든 것이, 언제나 좋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인생이 그렇듯요. 우리는 대개 불행하고 화를 내지만 잠깐의 행복과 찰나의 희열로 삶의 재미를 느끼잖아요. 그러니 다 좋을 순 없어도, 훌륭하다 평할 것은 많은 거 아닐까요.

 

구독자님은 이번 주 어떻게 보내셨나요? 숨 돌릴 만한 행복이나 귀여운 것들을 충분히 마주하셨나요? 혹은 눈 뜨기 버거울 정도의 절망을 맞이하셨을 수도 있겠죠. 오늘도, 그래도 살아보자는 말을 전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당신이 좋아하지 않는 것,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런 순간에 기대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흘러있을 거예요. 시간은, 흐르니까요.

 

 

<수면의 과학> 대사를 인용하자면, '꿈'은 사랑했던 일, 좋아했던 일, 즐거웠던 일을 한 데 모아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걱정 없이 잠자리에 누워 그런 꿈을 꾸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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