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시음회] 매정한 취향수집

제 3회, 기다림

2022.01.14 | 조회 5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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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시음회

마음을 움직이는, 움직였던 문장들을 드립니다.

 

기다림은 절박함이 됨과 동시에 강력한 연명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2017년 2월의 일기에 적은 문장입니다. 손으로 직접 쓴 것은 아니지만요. 어디서든 꺼내 볼 수 있는 메모 어플에 적은 것이라 '기다림'을 검색해 찾아냈지만요.

 

나는 지금 절박하게 기다리는 것이 있나 고민하던 일주일이었어요. 절박함이라는 감정 자체가 흐릿해요. 절박하다. 그때의 저는 뭐에 그리 절박했던 걸까요. 뭐에 그리 치여 살았기에 기다림으로 연명하고 있었을까요. 정말, 모르겠어요. 그래서 오늘은 한 문장을 더 적었어요. 기다림은 휘발된다.

 

기다림이라고 적으려다가 여러 번 그리움이라고 적었네요. 기다림과 그리움은 닿아있지만, 분명 같은 감정은 아니에요. 예를 들어, 사랑하는 음악가의 새 노래가 나오길 기다리지만 그리워하는 것은 사랑하는 노래들을 눈앞에서 보고 들었던 순간이니까요. 기다림은 앞을 향하고, 그리움은 안을 향해요.

 

요즘 모두가 기다리는 것이 있지요. 일상의 회복. 일상과 회복이라는 먼 거리의 단어들이 이렇게나 낭만적으로 만났는데, 절망적인 현실에 진부한 말이 되어버렸네요. 회복은 앞을 향하는 것이니 기다림에 가깝겠어요. 제가 기다리는 일상의 회복은 딱히 일상적이진 않아요. 머리가 울릴 정도로 시끄러운 스피커 앞에서, 사람들과 불쾌할 정도로 맞닿아 땀을 뻘뻘 흘리며 목이 쉬도록 한 노래를 다 함께 부르고 싶어요. 옆 사람이 저의 광기에 겁을 먹고 괜찮냐며 생수를 건넬 때까지요. 네, 물론 경험담입니다.

 

2019년 9월, THE 1975
2019년 9월, THE 1975

 

 

 

기다림으로 삶을 연명할 때에 무엇에 기대었는지 생각이 났어요. 다 유통기한이 길지 않은 것들이었네요. 좋아하는 가수의 새 노래, 공연, 좋아하는 영화 따위의 것이었어요.

 

그렇게 아직도 기다리는 것이 있답니다. 소라 언니의 새 노래들. 시음회 팟캐스트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죠. 소라 언니 새 앨범이 나오면 이소라 헌정 방송을 하겠다고. 그게 벌써 몇 년 전인데, 아직이네요.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가 나왔을 때 누군가 그랬어요, 소라 누나 앨범은 다 다음 정권에야 나올 거라고. 정말 그 다 다음 정권이 코앞이 됐는데, 아직도 열심히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그땐 분명 웃으며 한 농담이었는데...

 

그래도 기다리는 것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삶을 버티며 살아갈 이유가 하나 더해지는 것이니 기다림이 싫지 않아요. 저에게 기다림은 그리움보다는 기대에 가까운 감정인가 봐요. 사람을 기다려 본 적이 드물어서 그런 걸까요. 나에게 말을 건네지 않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이라 덜 간절한 걸까요. 기다림에 간절해지는 순간, 절망에 빠지기 쉬워 방어기제로 애써 그리 간절하지 않다 되뇌는 것 일지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간절해지는 기다림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노래를 만나는 순간이 가끔 갈증 날 정도로 간절할 때가 있어요. 다시 한번 이 무서운 전염병을 원망하게 되네요. 언젠가는 다시 가능해지겠죠. 앞을 보며 놓지 않고 기다릴 거예요. 구독자님께서도 이렇게 간절하게 기다리는 게 있으신가요? 그 기다림을 만나기 전까지, 그 틈 사이에 우리의 편지가 소소한 기다림이 되면 좋겠어요. 다음의 금요일을 살아볼 만한 이유가 되기를 바라면서, 일주일 뒤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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