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시음회] 시와 음악과 회고와 < 꽃 >

제 12회, 꽃

2022.03.18 | 조회 5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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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시음회

마음을 움직이는, 움직였던 문장들을 드립니다.

Magpie&Tiger
Magpie&Tiger

     차를 마시러 신사동에 갔다. 사람 많은  꺼리는 나에게 적합한 예약제의 널찍한 티룸이다. H 함께 정갈한 티푸드를 나눠먹으며조곤조곤히  주간 있었던  등의 대화를 하다 보니  시간이  빨리 간다. 한산한 햇빛과 거리를 걸음과 처음 가보는 장소에서 관찰되는 것들. 평일 오후 두시에 친구를 만나는 일이 계속됐으면 좋겠다. 

 

     어제는 M 꽃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팬들이 품에  아름 안겨주는 꽃에 고마움을 담아 포푸리나 플라워 돔을 만든다고 했다. 그리고  가지 팁을 알려주자면, 조금이라도 잎을 빨리 떼고, 바로 말려야  예쁜 드라이플라워가 된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자   유리병에 담겨있는 지난날 선물 받은 백합이 생각났다.  생명을 다하여 물을 머금지 못한  서서히 말라가는  백합. 나는 꽃이 시드는  바라보는  좋다. 

     처음부터 드라이플라워를 만들지 않았던  아니다. 때는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던 시절이다. 그때의 나는 퍼석하게 마른  냄새로 가득한 방에 살았다. S에게서 받은 꽃다발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싸운 다음날 나에게 꽃을 선물했다. 그러면 나는  향기로운 다발을 품에 안고 용서했다. 그게 우리가 화해하는 방식이었고 우리는 무진장 싸웠기 때문에  겨울   없이 내방은 죽은 꽃들의 도시가 되어갔다. 

     이별  나는  마른 것들을 버리지 못했다. 헤어진  X 물건을 모두 정리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중에 고르라면, 후자였다. 그를 선명히 떠올리는 것들을 보더라도 아무렇지 않을 때까지, 정말 괜찮아질 때까지 곁에 두고 아파하는  좋았기 때문이다. (그때는그랬고 지금은 아니다.) 그때부터 나에게 꽃은 (불쌍하게도) 괴로운 것을 떠올리게 하는 산물이었다. 때문에 우습게도 나는 아직  위해서는 꽃을 사지 않는다. 그것은 심리적인 행위에 가까운데, 계속해서 지켜왔던 약속이 작년 이맘때 유난히 기분이 이상했던  깨졌다. 나에게 튤립 화분이 하나 생긴 것이다.

     보랏빛을 띠는 튤립이었다. 이제  꽃말을 찾아보니 영원한 사랑’, ‘영원하지 않은 사랑  가지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한다. 노란색, 빨간색, 분홍색 튤립도 있었는데 보라색을 받아온 것이  재밌는 거다. 한동안  튤립을  키워보려고 관찰해가며 극진히 모셨지만 오래가지 못해 시들어버린  살면서 가장 오래 키운 것이 치킨을 시켜 먹고 받은 씨몽키가 유일했던 나에겐 당연한 수순이었다. 알고 있었지만 그때는 이 꽃이 시드는 것이 많이 슬펐던 것 같다. 


아무리 날 지켜내고 싶어도 창틀에 말려두진 말아요 향기와 색을 잃을 바에는 다시 필 날을 꿈꾸며 시들게요 ' 🎧 9와 숫자들 - 드라이 플라워 '

     9와숫자들의 노래가 생각났다. 곁에 오래 두기 위해 향기와 색을 잃게 하는 일이 꽃이 진정 바라는  아니라는 거다. 가사에 빗대 그때 우리의 관계를 떠올렸다. 아무리 해도 꽃이 천년을 살지는 못한다. 그러니 이제는 꽃이 시들어 가는 것에 슬퍼하기보다는 향기로울  많이 보고 저물어가는 장면을 관찰하듯 새로이 보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하고 선물 받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꽃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도  기억나지 않는 추억이  것이다. 


모란이 질 무렵 이성복 어디 가보아야 하는데 거기가 어딘지 몰랐다 해거름녘에 붉게 핀 것들을 보고 한 사람은 작약이라 했고, 또 한 사람은 모란이라 했는데 나도 같이 거기 왜 서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날 모란이라 했던 사람의 아이는 몹시 아팠고, 우리는 모두 같이 걱정했는데, 그후 아이가 어떻게 됐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해거름녁에 붉게 핀 것들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우리는 어디 기대어 좀 울고 싶었던 기억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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