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날이 좀 포근했다. 덕분에 평소보다 길을 걷으며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몇 일 전에 집 앞에 있는 학교 담장을 따라 걷고 있는데 저번주만 해도 잘 보이지도 않던 작은 초록 잎망울이 이제는 그냥 지나치려 해도 망막에 상이 맺힌다.
이렇게 봄. 봄이 또 오나보다.
월요일 보다는 화요일이 그나마 낫고 막막한 수요일을 지나면 희망적인 목요일에 제일 기분이 좋은 것 처럼, 앙상한 가지에 돋아나는 초록 몽우리들은 내게 한해의 목요일이다.
한국은 계절 마다 색이 뚜렷해서 더울때는 너무 덥고 추울 때는 몹시 춥다. 두꺼운 옷, 얇은 옷 모두 고루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집은 좁으니 내가 누울 곳은 줄어만 간다. 집세가 비싸지는 만큼 미니멀리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간다.
게다가 지금은 더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소스라치게 추워지니 언제나 추위를 준비하며 다가올 시련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늘 무언가를 준비하고 치열하고 바쁘게 사는건가.
그래도 이런 까탈스러운 계절을 안고 사는 좋은 점이 있다면 무섭고 두려운 추위가 와도 언젠가 항상 봄은 온다는 사실이다. 항상 봄인 곳이라면 1년 내내 느긋하고 평화롭고 내 삶도 좀 나아지겠지만, 아무리 춥고 을씨년스러워도 봄은 꼭 온다는 사실을 알고 사는 것도 나쁘진 않다.
그래서 이곳엔 차갑고 염세적인 사람들도 많지만 희망적인 사람들도 많은게 아닐까. 각자의 희망이 어디로 가는지 무얼 바라보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희망하는 것이 당신의 희망이길. 그래서 우리의 희망이 다가오는 미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송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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