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습니다. "월 ㅇㅇㅇ억 벌었다"라는 콘텐츠가 넘치는 세상에서 첫 달 250만원은 귀여운 수준이라는 것. 그래도 이런 시도들이 하나씩 쌓여 성장할 것이라는 걸 믿기에 모든 시도의 과정을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기업, 창업 2번, 스타트업을 경험하고 다시 제 업을 시작한 엘리사라고 합니다.
저는 작게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주고 싶고, 넓게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비즈니스를 하고자 합니다.
마지막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언젠가는 다가올 미래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왔습니다. 지난 3월, 제 인생의 마지막 직장(이길 바라는 곳)을 그만뒀습니다.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라기보다는 빠르게 업을 일구는 것의 가치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퇴사할 때 명확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일단 제 능력으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하는 일이 최대 다수의 사람들에게 장기적인 혜택을 주길 바랐습니다. 유저의 인생에 감동으로 남는 서비스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첫 사이드: 한의학을 '한국의 마사지'로 포지셔닝
K 컬처, K 푸드 등 한국 관련된 콘텐츠와 제품에 대한 니즈가 점점 커지는 트렌드를 활용해서 일단 타겟은 외국인으로 정했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기에 지역성을 살리는 서비스를 홍보해볼까 고민하다가 '한의학'을 떠올렸습니다.
발리 여행 갔을 때 매일 마사지를 받았었는데 그 경험이 너무 좋았고, 해외에서 마사지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데이터(구글 트렌드 '마사지' 검색 볼륨 1.2M/m)를바탕으로 한의학도 '한국의 마사지'로 포지셔닝하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임웹으로 사이트를 만들어서 바로 메타 광고를 돌렸습니다.
1차. 미국 40~60대 여성 타겟
2차. '마사지'에 대한 구매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샌프란시스코, 뉴욕 타겟
첫 사이드를 돌리면서 깨달은 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이쪽 섹터에 크게 관심이 없다
2. 타겟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상태에서 니즈를 파악하려 했다
CTR, CPM, CPC 모든 데이터가 다 좋지 않았습니다. 빠르게 접었습니다.
투어 비즈니스의 기회 발견
투어 가이드로 9년째 일하고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퇴사 후 오랜만에 만났는데, 코로나 이후 관광업이 회복되면서 즉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투어 비즈니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지만 이야기를 듣고보니 대형 플랫폼에서 리뷰를 쌓거나(신규 상품 노출 혜택 존재), 자체 채널(자사몰)을 키우면 가능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친구는 제주도에 살고 있었고 가끔 서울로 올라왔기에 주 1회 정도 만나서 사이드로 작게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업무 흐름은 다음과 같이 잡았습니다.
1. 대형 플랫폼 트랙픽 활용
기존 투어상품 시장 조사 > 상품 기획 및 업로드 > 리뷰 적재 > 신청자가 많아질 경우 다른 가이드 제휴를 통한 확장 및 자동화
2. 자체 채널 강화
자사몰 유입을 확대할 수 있도록 인스타 키우기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투어 사이트는 Get Your Guide (GYG), Viator, KLOOK 정도가 있습니다. KLOOK이 가장 활발하긴 한데 저희는 등록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이곳은 저가 상품이 주를 이루는 곳이라 신규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갖기도 쉽지 않아 일단 패스했습니다.
GYG와 Viator에 올라와 있는 상품을 살펴보니 사실 특별한 것은 없어 보였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경복궁, DMZ, 음식 투어 등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리뷰도 많이 쌓여 있다보니 동일한 상품을 올릴 경우 경쟁력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니치 타겟을 대상으로 하나씩 올리면서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K 팝스타와 관련된 tour attraction을 탐방하는 투어를 만들어서 올렸습니다.
초기 성과 250만원 매출
상품은 총 5개를 올렸는데 신기하게도 예약이 하나씩 들어왔습니다. 4월에 오픈해서 약 한 달 간 정산을 해보니 매출은 250만원 정도. 회사에서 버는 돈을 고려하면 너무 소소하고, 순이익을 고려하면 귀여운 수준이지만 그래도 첫 달에 성과가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가이드는 자격증이 있어야 하기에 제가 직접 가이드를 하진 않았습니다)
바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1. 플랫폼에서 신규 상품에 대해 노출해주는 것 같다
이건 다양한 상품 테스트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신규로 등록했을 때에는 꼭 1~2건씩 예약이 들어왔습니다. 아마도 플랫폼에서 상위 노출해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2. 5개 중에 반응이 제일 좋은 하나가 있었다
신규 상품 버프를 받은 이후에는 예약이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한 상품은 꾸준히 예약이 들어왔습니다. 아마 니치를 잘 잡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3. 정성이 담긴 고객 응대가 주효했다
하루는 예약 고객이 meeting point에 어떻게 갈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예전에 길거리에서 외국인 랜덤 인터뷰를 10명 정도 했었는데, 우리나라 교통수단이 굉장히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언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해외 나가서 답답했던 적이 있기에 숙소에서 meeting point까지 올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알려드렸습니다. 버스, 지하철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지도에 찍어서 보여드렸고, 택시의 경우 대략적 비용까지 같이 알려드렸습니다.
영업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고, 다만 우리를 만나는 모든 고객이 200% 이상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드린 답변에 만족하셨고, 본인이 일주일 정도 여행을 하려고 하는데 그 중 서울 투어는 모두 우리쪽에서 예약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 이래서 정성을 다하는 게 중요한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분을 위해 기존에 없던 나흘짜리 패키지를 별도로 만들었고 이를 통한 수익이 첫 달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투어 비즈니스의 어려움
그러나 새로운 사업에서 항상 겪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주요 문제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플랫폼 이슈
1) 높은 수수료
플랫폼 수수료는 30%에 달했습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했기에 상품가를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맞추려면 초기 마진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2) 트래픽 의존성
자사몰을 키우기 위한 인스타 작업을 매일 했지만 아직은 플랫폼 트래픽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객 유입을 저희가 컨트롤할 수 없었습니다. 플랫폼 내에서 트래픽이 줄어들면 예약도 함께 줄어들었습니다.
해결책: 결국 자체 채널을 강화해서 자사몰로 신청을 받아야 함
2. 비정기적 예약 신청
고객이 하루에 몰아서 예약을 하지 않는 것도 초기 마진 하락의 또다른 이유였습니다. 인력이 투입되는 서비스이다 보니 가이드 비용은 고정으로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한 투어에 참여자가 많을수록 마진이 많이 남는 구조인데 한 번에 2~4명씩 참여하다보니 마진이 크게 남지 않았습니다.
해결책
1) 플랫폼 내에서 플레이할 경우
- 가격을 낮춰서 타사 상품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춰 예약을 높임
- 니치 타겟으로 매력적인 상품을 기획하고 한 달 내에 날짜를 특정해서 오픈함
2) 자사몰 강화할 경우
- 투어를 하나씩 오픈해서 몰아서 예약을 받음
3. 재구매율이 0에 수렴함
투어 사업의 특성상 각 고객은 일회성 거래였습니다. 재구매가 있다고 할지라도 주기가 매우 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복 수익이 없으면 꾸준한 수익 흐름을 구축하기가 어려웠고,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고객이 필요했습니다.
해결책: 결국 자체 채널을 강화해서 미래 잠재 고객 풀을 만들어야 함
4. 자체 채널(인스타) 키우는 걸 잘하지 못함
평생 인스타를 보기만 했지 직접 키운 적이 없다 보니, 공부를 했을 때 무슨 맥락인지는 알겠는데 그걸 직접 하는 건 또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2주 간 매일 1~2시간을 내어 영상 편집해서 올리기도 하고, 긴 건 잘 안 본다고 해서 짧게 매일 올리기도 해봤는데 반응이 크진 않았습니다. 반응이 상대적으로 좋은 콘텐츠의 이유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해결책: 그래도 인스타는 해야 하기에 더 열심히 공부하고 테스트하기
5. 여행업...?
저는 대학교 때 여행 중앙 동아리 회장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여행 관련 활동을 종종 했었기에, 그동안 바빠서 많이 안 간 것뿐이지 여행을 좋아하는 줄 알았습니다. 근데 이 일을 해보니 저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이걸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가서 하는 행동이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또 다른 시도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투어 비즈니스의 기회는 확실히 있습니다. 해결책은 모두 "자체 채널 강화"로 귀결됩니다. 우리가 인스타를 잘하지 못하는 것이 약점이 될 순 있겠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자체 채널을 통해서 최소 연 7억은 버는 구조가 나오겠다 싶었습니다. (1년 기준, 투어 10개 x 3,500달러/명 x 15명 모객)
그래서 인스타 작업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인스타 정말 어려움..)
인맥으로 돌아가는 투어 시장에서 아직 인맥을 구축하지 못한 능력있는 신규 가이드와 인플루언서를 매칭하는 시도도 하고 있습니다.
고정 수익이 발생할 수 있도록 기관에 투어 상품을 제안하는 작업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고, 투어는 봄/가을이 성수기이기에 저는 또 다른 사이드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 풀어볼게요)
OFF THE RECORD 한 토막
살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배움 중 하나는 '세상에 좋은 일과 나쁜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순간적으로 좋아 보이는 일도 시간이 지나면 좋지 않게 해석될 수 있고 반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회사를 나와서 다양한 시도를 하다보니, 그리고 이런 고민을 나눌 동료가 옆에 없다보니, 상황에 일희일비하는 순간도 생깁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순간적 이벤트에 매몰되지 않고 거시적으로 상황을 보려 합니다. 동시에 지금 현재의 태스크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자신의 업을 구축하는 다른 분들도 동일한 걸 경험하실 듯해서, 멀지만 마음으로 크게 응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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