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반도 (Crimea, 먹을 때 말하는 Crème 이나 Cream 이 아니야!) 에 대해 한번 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거야. 크림 반도는 영토가 어느 나라에 속하느냐에 관한 영토분쟁이 2014년에 한참 뜨거웠어 (이 때 여담으로... 크림 반도의 경찰총장이 국제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기억하려나?). 최근 2020년까지도 일부 지역에서 전쟁이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정치적인 문제로 회자되는 지역이야.
지도를 보면, 흑해에 위치해 있고,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그리고 터키와 인접하는 지역이야. 2014 소치 올림픽이 기억나지? 바로 소치에서 흑해를 가로질러 도착할 수 있는 곳이야.
1853년 이 크림 반도에서 있었던 전쟁을 크림 전쟁 (Crimian war) 이라고 해. 크림 전쟁이 왜 일어났냐고? 위에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러시아 제국이 지중해를 통해 남하하고, 다른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서 크림반도는 굉장한 지리적 요충지야. 세력을 펼치려는 러시아 제국과 국경을 인접한 지역에선 계속 분쟁이 일어났어. 이러한 러시아 제국이 흑해와 지중해를 통해 여러 유럽 나라들을 점령하는 것을 영국이나 프랑스도 원하지 않을거야. 결국, 영국, 프랑스, 사르데냐 왕국 (현 이탈리아) 과 손을 잡은 오스만 제국은 러시아에게 전쟁을 선포해.
이런 전쟁 속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부상자도 늘어났어. 당시 영국군 부상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 그 당시 시대를 떠올려 보면... 지금 병원의 의료 체계나 시설의 상태보다 훨씬 못한 수준이야. 많은 병사들이 부상 뿐만 아닌 병원의 위생 상태로 인한 2차 감염이나 병원 내 전염병으로 죽어갔어. 이 때, 오스만 제국에 위치한 야전병원에서 일하던 한 책임자는 군 당국에 병원 시설과 환경의 개선을 요청해.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관료주의에 익숙한 조직은 그 요청을 쉽게 들어주지 않아. 그는 어떻게 쉽게 생각을 바꾸지 않는 꼰대들을 설득할 계획을 세웠을까?
장미 모양의 도형이 바꾼 변화
그는 그동안 모아온 데이터를 시각화 (Data visualization) 하여 상부에 보고해. 바로 이는 '로즈 차트 (Rose chart, 혹은Rose diagram, Polar area chart)' 라고 불리는 도표야. 위의 그림을 한눈에 보았을 때 장미 같이, 혹은 피자 같이도 보이기도 하는 것 같아! 여기서 이 도표에서 색이 칠해진 도형의 넓이는 사망자의 수를 나타내. 왼쪽 피자 한 판과 오른쪽 피자 한 판은 각각 1년 동안 발생한 사망자의 수를 의미해. 작은 피자 조각의 넓이는 한 달동안 발생한 사망자의 수를 의미해. 한 판은 12개의 조각 (월) 으로 이루어져 있어 (1달 * 12 = 1년).
그림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까? 먼저 왼쪽 피자와 오른쪽 피자를 비교할게. 즉 1년 동안 발생한 총 사망자 수는 어떻게 다를까? 이는 직관적으로 크기를 비교하여 오른쪽, 즉 1854년에 1855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사망했음을 알 수 있어 (오른쪽 그림이 왼쪽 그림보다 더 크다. 1854년 사망자 수 > 1855년 사망자). 편의를 위해 1854년 4월 ~ 1855년 3월을 1854년으로, 그리고 그 이 후 1년을 1855년으로 생각할게!
한 달동안 발생한 사망원인은 세 가지 분류로 나눠지는데, 이는 색으로 나타나있어. 푸른색은 병원 내의 전염병 (천연두 등) 을 포함한 예방 가능한 병으로 인한 사망을 나타내. 붉은색은 전쟁에서 입은 부상으로 인한 사망을 나타내고, 검은색은 그 외의 다른 원인들로 인한 사망을 나타내. 위 도표의 많은 부분은 푸른색이야. 즉, 전쟁으로 인한 부상이 아니라 예방 가능했던 병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나갔다는 것을 이 도표가 보여주고 있어.
한번 1854년과 1855년 각각 월별로 비교해 볼까? 오른쪽(1854년)의 도표를 시계방향으로 보니, 피자 조각의 크기가 늘어나고 있어. 왼쪽(1855년)에는 피자 조각의 크기가 줄어들고 있지. 1854년에는 상황이 악화되고 있던 반면, 1855년에는 상황이 개선되고 있네.
이 도표는 효과적으로 사망자의 수를 (1) 연도에 따른 시간 (2) 월에 따른 시간 (3) 사망원인의 세가지 측면에서 보여주고 있어. 단순한 숫자들의 나열보다 이런 그림이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데이터 시각화는 이와 같이 '숫자로 이루어진 데이터를 어떻게 청중에게 시각화하여 보여줄 수 있을까?' 와 같은 고민에서 시작했어. 19세기, 이와 같은 고민을 한 통계학자는 바로 백의의 천사로 불리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Florence Nightingale) 이야.
등불을 든 여인
엑셀도, 휴대용 계산기도, SPSS도, Python도, R도 없던 시절에 나이팅게일은 환자 사이를 오가며 노트에 펜으로 숫자들을 적었다고 해. 이 때 병원을 방문한 기자들은 밤낮으로 등불을 들고 병원을 누비는 모습을 보고 그를 '등불을 든 여인' 이라고 불렀어. 로즈 차트를 통해 나이팅게일은 그의 가설인 '사망자 수는 병원 시설의 개선을 통해 줄일 수 있다.' 를 증명하고, 상부는 그의 요청을 받아들여. 병원 환자의 사망자 수는 42%에서 2%로 줄어들고, 나이팅게일은 그 업적을 인정받아 1859년 여성 최초 영국 왕립 통계학회 회원이 돼. 이후 영국에 조성된 나이팅게일 기금을 통해 그는 간호 학교를 설립하고 간호학의 기초를 세우기도 하지.
초강력 역병이 창궐하는 21세기에서 바라보는 그의 업적은 상당히 흥미로워. 특히 수학을 기반으로 한 통계학을 실제에 적용하여 사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야. 이런점에서 노란 옷을 입고 마이크 앞에 매일 섰던 어떤 여인이 떠오르기도 하는 것 같아! 실제로 역학(疫學, Epidemiology) 은 인구 집단에서 발생하는 이상 상태의 분포와 빈도를 분석하는 학문으로, 통계학이나 데이터 시각화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학문이기도 해.
오늘의 주제는 역사와 수학이 함께 있어 나도 이를 찾아보며 나름 재미를 찾았던 것 같아. 혹시 역사적 사실에서 틀린 부분이 있으면 인스타그램 @the_toilet_papers 로 피드백 부탁할게 :) 다음 주에는 물의 모세관 현상에 주목한 어떤 과학자와 함께 만나!
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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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의 시선에서
글 잘 읽었습니다! 데이터 시각화와 나이팅게일의 이야기 정말 재밌네요ㅎㅎ
화장실에서 읽는 과학과 수학 (59)
요즘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가 각광받으면서 데이터 시각화도 많이 언급되는데, 익숙하던 인물의 이름과 함께 설명하니 쓰는 과정에서 저도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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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나이팅게일에 대한 일화가 새로웠어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화장실에서 읽는 과학과 수학 (59)
저도 예전에 통계학 책을 읽으면서 옆에 조그많게 나와있던 설명이 새롭고 흥미로워서 기억해두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자세히 알아보고 글을 썼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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