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는 왜 별 형성을 멈출까?

z~2 중력렌즈 효과를 받은 거대 정지 은하들의 내부 형성 역사를 밝히다

2026.05.10 | 조회 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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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알고 들어가면 좋을 개념 3가지!

  1. 정지 은하란? 별을 활발하게 만들던 은하가 어느 순간 그 활동을 멈춘 상태입니다. 마치 번성하던 도시가 어느 날 새로운 건물 짓기를 중단한 것처럼, 이유와 방식은 은하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2. 적색편이 z~2란? 우주가 팽창할수록 멀리 있는 은하의 빛은 우리에게 오는 동안 더 붉어집니다. z~2는 우주 나이가 지금의 약 25% 수준이었던, 약 100억 년 전을 의미합니다. 즉, 우리는 아주 먼 과거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3. 중력렌즈란? 무거운 천체가 주변 공간을 휘게 만들어, 뒤에 있는 더 먼 은하의 빛이 돋보기처럼 확대되어 보이는 현상입니다. 이 연구는 이 자연의 돋보기 덕분에 아주 먼 은하의 내부 구조까지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논문: Akhshik et al. (2023). "REQUIEM-2D: A Diversity of Formation Pathways in a Sample of Spatially-Resolved Massive Quiescent Galaxies at z~2." DOI: 10.3847/1538-4357/aca677

 

 

 

어떤 은하는 수십억 년에 걸쳐 천천히 성장하고, 어떤 은하는 단숨에 완성됩니다.

그렇다면, 먼저 탄생한 은하가 반드시 가장 빠르게 완성된 것일까요?

천문학자들은 오랫동안 그렇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은 그 상식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1.  은하는 어떻게 별 만들기를 멈출까?

우주에 있는 은하들 사이에는 흥미로운 규칙이 있습니다. 질량이 클수록 별을 더 많이 만든다는 상관관계인데, 천문학자들은 이를 '별 형성 주계열(Star-Formation Main Sequence)'이라고 부릅니다. 대부분의 은하는 이 선 위에서 얌전히 자기 자리를 지킵니다.

그런데 이 규칙에서 크게 벗어난 은하들이 있습니다. 크기에 비해 별을 거의 만들지 않는, 별 생성이 사실상 멈춰 버린 은하들입니다. 이것이 바로 정지 은하입니다.

어떤 은하는 갑자기 별 형성을 멈췄고, 어떤 은하는 서서히 식어 갔습니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올까요? 천문학자들은 그 답이 은하 내부의 별들이 어떤 순서로 나이 들었는가에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은하의 바깥쪽 별들이 먼저 늙었는지, 아니면 중심부가 먼저 늙었는지를 알면, 그 은하가 어떤 경로로 성장하고 멈췄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 직접 관측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은하는 작고, 멀고, 오래된 별의 나이를 구분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2. 우주의 돋보기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가 만들어 준 돋보기, 바로 중력 렌즈 현상을 활용했습니다. 거대한 은하단이 뒤에 있는 멀고 희미한 은하의 빛을 휘게 만들어 수십 배 확대해 주는 현상입니다.

이 프로젝트(REQUIEM-2D)에서 그렇게 자연적으로 확대된 8개의 대규모 정지 은하를 골라, 허블 우주망원경(HST)의 정밀한 분광 관측으로 내부를 세밀하게 들여다봤습니다. 모두 우주 나이가 지금의 4분의 1도 안 됐던 시절, 약 100억 년 전의 은하들입니다.

 


 

3. 은하를 조각 조각 나눠보자

연구팀은 각 은하를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7개의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에서 별들의 나이, 먼지의 양, 금속 함량, 별 형성 역사를 개별적으로 추출해냈습니다. 은하를 구역별로 분석하면 "이 부분은 언제 주로 별이 만들어졌는가"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완전 베이지안 모델링이라는 통계적 방법을 사용해 관측 데이터로부터 각 구역의 별 형성 역사를 정밀하게 복원했습니다. 단순히 스냅사진 하나를 보는 게 아니라, 그 은하가 수십억 년에 걸쳐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역추적한 것입니다.

 


 

4. 은하마다 다른 성장 방식이 있다!

분석 결과, 8개의 은하는 하나의 공통된 성장 과정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크게 세 가지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① Outside-in 형성 — 바깥쪽이 먼저 성장되고, 중심이 나중에 성장한 후에 별 형성을 멈춘 유형. MRG-S1522 은하가 대표적으로, 중심부가 바깥보다 수억 년 더 젊었습니다.

② 균일한 동시 형성 — 중심과 바깥이 비슷한 시기에 함께 성장하고 별 형성을 멈춘 유형. MRG-M0138 은하가 이에 해당하며, 어느 방향을 봐도 별들의 나이가 고르게 분포해 있었습니다.

③ Inside-out 소멸 — 중심부가 먼저 별 형성을 멈추고 바깥이 더 오래 별을 형성한 유형. MRG-M1341 은하가 이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일부 은하들은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 오래된 비대칭적 구조를 보였는데, 이는 과거에 다른 은하와 충돌하거나 합병한 흔적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5. 기존 상식에 도전하다

이 연구가 가장 흥미롭게 도전하는 것은 천문학계의 오랜 믿음입니다. 기존에는 "우주에서 가장 일찍 태어난 대형 은하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완성됐다"는 공식이 통용됐습니다.

 

그런데 REQUIEM-2D의 결과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일찍 형성된 은하일수록 중심이 오히려 천천히, 균일하게 성장했고, 더 늦게 등장한 은하들이 중심에서 폭발적으로 빠르게 성장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를 두 가지 형성 경로로 해석합니다. 하나는 가스가 풍부한 은하 간 충돌로 중심에 별이 집중적으로 만들어지는 빠른 경로(Fast Channel), 다른 하나는 점진적으로 물질이 쌓이며 서서히 성장하는 느린 경로(Slow Channel)입니다.

 


 

6. 그럼 모든 것이 밝혀진 것일까?

아직 아닙니다. 이번 연구는 8개의 은하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의 탐색적 연구입니다. 두 가지 형성 경로의 가능성을 제시해 보였지만, 이것이 우주 전체의 보편적인 법칙인지를 확인하려면 훨씬 더 큰 표본이 필요합니다.

특히 "중심부가 더 젊다"는 경향은 사실상 8개 중 MRG-S1522 한 개 은하가 주도하고 있어, 이것이 얼마나 일반적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연구팀은 JWST 같은 차세대 장비를 통한 더 넓고 더 정밀한 관측이 이 질문들에 본격적으로 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은하가 멈추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은하마다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REQUIEM-2D는 100억 년 전의 은하 내부를 열어 보이며, 정지 은하의 탄생이 단 하나의 경로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줬습니다. 일찍 태어났다고 해서 반드시 격렬하게 성장한 것이 아니고, 늦게 태어났다고 해서 더디게 성장한 것도 아닙니다. 우주의 역사는 언제나 우리의 예상보다 다채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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