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의 세 가지 상태

진단, 전략, 실행 — 당신은 지금 어디에 서 있나요?

2026.05.09 |

1/

지난 글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문제들은 대부분 정답이 없는 '어려운 문제(Wicked Problem)'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위, 즉 '노드(Node)'로 쪼개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구독자님, 노드는 도대체 어떻게 쪼개는 게 좋은 걸까요? 저는 이 질문 앞에서 꽤 오랫동안 멈춰 있었습니다. 정답이 없는 비즈니스 문제 앞에서 노드가 확산과 수렴으로 이어진다는 것까지는 알았지만, 직군과 문제에 따라 그 노드의 연결은 한없이 달라지니까요.

 

2/

현업에서 실제로 마주하는 장면은 이렇습니다. 매출이 떨어집니다. 회의실에 모입니다. 누군가는 "마케팅 예산을 늘리자"고 하고, 누군가는 "상품 구성을 바꾸자"고 합니다. 각자의 해법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기묘하게도 대부분은 '왜 매출이 떨어졌는가'를 깊이 파고들지 않은 채 곧바로 해결책으로 뛰어듭니다. 매출 하락이라는 '증상'을 '문제' 그 자체로 착각하는 거죠. 다시 말해, 문제를 진단의 결로 자르지 않은 채 곧바로 실행의 결에서 답을 찾는 것입니다. 허버트 사이먼은 의사결정의 첫 단계를 '인텔리전스(Intelligence)'라고 따로 떼어 불렀습니다. 그것은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를 식별하는 일 — 우리가 마주한 것이 증상인지 원인인지를 가르는 작업이라는 것이죠.

 

3/

리처드 루멜트라는 전략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좋은 전략의 첫 번째 요소를 '진단(Diagnosis)'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진단이란 복잡한 현실에서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고, 루멜트의 표현을 빌리면 "장애물을 식별하고 분석하지 못한다면, 전략을 가질 수 없다"입니다. 저는 이 문장을 읽었을 때, 그동안 제가 현장에서 해온 수많은 '분석'이 사실은 진단이 아니라 단순한 현상 나열에 가까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좋은 분해는 언제나 진단의 결부터 시작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4/

진단이 끝나면 다음은 '전략(Strategy)'입니다. 그런데 저는 '전략'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창함이 오히려 방해가 될 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전략의 본질은 사실 아주 단순합니다. 우리가 가진 리소스는 항상 부족합니다. 시간도, 인력도, 예산도. 이 제한된 리소스를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 루멜트는 이걸 '가이드 정책(Guiding Policy)'이라고 불렀습니다. 모든 목표를 달성하려 하거나 수십 개의 우선순위를 나열하는 것은 그가 말한 '나쁜 전략'의 전형입니다. 전략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5/

그리고 마지막은 '실행(Execution)'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수치 하나. 컨설턴트 마이클 맨킨스와 리처드 스틸이 Harvard Business Review에 발표한 연구(2005)에 따르면, 기업이 수립한 전략적 잠재 가치 중 평균 40~60%가 실행 단계에서 사라진다고 합니다. 절반 가까운 잠재 성과가 종이 위에 머문 채 현실로 옮겨지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왜일까요? 래리 보시디와 램 채런은 이 빈틈을 메우는 사고를 '실행의 기율(Discipline of Execution)'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했습니다. 실행은 기획의 하부 단계가 아니라, 사람·전략·운영을 한 흐름으로 잇는 별도의 규율이라는 것입니다. 기획이 아무리 완벽해도, 실행할 역량과 의지와 시스템이 없으면 종이 위의 구호로 끝난다라는 것이죠.

 

6/

여기까지 정리하고 나니, 한 가지 풍경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회사라는 조직은 결국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더 팔고 싶은 것도 문제고, 덜 팔리는 건 당연히 문제입니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조직의 부서 구조 자체가 이미 큰 문제를 진단/전략/실행이라는 세 결로 분해해 놓은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데이터 팀은 진단을, 기획 조직은 전략을, 운영과 마케팅은 실행을. 심지어 인사나 조직문화 팀도, 실행의 기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맥락 안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출근하는 회사 그 자체가, 거대한 wicked problem을 세 결로 자르는 장치인 셈입니다. 그리고 데이터와 AI가 이 진단-전략-실행 각각의 속도와 정밀도를 끌어올리기 때문에, 지금 이 시대에 이들이 각광받는 것이겠죠.

 

7/

결국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고의 노드'로 쪼개었을 때, 각 사고의 노드는 이러한 진단, 전략, 실행 상태에 해당할 수 있으며, 문제 해결 프로세스는 각 상태를 통과해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단 —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직면하는 것. 전략 — 제한된 리소스를 어디에 집중할지 선택하는 것. 실행 — 그 선택을 현실의 결과로 바꾸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 세 결이 일방통행으로 이어진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행하다 보면 진단이 수정되고, 전략이 바뀝니다. 이 순환이 빨라질수록, 우리의 문제 해결 사고는 정밀해집니다.

 

8/

재미있는 건, 이 구조가 경영학에서만 통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수학자 조지 폴리야는 문제를 이해하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되돌아보는 4단계를 제안했고, 인지심리학의 IDEAL 모델도 식별-정의-탐색-수행-평가의 흐름을 따릅니다. 진단하고, 전략을 세우고, 실행한다. 분야와 언어가 달라도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인간의 사고방식은 이 구조를 관통합니다.

 

9/

구독자님은 지금 마주한 문제를 어떤 결로 자르고 계신가요? 혹시 진단의 결을 건너뛰고 곧바로 실행의 결에서 답을 찾고 있진 않으신가요? 아니면 완벽한 전략을 짜느라 실행의 타이밍을 놓치고 계신 건 아닌가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세 결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문제 앞에서 서 있는 자리가 달라진다는 겁니다.

첨부 이미지

오늘 여러분이 현장에서 마주한 '문제투성이'는 무엇이었나요?

Thinknod는 고립된 AI의 산출물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각자의 사고(Node)를 모닥불처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커뮤니티를 지향합니다. 오늘 글에 대한 생각이나, 여러분만의 생생한 문제 해결 경험이 있다면 언제든 편하게 답장으로 들려주세요. 우리의 노드가 만나는 순간을 기다립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Thinknod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6 Thinknod

정답이 없는 시대, 문제 해결의 사고를 기록합니다.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