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없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사고하는가

시리즈를 시작하며

2026.05.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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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데이터 여정은 아이러니하게도 데이터와는 먼, '감과 직감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진학한 디자인 대학원에서 시작됐습니다. 혹시 해외 OTT의 자막 기준이 국내와 다르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등장인물의 목소리뿐 아니라, 화면의 '장면' 전환을 기준으로 자막이 휙휙 바뀝니다. 대학생 시절 영상 번역가로 일했던 적이 있는 저로서는 그게 참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질문이 시작됐죠. '과연 이 자막 기준이 정말 적절한 규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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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의문을 시선 데이터로 분석해 보기로 했습니다. 분석 결과, 실제로 해외 OTT 규정을 적용한 시청자 그룹에서는 자막을 끝까지 읽기도 전에 화면에서 사라져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경험은 저를 완전히 데이터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아, 감과 직감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한 디자인 문제도 데이터로 해결할 수 있다면, 세상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건, 제 거대한 착각의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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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중견, 대기업 그룹을 거치며 현업 데이터 분석가로 일해온 현실은 제 착각과 조금 달랐습니다. 기업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쌓아두고, 태블로로 기가 막히게 멋진 대시보드를 만듭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대시보드가 생겨도 대다수 사람들의 업무 방식은 좀처럼 변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매일 봐야 하는 주요 지표만 확인하고, 그것을 복사해서 보고하고 전달하는 데 그칩니다. 결국 대시보드는 생명력을 잃고 죽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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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저는 사람들이 마주한 '문제의 본질'을 착각하고 있다는 데서 원인을 찾았습니다. 우리는 종종 비즈니스 문제를 학창 시절에 풀던 '수학 문제'처럼 대합니다. 정해진 정답이 존재한다고 믿는 거죠. 하지만 현장의 문제들은 애초에 명확한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어려운 문제(Wicked Problem)'에 가깝습니다.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고 데이터에게 정답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니, 당연히 행동의 변화도 일어날 수 없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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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해답의 힌트를 다시 제 전공인 디자인에서 찾았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디자인은 화면을 시각적으로 포장하는 작업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 위에서 정답이 없는 결과물을 도출해 내기 위해 기획하고 설계하는 '문제 해결 사고방식(Design Thinking)'으로서의 디자인입니다. 이 디자인 연구에서 말하는 문제 해결의 핵심은, 가능성을 끝없이 넓히는 '확산(Divergence)'과 그중 최적의 요소를 찾아 결정을 내리는 '수렴(Convergence)'에 있습니다. 저에게 데이터란 정답을 주는 자판기가 아니라, 이 확산과 수렴을 이어주는 최소한의 사고 단위, 즉 '노드(Node)'를 시작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질문의 도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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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이제 확산과 수렴, 둘 다 AI가 우리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게, 잘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리가 현장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은 'AI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입니다. 너무 큰 문제를 한 번에 던지는 것이 아니라, 나와 AI가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단위(Node)'를 어떻게 쪼개고 정의할 것인가.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문제 해결 사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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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뉴스레터는 일종의 [사고 실험의 뒷풀이 장소]입니다. 세상에는 똑똑한 AI가 단 몇 초 만에 써주는 정답 같은 글들이 넘쳐나지만, 저는 제가 마주한 문제투성이 현장에서 어떻게 노드를 쪼개고 전략을 세워 실행했는지 그 '사고의 여정'을 템플릿과 스토리로 나누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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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원시인들이 거친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횃불 주위에 모여 앉아 서로의 생존 지혜를 모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쏟아지는 기술의 파도 속에서 나의 좁은 맥락에 갇히는 대신, 각자의 치열한 문제투성이들을 이 모닥불 주위에 꺼내어 공유하는 '커뮤니티 레버리지'의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구독자님의 치열한 문제 해결 여정도 이 모닥불에서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첨부 이미지

 

오늘 여러분이 현장에서 마주한 '문제투성이'는 무엇이었나요?

Thinknod는 고립된 AI의 산출물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각자의 사고(Node)를 모닥불처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커뮤니티를 지향합니다. 오늘 글에 대한 생각이나, 여러분만의 생생한 문제 해결 경험이 있다면 언제든 편하게 답장으로 들려주세요. 우리의 노드가 만나는 순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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