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의 일상] 리프팅

열심히 힘 빼기

2023.09.05 | 조회 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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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의 모험기

일상을 모험한 기록을 나눕니다 :)

분명 같이 사는 형에게 초대 받아 게스트로 한 두번 나가던 토요일 아침의 축구가 이제는 내 삶의 어엿한 일부로 자리 잡았다. 무미한 일부가 아닌 꽤나 중요한 일부가 되어서 일요일 밤부터 기다린다. 기다리다가 못 참아서 주중에도 공터로 공을 차러 간다.

 

주중에 공을 차러가면 토요일 날 축구에서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는 훈련을 하려 한다. 그렇게 하게된 훈련이 리프팅이다. 나는 덩치가 크고 체력이 좋은 반면, 순간 속도는 느리고 정교한 움직임이 어렵다. 발등으로만 공을 통통 차대는 리프팅 훈련은, 내게 부족한 정교한 움직임과 볼에 대한 감각 그리고 리듬감을 키워줄 것이라고 믿었다. (안정환 선생님 말씀이시다)

 

그래서 한 3주 전부터 공원에 리프팅을 연습하러 갔다. 중고등학교 때 한창 친구들과 뛰어다니며 축구를 하러 다닐 때도 이렇게까지 한 적은 없었다. 제법 열심인 스스로의 모습에 입술을 모아 오~ 소리를 내보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 열심히 추구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했다. 

 

연습 하기 전 여러 영상을 찾아보며 올바른 자세를 찾으려 했다. 나는 늘 내 맘대로 하다가 성장하지 못하면 질려서 그만두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올바른 자세를 숙지해야지 실력이 늘고, 그래야 재밌어서 계속한다. 그렇지 않으면 혼자 잘못된 자세를 반복해서 수행하다 열받아서 그만 둔다. 

 

첫 날 열정으로 가득했던 나는 영상을 찍어가며 나의 자세를 보고 수정해갔다. 1시간 정도의 짧은 훈련이었지만, 처음과 끝이 공연히 다를 만큼 늘어있었다. 뿌듯해서 집에와서 열심히 영상을 편집하고 유튜브에 까지 올리는 열정에 같이 사는 형도 친구들도 나도 놀랐다. 

 

그렇게 호기롭게 시작한 리프팅 훈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열심히 하긴 했는데, 도무지 느는 것 같지 않았다. 유튜브 속 수많은 선생님들이 말해주신대로 하체를 낮추고, 상체를 숙이고, 발등을 피고, 스텝을 밟으며 훈련했지만, 조금만 발전했고 오래 머물렀다.

 

오래 머무르니, 처음 영상을 찍고 편집하던 열정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호기롭게 한달 후에 200개 할거라고, 그리고 비교 영상을 찍어서 올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미리 뿌듯해했는데. 그게 점점 멀어져가는 것 같으니 마음이 뻐근했다. 

 

그래도 말한 게 있으니까, 그리고 결과보다도 꾸준히 해내는 것이 정말 멋있는 일이니까 처음의 열정 만큼은 아니더라도 나가서 리프팅 훈련을 했다. 오늘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똑같은 패턴으로 실수가 나왔다. 분명히 신경쓸 것을 다 신경써서 하는데, 이상하게도 비슷한 실수가 반복되고 편하게 리프팅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잘못한 것 같았다. 그럴 수록 더 열심히 했다. 시선에 신경쓰고, 발등을 펴고, 하체를 낮추고. 조금은 좋아진 듯해도, 이대로는 영상 속 선생님들의 모습에 가까워지지 않을 것이라 직감했다. 

 

한참을 자세와 씨름하다가, 몸에 힘이 빠져버렸다. 그리고 그 때가 희망을 얻게 된 순간이었다. 몸에 힘이 빠지니, 더 정확하게 공의 위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공의 위치를 침착하게 보게 되니, 더 정확하게 발을 맞출 수 있었다. 몸에 미리 힘을 주지 않고,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한 다음 발을 대니 원하는 만큼 공을 차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편안했다.

 

이 편안함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힘을 뺐다. 자세를 위해 힘을 주는 습관이 남아있어서 원래 반복하던 실수를 왕왕 했지만, 힘을 뺐을 때 정확함과 민첩함, 그리고 편안함이 반복되었다. 주어진 정답에 나를 너무 열심히 맞추려던 것이 실수였다. 

 

힘을 뺐을 때 수월하게 되는 느낌을 잊고 싶지 않아서 널부러진 자세로 집까지 걸어왔다. 몸에 힘을 빼니 덩달아 몇달 내내 하고 있는 일들로 인한 머리의 과부화도 한결 가벼워졌다. 오늘 리프팅을 하러간 것도 머리가 너무 아프고 짜증내는 나를 보아서 몸을 움직여 줘야할 것 같아 하러간건데, 리프팅 연습에서 답을 찾은 것 같다. 

 

몸 뿐만 아니라 정신도 확실하게 힘을 빼줘야한다는 것을 온 몸으로 깨달았다. 아무리 무겁고 바쁜 삶을 살더라도, 몸이든 정신이든 힘을 빼고 살아야 정말로 힘을 줘야할 때 줄 수 있다. 그 때 가장 민첩하고, 정확하고, 편안하게 과업을 수행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해 힘을 빼자. 리프팅이든 삶이든. 최선을 위해 열심히 힘을 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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