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 동안 어떻게 보내야 좋을까 고민했어요. 하지만 하루종일 하는 거라고는 먹는거, 티비보는거, 먹는거, 티비보는거...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서 친구와 같이 서점에 다녀왔답니다. 교보문고 '경제' 구간에 베스트셀러 판매대에 놓여 있는 '두번째 지구는 없다' 라는 책을 발견했어요. 이 책은 예전에 트레바리 모임을 알아보다가, 영화 모임의 커리로 선정 된 책이었고 이런 책도 있구나, 하고 스쳐지나가듯이 알게 된 책이었어요. 바로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방송인 타일러 라쉬의 첫 번째 환경 에세이입니다. 방송인 타일러가 한국의 환경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삶의 영역에 침투해 있는 환경 문제는 무엇인지 체감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SG 경영, 비건소비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이 대두된 지금 이 책은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어떤 생각들을 던져 줬을까요?
타일러님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지금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첫번째로 '경제활동의 외부효과'를 고려해야 된다는 것. 어떤 일이 유발하는 환경 오염과 그것을 회복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 이게 바로 환경 문제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오염은 가격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소비자 가격만으로 저렴한 옷을 그저 '더 저렴한 옷'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속임수"라고 말합니다. 몇 번 입고 버리는 옷은 그만큼 환경을 더 오염시키고, 우리에게 더 비싼 대가를 요구하게 됩니다. 저자는 올바르지 않은 소비에 대한 '틀린 가격'이 우리에게 '비싼 값'으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말합니다. 저도 트렌드를 쫓아가지 않고, 오랜 기간 입을 수 있는 에코패션을 지향하는 패션 브랜드의 옷을 사입는 등의 일상 속 작은 실천부터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두 번째로, 환경에 관한 일상적인 용어를 좀더 뾰족한 시선으로 다루고 있는 점에서 생각거리를 던져줍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잖아요. "음? 기후변화? 나쁘지 않은데. 기후는 원래 계속 변하니까." 이런 식으로 말이에요. 하지만 근래에는 기후변화라는 용어가 우리가 처한 실제 위기 상황을 드러내지 않는다며 "기후위기"라는 표현을 쓰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또 저자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라는 표현도 문제의식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것도 "대기오염"이라는 표현으로 바꿔 써야 한다고 말합니다. 두 단어에 대한 심리적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문제를 인정해야 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의 심각도를 꾸밈없이 드러내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요. 저도 일상 속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단어들도,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해서 실제 행동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고기 대신 채식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좀더 '폭넓은 선택지'를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고기 섭취를 줄인다면, 남은 선택지는 빵을 평소보다 2~3배 먹기, 밥에 김만 먹기 등... 고기를 선택하지 않는 대신 편하고 오히려 몸에 좋지 않은 식단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많잖아요. 일상 속에서 채식이 불편하지 않도록 고기 외에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더욱 다양해져야한다 등등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비건을 선택한 많은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기에 이 책 리뷰에 보면 "공감을 많이 느꼈다" "내 이야기인줄 알았다" 등등의 리뷰글이 많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환경 문제를 내 삶의 영역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생각을 많이 해볼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저자는 범글로벌적 차원을 넘어 한국의 환경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의 실체는 무엇일까? 왜 기후위기가 빠르게 다가오는걸까?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등등의 질문들에 가장 현실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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