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O(Fear Of Missing Out):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벤처 투자자 패트릭 맥기니스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다니던 2004년 ‘포모’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교내 신문에 기고했습니다. 포모는 ‘세상 사람들이 나만 빼고 흥미로운 경험을 하거나, 희귀템을 소유한다고 느낄 때 따라오는 상실·불안·압박·소외감’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이 개념은 십여 년 뒤 소셜미디어 확산과 함께 큰 주목을 받았고, 요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용어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줄은 다양한 형태로 보여집니다. 나이키 에어맥스 줄서기, 샤넬의 오픈런, 연차 휴가 내고 아침부터 점심 갈빗집 줄 서는 ‘푸디'가 있죠. 사람들이 자유의지에 따라 가게 앞에 줄을 선다는 건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 또 '줄'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탄생했습니다.
#박재범 #원소주 #팬덤경제
원소주는 지난 2월 25일부터 일주일간 벌인 1차 팝업(임시) 판매에서 소주 2만병을 판매하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여의도 백화점 ‘더현대 서울’ 건물 밖까지 대기 손님이 길게 줄 선 모습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광경이었습니다.
여의도 현대백화점 줄서기와 핫한 인스타그램 반응까지 보여줌으로써, 원소주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요즘 가장 핫한 술’이라는 인식을 한 방에 심어줬습니다. “Jay Park(박재범의 영어 이름)님이 좋아서 왔다, 소주는 원래 맛이 없어서 거의 못 사는데, 원소주는 꼭 마시고 싶었다"는 고객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원소주의 주요 소비 타깃층은 30대 직장인입니다, ‘원소주’의 원은 하나의 의미인 원(ONE), 그리고 승리의 의미인 원(WON) 그리고 소망의 의미인 원(Want)의 3가지 의미를 뜻합니다. 이는 브랜드 슬로건과 이어지며 ‘미래를 WON하여! For the past & To the future’라는 슬로건과 함께 과거를 격려하고 미래를 응원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생산 방식은 22도 감압식 증류 소주이고, 즐기는 방식은 바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오늘의 작은 성공을 축하하며 미지근하게 마시는 것입니다.
박재범이 좋아서, 박재범이 가치를 쏟아 부은 제품에 많은 돈과 시간을 쓸 준비가 된 열혈팬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그들의 자발적 홍보가 박재범과 원소주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원소주=트렌디한 술’이라는 이미지를 남기며 자연스러운 바이럴 효과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테슬라·애플·스타벅스, 지금은 #팬덤 비즈니스 시대
원소주 오픈런 현장은 요즘 떠오르는 비즈니스 전략인 ‘팬덤 경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 열기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볼 일입니다. 다만 서른 다섯살 뮤지션이 소주 사업가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오랜 기간 다양한 콘텐츠로 한국 소주의 가치와 경험을 공유하고, 팬들과 관계 맺어 온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그는 출시 직전까지 원소주 병나발 부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거나, 칵테일 만드는 방법을 공개하며 팬들과 소통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기업이 거액의 모델료를 지급한 스타 연예인을 앞세워 상품 가치를 일방 홍보하는 전통적 마케팅을 벌인 사례와는 상반됩니다. 지난해 10월 하림그룹은 5년 연구 끝에 출시한 프리미엄 라면 모델로 당시 가장 뜨거웠던 오징어게임 히어로를 발탁했지만, 팬덤 효과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스토리와 맥락이 없는 연예인 마케팅은 좀 더 깊은 교감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테슬라·애플·스타벅스의 마케팅 성공 사례를 논할 때 따라붙는 용어도 바로 ‘패노크라시(Fanocracy·팬덤이 통치하는 문화)’입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적당한 품질의 물건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파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던 시대를 지나, 브랜드로 대동단결하는 팬덤 비즈니스의 세계가 활짝 열리고 있습니다.
*출처: 조선일보, 박재범 소주 대박, 이정재 라면 쪽박…팬덤 비즈니스 무엇이 달랐나, 202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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