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지 않는 책의 이유

2025.12.31 | 조회 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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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OH

누군가의 시행착오가 당신의 브랜드에 Oh! 할 인사이트와 움직일 용기를 건넵니다.

독립 출판을 제외하고 나의 첫 번째 책은 <마케팅 뷰자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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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도 내가 브런치에 쓰던 '마케팅 뷰자데'라는 시리즈를 출판사에서 좋게 보아 출간까지 이어졌다. 기존에 있던 글과 새로 쓴 글을 적절히 구성했고, 3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한 권의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

 

첫 공식 출간작이라 공을 많이 들였다. 염치를 무릅쓰고 평소에 연락을 잘 드렸던 전 직장 선배들에게 추천사를 부탁했고, 지인들의 피드백도 적극적으로 받아가며 완성도 높고 상품성도 높은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보였으나 문제가 있었다. 바로 표지였다.

 

팔리지 않는 책이 남긴 가장 비싼 수업료

"책을 표지로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중요한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과거에도, 오늘도, 그리고 미래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을 표지로 판단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나같이 이름 없는 작가가 쓴 책은 표지에 따라 판매량이 크게 좌우된다.

 

표지는 일종의 광고판이다. 수많은 책이 경쟁하는 서점에서 눈에 띄지 않는 표지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나는 '남다르다'는 것에 몰두했다. 기존의 마케팅 책과는 다르게 동물 그림, 그것도 꽤나 이색적인 스타일의 고양이 사진을 표지에 크게 박아 넣었다. 마케팅 입문서로서 흥하는 광고의 3대 조건인 Baby, Beauty, Beast 중 Beast에 해당하는 동물을 넣었다는 명분도 스스로 부여했다.

 

핵심 컬러는 핑크색이었고, 제목은 대부분 처음 들어볼 '마케팅 뷰자데'라는 용어를 썼다. 여러모로 기존의 책과는 완전히 달랐다. 차별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 책이었다.

 

하지만 바로 이것이 문제였다. 대부분의 제품군이 그렇듯이, 다르기만 하다고 해서 책은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독자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한, 차별화는 의미가 없었다.

 

독자의 지갑이 아닌 '브랜드'를 생각했어야 했다

나는 또 하나의 사실을 간과했다. 표지는 광고판이기도 하지만, 독자의 브랜드라는 사실이다.

 

생산자의 관점에서만 차별화를 극도로 끌어올리면, 그것을 어디 가서 들고 다니기 창피한 것이 될 수 있다. 옷으로 따지면 로고는 일종의 광고인데, 그 로고가 광고만을 생각해서 너무 크고 너무 과하면 사람들은 그 옷이 부담스러워 입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독자는 책을 통해 타인에게 그 사람의 정체성의 일부를 보여준다. 나의 책을 들고 카페에 앉아있는 독자는 그 표지를 통해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를 간접적으로 브랜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나치게 튀는 핑크색, 난해하고 이색적인 고양이 이미지, 그리고 생소한 '뷰자데'라는 용어는 독자에게 '이 책을 구매하여 타인에게 노출하는 것이 망설여지는 경험'을 선사했다. 나는 서점에서 '눈에 띄는 책'에만 집중했고, 독자가 '이 책을 자랑스럽게 들고 다닐 수 있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생산자로서의 '남다름'에 대한 집착에 눈이 멀어, 소비자의 '자기 표현 욕구'를  보지 못한 것이다.

 

Oh! 이 실패가 알려준 세 가지 진실

이 값비싼 시행착오(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도 1쇄를 다 팔지 못했다)를 통해 나는 책이라는 상품의 본질과 독자의 심리에 대한 'Oh!'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1. '누구'를 위한 책인지 명확해야 한다: 책의 컨셉과 디자인은 타겟 독자가 "이 책이 바로 나를 위한 것"이라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대중적이지만 깊이 있는 마케팅 통찰을 원하는 독자에게 난해한 표지는 소음을 제공했다.
  2. 표지는 '광고'이자 독자의 '브랜드'이다: 표지는 단순히 이목을 끄는 기능을 넘어, 독자가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이 된다. 독자가 그것을 들고 다닐 때 창피함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3. 차별화는 독자의 이해 안에서 작동한다: 독자가 이해할 수 없는 용어와 컨셉, 난해한 이미지를 통한 차별화는 소통의 단절을 의미한다. 독자의 기존 경험과 통념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만이 의미를 가진다.

 

독자의 다음 행동을 격려하는 작은 제안

이 모든 시행착오 끝에 깨달은 것은, 나의 욕심이 독자의 경험보다 앞섰다는 단순한 진실이었다. 이 깨달음 덕분에 두 번째 책인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는 2쇄를 찍고 현재도 판매 순항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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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그것이 책이든, 서비스든, 콘텐츠든 관계없다. 당신이 열심히 '차별화'를 외치며 만든 그것이, 사용자(독자)의 니즈와 자기 정체성과 충돌하고 있지는 않은가?

 

차별화는 고객의 니즈 그리고 문제 해결과 맞닿을 때에 비로소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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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행착OH

    1
    about 1 month 전

    *정정 안내* 염치를 무릅쓰고 "평소에 연락을 잘 드렸던" 전 직장 선배들에게 추천사를 부탁했고 -> 염치를 무릅쓰고 "평소에 연락을 잘 드리지 못했던" 전 직장 선배들에게 추천사를 부탁했고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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