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는 독서모임의 3가지 특징

읽는 시간: 4분

2026.01.26 | 조회 5.96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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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OH

누군가의 시행착오가 당신의 브랜드에 Oh! 할 인사이트와 움직일 용기를 건넵니다.

<회사 밖 나를 위한 브랜딩 법칙 NAME>을 출간하고 전국을 돌며 브랜딩 강의를 했다. 서울, 청주, 대구, 부산까지. 준비된 강의가 끝나면 의례 그렇듯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이때 꽤 흥미로운 장면이 반복됐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 거의 모든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질문의 주제는 늘 같았다. 바로 ‘독서모임’이었다.

헬로우워크 청주가경점 북토크 중
헬로우워크 청주가경점 북토크 중

3년 넘게 스스로를 ‘평일에는 브랜드 컨설턴트, 주말에는 독서모임장’이라고 소개해왔다. 체감상 ‘독서모임장’이라는 소개가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강의가 끝나면 독서모임을 어떻게 시작하고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자연스럽게 털어놓는 분들이 많았다.

 

10년 넘게 수많은 독서모임을 참가자로서, 진행자로서, 그리고 간간이 운영자로서 참여해왔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모임의 흥망성쇠를 직간접적으로 목격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비교적 높은 확률로 실패하는 독서모임의 특징을 정리해 본다.

 

허들이 없으면 울타리도 없다

대부분 독서모임을 처음 기획할 때 ‘무료’로 시작한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하는데 굳이 돈을 받을 필요가 있느냐는 선의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는 노쇼(no-show)다.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무료 모임에서 당일 불참은 쉽게 일어난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매몰비용’이나 ‘손실 회피’ 심리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비용을 지불한 대상에 더 많은 책임감과 애착을 느낀다. 반대로 '무료 모임'과 같이 잃을 것이 없을 때 약속의 무게도 가벼워진다.

 

두 번째는 운영자의 부담이다. 무료로 운영되는 모임은 삶이 바빠질수록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 생계가 걸린 일정이 생기면 독서모임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린다. 결국 운영자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모임의 밀도 역시 함께 낮아진다.

 

세 번째가 가장 심각하다. 취지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 즉 ‘빌런’의 유입이다(계층적 어원로부터 비롯된 빌런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는 것이 좋지만 쉬운 이해를 위해 부득이 쓴다). 10만 원짜리 모임이라면 그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만 올 확률이 높지만, 무료라면 시간 때우기나 본인 영업, 이성과의 만남 등 본질과 무관한 이유로 참여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딱히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모임 취지에 공감하는 참여원들의 만족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가성비라는 독이 든 성배

독서모임을 기획하면서 ‘가격 대비 높은 퀄리티’를 내세우며 다과나 장소에 신경 쓰는 경우도 많다. 의도 자체는 좋다. 하지만 참여자가 모임을 하나의 ‘경험’이 아니라 제공되는 '물품과 서비스’의 조합으로 인식하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 참여자가 원가를 계산하기 시작하면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교적 고가의 모임에서, 선의로 이디야에서 주문한 커피를 제공했다고 해보자. 그런데 누군가는 “이 정도 비용을 냈는데 스타벅스도 아니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때 생기는 불만은 커피의 질 때문이 아니라, 기대 구조가 어긋났기 때문에 발생한다. 독서모임의 핵심 가치가 ‘대화와 관계’가 아니라 ‘제공물’로 인식되는 순간, 가성비에 대한 기대는 곧 독이 된다.

 

기여할 기회를 박탈하는 과잉 친절

운영을 처음 하는 사람들 중에는 참여자가 최대한 편하게 몸만 오면 되도록 모든 것을 준비하려는 경우가 있다. 특히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처음으로 독서모임을 진행하는 경우, 모임의 절반 이상을 본인의 강의로 채우는 실수를 종종 범한다. 

 

본인의 지식을 하나라도 더 전하기 위한 선의이지만 이런 형태의 모임은 다음 시즌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참여자들은 강의를 들으러 온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하러 왔기 때문이다. 수동적인 청취보다 능동적인 참여를 원한다는 말이다.

 

프로그램 구성도 마찬가지다. 모든 음식이 준비된 상태에서 먹기만 하는 모임보다, 참여자가 함께 요리를 하며 말을 트고 완성된 음식을 보며 성취감을 느낀 뒤 나누는 대화가 훨씬 깊어진다. 사람은 기여했을 때 더 몰입하고, 더 오래 기억한다. 운영자가 모든 짐을 짊어지는 것은 참여자가 느낄 성취감을 가로채는 행위가 될 수 있다.

 

Oh! 시행착오로 얻은 커뮤니티의 진실

결국 성공적인 모임은 운영자가 얼마나 빈틈을 잘 설계하는가에 달려 있다.

  1. 유료화를 통해 심리적, 경제적 허들을 세워라. 그것이 멤버를 보호하는 울타리가 된다.
  2. 물질적 서비스보다 정서적 자극에 집중하라. 다과보다 질문의 질이 본질이다.
  3. 운영자의 권위를 내려놓고 참여자의 몫을 남겨라. 기여할 빈칸이 있어야 몰입이 시작된다.

누군가의 시행착오가 당신의 브랜드에 Oh! 할 인사이트와 움직일 용기를 건넵니다. 당신이 준비 중인 모임에서 참여자가 넘어야 할 허들과 그들이 직접 채워 넣어야 할 빈칸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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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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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uhwa의 프로필 이미지

    Yuhwa

    1
    10 days 전

    ㅎㅎㅎ이디야 커피로 예를 들어주신 부분이 참으로 공감되네요!

    ㄴ 답글 (1)
  • 달리는슈나미의 프로필 이미지

    달리는슈나미

    1
    7 days 전

    유/무료도 그렇지만 책의 수준도 중요하죠. 소위 '그저그런 책'들로 모임을 하면 위와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읽고 그냥 내 체험과 경험을 말하면 되는 수준의 - 감성 에세이, 깊이 없는 소설, 화재성 도서 - 책들은 아무나 올 수 있게 만듭니다. 고전, 난이도가 약간이라도 있는 소설들과 그 소설을 해설할 수 있는 소수의 핵심회원이 있으면 빌런이나 노쇼 같은 일은 잘 안 생깁니다. 10년째 울산에서 15~20명 정도 참석하는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어서 저 나름의 경험을 공유합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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