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9월의 끝자락에 와서 드디어 찬바람이 조금씩 불기 시작하네요. 이번 여름은 정말 더웠어요. 🥵 그런데 기후위기 때문에, 올해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일 거라고 해요. 앞으로는 더 더워질 일만 남았다고요. 😔
오늘날 우리 인간이 맞닥뜨린 거대한 위기를 보고 있자면, 인간의 지난 과거를 돌아볼 수밖에 없게 되지요. 오늘 레터에서는 스피노자의 <에티카>와 함께 자연과 인간의 관계 이야기를 나눠 보아요! 🍀
정교한 오리와 그냥 오리
여기 정교한 기계 오리가 있습니다. 꽥꽥! 🐤🐤
1739년에 태어난 이 오리는 날갯짓을 하고, 수영도 하고, 빵을 먹이면 조금 뒤에 소화를 시켜 건강한 녹색 변도 보는데요. 💩 잘 움직이고, 잘 먹고, 잘 싸고… 정말 살아 있는 오리 같지 않나요?
달리 생각해보면, 구독자님, 이 기계 오리는 살아 있는 오리와 무엇이 다를까요?
아주 유명한 철학자, 데카르트라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끼어들어 답할 거예요.
“아무런 차이도 없다!”
근대를 열어 젖힌 데카르트 왈, 자연이 기계라고?
데카르트에게 동물과 식물은 신이 만든 일종의 자동 기계였어요. 🤖⚙️ 보캉송이 만든 소화하는 오리 기계나, 진짜 호숫가에 사는 오리나 제작자가 다를 뿐 본질적으로는 기계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는 동식물이 다른 사물들과 다름없이 정신을 갖고 있지 않다고 봤습니다. 동물도 식물도 돌멩이나 가로등과 마찬가지로 만들어진 대로 존재하고 움직이는 텅 빈 존재라고 생각한 거지요!
데카르트는 오직 인간만이 영혼, 즉 정신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고 믿었어요.
세계에서 오직 인간만이 이성이라는 특권을 갖고 있습니다. 🤴
따라서 인간은 자연을 해부하고, 알고, 쓰고, 마침내 지배할 권리를 갖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 이러한 데카르트의 생각 위에서 또 다른 근대인, 프란시스 베이컨이 외쳤어요.
“아는 것이 힘이다!” 💪
알아야 자연을 지배하고 마음껏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자연을 영혼 없는, 그래서 우리에게 마음껏 쓰이도록 태어난 존재로 취급하고 성실하게 사용한 덕분에 우리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었어요. ✈️💻
그러나 동시에 그 결과로, 우리가 오늘날 겪고 있는 거대한 위기 역시 부정할 수 없습니다. 자연을 착취해 온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요? 🧨💥
데카르트, 거기 서! 스피노자 나가신다
근대의 철학자들 중에서도 데카르트의 자연관에 반기를 든 사람이 있었는데요!
바로 <에티카>를 쓴 스피노자입니다. 맞아요, 내일 세계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한 그 아저씨예요!
그렇다면 스피노자는 데카르트와 달리 자연을 무엇으로 봤을까요? 동물, 식물, 인간은 그에게 기계가 아니면 어떤 존재였을까요? 이것을 위해서는 약간의 예비작업이 필요해요. '실체'라는 개념에 대해서요.
그런데…🤔
우리가
철학을 좀 읽어볼까, 엣헴, 하고 자리에 앉을 때마다 우리를
가로막는 것이 있습니다.
🤷🤷♂️: ‘아니, 철학자들은 왜 이렇게 같은 단어를 자기들끼리 다 다른 뜻으로 써? 친구도 없나.’
구독자님, 어떠세요? 철학자들이 친구가 없는 건 사실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실체’에 대한 두 철학자의 정의는 크게 다르지 않지요? 😉 스피노자가 데카르트의 실체 개념을 거의 그대로 따르거든요!
데카르트는 자기의 정의에 따라서 신, 정신, 물체를 실체로 봤어요.
… 그런데 구독자님, 잘 생각해보면 좀 이상하지 않나요? ☝️🧐 데카르트는 신이 세계를 창조했다고 보는데, 그렇다면 정신도 물체도 존재하기 위해서는 신을 필요로 하는 거잖아요?
자기
입으로 ‘실체는 존재하기 위해 다른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는데도요!
오직 신만이 진짜 실체다!
스피노자가 가만 있을 리 없지요. 이 부분을 아주 신나게 지적합니다. 🔍
정신도 물체도 스스로 존재할 수 없다면, 신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거라면…
이렇게 무한하고 영원한 실체의 정의를 만족시킬 수 있는 건 ‘신’뿐이라고요! 따라서 신만이 유일한 실체이지요. 💭
그럼 정신과 물체는 뭔가요? 신의 생산물일까요? 아니, 애초에 그 놈의 신이란 또 스피노자에게 무엇일까요? 예수? 부처? 알라? 비슈누와 시바? 그도 아니면 카오스? 가이아나 제우스? 신선? 🌪️
모두 아니에요. 스피노자에게 신은 자연 그 자체예요. 🍃
그리고 이 세계에 오직 신만이-자연만이 홀로 존재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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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럼 우리는 뭐예요? (구독자, 2023)”
“님들도 신입니다. (스피노자, 이런 말 한 적 없음)”
엄밀히는 이렇게 말해야 하겠지만요- 인간은 신 안에 존재합니다. 우리는 신의 일부예요.
🌊 동물🐿️도 식물🌳도 돌멩이🗿도 이 세계의 것들은 모두 그렇습니다.
만물이 신을 품고 있다
스피노자는 어떤 인생을 살다가 그만 이런 특이한 주장을 하는 인간이 되어 버린 것일까요? 😔 바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시도한 결과로 이렇게 되었어요.
(💭: 신을 증명하려는 위험한 시도 같은 건 함부로 따라하지 말기로 약속해요!)
왜 모든 것이 신의 일부이고 신의 본성을 품은 각기 다른 모습들인지, 그는 <에티카>에서 아주 아름답게 증명하지요. 스피노자가 알면 화를 내겠지만, 저희 함께 아주 짧은 부분만 멋대로 쉽게 바꾸어 살펴보아요! 😉
*사실 스피노자는 이 글에서 언급된 모든 대목을 각각 증명하므로, 그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여겨진다면 <에티카>를 직접 읽어보는 편이 좋아요.
🎭~원작: 스피노자, 각본: 레테, 등장인물: 스피노자🧔와 지나가던 불쌍한 사람~🎭
'신이 유한한 것들을 만든 것이 아니라, 유한한 것들이 무한한 신의 일부일 따름이오.'
이렇게 스피노자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자연이 신 안에 있음을 증명했어요.
우리가 스피노자의 철학대로 살 수 있다면
그에 따르면, 신을 제외한 세계의 모든 것들은 각각 어떤 모습으로든 신의 본성을 자연 법칙으로써 표현하는 ‘양태’들입니다.
만물에 영혼이, 영혼을 넘어 신이 깃들어 있다는 스피노자의 철학.
이에 따르면 인간은 데카르트가 말한 것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게 되네요. 우리 모두 다른 사물들과 함께 필연적인 자연의 질서에 속한 존재일 뿐이에요. 🎑
이러한 스피노자의 자연관은 현대에도 주목받고 있어요.
물론 17세기 인물인 스피노자가 만물이 생태계 속에서 평등하다는 등 급진적 생태중심주의자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자연은 이용의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모든 것들 속에 신이 있다는 스피노자의 말은, 근대적 자연관의 결과로 오늘날에 이른 우리들에게 의미심장한 함의를 가져다 주었어요.
w. 레테💭
그리고 이번 달에도 구독자님이 흥미로워 하실 만한 몇 가지의 작품을 벨로니체가 가져왔어요!🤹
원령공주: "너희는 자연의 증오와 한을 알아야 한다."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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