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에서는 아시아 지역 다양한 국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중국 내수시장의 가능성과 미중 갈등의 도전, 최근 일본시장의 인상적인 수익률, 그리고 급격하게 상승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인도의 비상장 시장등이 투자자들의 주 관심사였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을까요? 아쉽던 차에 두 가지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하나는 해외 투자자가 보는 한국 시장에 대한 전망,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해외에 한국을 소개하는 한국인 투자자의 등장입니다.
한국 시장, 재벌 구조조정에 따른 투자 기회 예상
Affinity Equity Partners 의 Kok Yew Tang 은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을 지난 20년 간 투자가 지속되어 온 안정적 시장으로 평가합니다. 또한 최근 30억 달러 이상의 대형 거래(Deal) 가 활발하게 진행된 액티브 한 시장이었고 이러한 긍정적인 모습이 향후 5년 정도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는 재벌(Chaebol) 기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투자 기회를 예상합니다. 재벌 기업의 구조조정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근거로 세 가지를 들고 있는데, 재벌 기업이 너무 많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하는 세계에 맞춘 사업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점, 행동주의 투자자의 등장과 그에 대한 국민연금의 스탠스가 보다 허용적으로 변했다는 점, 그리고 재벌총수들의 나이가 80대에 접어들어 은퇴가 가까운 반면 그 자녀들은 사업을 이어받고 싶지 않아 한다는 점입니다.
Asia Alternatives 의 Rebecca Xu 는 한국경제를 'Chaebol Economy' 라고 정의하며 정치와 재벌의 긴밀한 관계로 인해 주기적으로 재벌 구조조정이 생기며 이는 기업인수(바이아웃) 기회를 제공한다고 언급합니다. 또한 현재 아시아 국가에서 한국 기업이 가장 밸류에이션이 낮다는 점도 투자 기회로 언급합니다.
한국시장의 부정적 측면으로는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이 언급되었습니다. 패널들은 추세 및 설문 등을 종합했을 때 곧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아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이에 관해 Kok Yew Tang 은 한국기업은 기술 활용을 잘 하며 이를 통해 출산율 저하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밝힙니다.
한국 투자자 패널, VIG 파트너스 이철민 대표
한국에 대한 견해를 들을 수 있었던 Asia buyouts 세션 바로 다음 세션인 Asia middle market 세션에서는 VIG 파트너스의 이철민 대표를 패널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국 경험이 있는 패널이 전무한 상황에서 (앞에서 한국시장에 대해 의견을 밝힌 Kok Yew Tang 도 경력의 대부분을 홍콩과 말레이시아에서 보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 토종 운용사로 이야기되는 VIG 파트너스의 등장은 반갑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철민 대표는 한국 시장에서 규제에 따른 Private Credit 의 짧은 역사와 그럼에도 한국에서도 Private Credit 의 수요가 높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뉴욕, 싱가폴, 홍콩과 같은 선진 금융시장에서 경험을 쌓은 한국의 인력들이 한국 금융시장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의 가치창출(Value Creation) 방법에 대한 패널의 질문에 대해서는 K컬쳐 브랜딩을 앞세운 해외 확장 전략과 인수를 통한 시장 지배력 획득 전략을 설명합니다.
인상적이었던 점 중 하나는, 이철민 대표가 K컬쳐와 함께 노래 '아파트'를 언급했는데 홀 안의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이를 알고 있고 웃음으로 반응했다는 점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한국에 친숙함을 느끼고 한국인이라는 점에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특히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마지막 날 행사장 음식에서는 오이김치, 깍두기, 배추김치 이렇게 세 종류의 김치가 제공되었습니다.
홍콩의 회복과 한국에의 시사점
홍콩 금융시장은 상당히 부진했으나 최근 중국 자본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포럼에서도 최근 2년 간 홍콩이 보다 오픈 된 자세를 취함에 따라 활기를 다소 찾았다는 평가가 언급되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많은 운용사 대표/파트너들이 과거 홍콩에서 일했던 경험과 추억을 떠올리며 언급했다는 점입니다. 'CEO 루트'라는 말이 언급될 정도로, 과거 홍콩에서 일한 경험이 많은 투자자들의 경력을 인상적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칼라일 CEO 인 하비 슈워츠까지 섭외할 수 있었던 것에는 AVCJ 의 섭외력과 (당연히) 중국시장의 중요성이 가장 크겠지만, 또 한편으로 홍콩에 대한 추억이 (최근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보다 걸음을 쉽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는 오늘날 한국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현재의 K컬쳐의 가치를 미래가치로 바꾸는 방법 중 하나는 K컬쳐에 대한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K 컨텐츠를 제공하고 한국 음식을 같이 먹는 것은 그 시작입니다. 금융시장이라면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좋은 딜과 좋은 기업 성장 스토리, 그리고 나아가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도 추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쌓은 추억과 신뢰가 한국 자본시장이 어려운 그 언젠가에 힘이 되기를 (이상적인 소망이지만)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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