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 펀드 오브 펀즈 업무의 묘미 (& 회고록)

마흔살을 맞이하며

2024.01.01 | 조회 3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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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의 테크인사이트

샌프란시스코에서 벤처 펀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및 벤처캐피털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4년도 건강하고 뜻 깊은 일이 가득하기를 바라겠습니다! 🐉

저는 12월 말에는 와이프와 아이와 같이 서울에 계신 부모님을 뵈러 갔습니다. 그 후에는 아이치현에 있는 아내의 부모님을 방문하기 위해 일본으로 왔습니다. 이번 여행 기간 동안 1.5살짜리 딸아이가 짧은 시간 안에 폭풍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온갖 단어들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걷기 시작한 것도 여름에 시애틀로 여행을 떠났을 때였습니다. 서울에서 난생 처음으로 눈을 보고 만지고, 처음 보는 음식을 먹어보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을 하는 등, 다양한 새로운 것을 경험한 것이 아이의 작은 두뇌를 자극해 성장을 촉진한 것 같습니다. 

눈이 많이 온 서울
눈이 많이 온 서울

저는 이번 주에 만 40살이 됩니다. 하지만 솔직히 저에게 생일은 그저 또 다른 날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번 40번째 생일은 나름 중요한 이정표인 만큼 그동안 저를 이끌어 온 원동력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이번 글을 조금 사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혹시 관심이 있으시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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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자란 저는 고등학교 1학년인 15살에 밴드에서 기타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홍대, 대학로 등지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그 후 일본에서 음악을 하기 위해 2002년 도쿄의 아오야마 가꾸인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중간에 갔다 온 군복무 중, 2005년에는 이라크에 자원해서 파병을 가게 되었습니다. 이는 저에게 아주 뜻깊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은 골드만삭스 도쿄 오피스였습니다. 컴공을 전공했던지라 인프라 엔지니어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저는 일본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었습니다. 이라크에서의 경험때문에 글로벌 기업에서 일을 하기로 결심했고 운 좋게도 그곳에 취직할 수 있었습니다. 2008년 당시 투자은행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것은 가장 글로벌한 직업이었습니다. 첫 상사는 일본인이나 한국인이 아닌 프랑스인이었고 동료들은 홍콩, 방갈로르, 런던, 뉴욕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입사한 아내를 비롯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재능 있고 좋은 사람들로 둘러싸여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고 사회인으로서의 좋은 토대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약 5년이 지난 후 미국의 혁신 경제에서 스타트업과 VC가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생태계의 일원이 되고 싶었던 저는 시카고 대학교에서 MBA 학위를 받기로 결심했습니다. MBA 과정 중에 스타트업에 도전할 기회도 있었고, 1년간 일주일에 3일은 ARCH Venture Partners라는 저명한 VC에서 일을 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벤처캐피털 업무에 빠진 저는 일본 10대 대기업 중 하나인 Recruit Holdings의 CVC 부문인 Recruit Strategic Partners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스타트업과 펀드에 대한 투자업무를 담당하던 중 펀드 투자에서 좋은 기회를 발견하였습니다. 결국 제 펀드를 설립하기로 결심하였고 GREE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자이툰 부대안에서 찍은 사진
자이툰 부대안에서 찍은 사진

돌이켜보면 저는 인생에서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있었을 때마다 항상 새롭고 흥미로운 기회들이 먼저 저를 찾아왔습니다. 다시 말해, 저는 운이 좋게도 새로운 기회에 둘러싸여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을 운영하시는 제 아버지는 일본으로 출장을 가실 때마다 꼭 어린 저를 데리고 가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미 어렸을 때 일본이 훨씬 더 큰 나라이고 음악적으로도 여러 가지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20-30년전 J-POP의 명성은 대단했었습니다). 육군에서 행정병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육군 인트라넷을 통해 이라크 파병과 관련된 정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행정병이지 않았다면 그런 기회가 있는지조차 몰랐을 것입니다. 골드만삭스에서의 근무를 통해 글로벌한 시각을 갖게 되었고, 세계정세에 대한 최신 정보를 늘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Recruit에서의 펀드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마디로 저는 큰 기회들이 존재하는 곳으로 늘 향했고, 제가 한 일은 그냥 존재하는 기회를 잡는 것뿐이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리스크에 대해 대해서는 비교적 늘 관대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제가 더 큰 위험을 감수할 때마다 보상은 항상 더 컸다는 것입니다. 혼자 가족이나 친구도 없는 일본과 미국으로 이주하고, 걱정하시는 부모님을 설득하여 이라크에 다녀왔으며, 제 펀드를 설립하기 위해 Recruit를 그만두고, 연애 3개월 만에 아내에게 프러포즈를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처음에는 조금 힘들지 몰라도 결국에는 큰 보상이 따라온다는 것을 알았고, 이를 통해 저는 점점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데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채용 면접 중에 한 지원자가 펀드 오브 펀드 매니저로서 제 업무 중 어떤 부분이 가장 보람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멋진 질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펀드 오브 펀드 매니저는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과 함께 일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무언가를 배우고 고민할 수 있다는 게 저의 대답이었습니다. 

저는 종종 사람들에게 벤처 캐피털리스트의 70%는 정말 대단하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창업자, 오퍼레이터, 투자자 등 자신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성취했기 때문에 벤처 캐피털의 설립까지 이르게 됩니다. 제 일은 그들 중에서 최고를 찾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벤처캐피털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저는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항상 가치 있는 것을 무언가를 배우고 느낍니다. 물론 멋지고 훌륭한 스타트업 창업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있고 같이 일하는 펀드 오브 펀드 매니저들과의 교류도 늘 자극적입니다. 즉, 끊임없이 배우고 흥미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30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처음으로 미국 유학을 경험했습니다. 엔지니어에서 투자자로 전환도 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결혼도 하고 한 아이의 부모가 되었습니다. 이미 새로운 일과 흥미진진한 순간들로 가득 차 있었던 30대였지만 전문 펀드 오브 펀드 매니저로서의 지난 3년은 완전히 변혁적인 시간이었습니다. 마치 제 딸이 한국과 일본을 여행하는 동안 단 열흘 만에 급성장한 것과 같습니다. 저도 이제는 조금 더 많은 단어들을 말할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요즘은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고 새로운 기회들이 많이 보입니다. 저는 그러한 기회들을 잡기만 하면 될 것입니다. 이미 몇 가지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곧 다른 프로젝트도 시작할 계획입니다. 2024년은 저희 펀드와 저 모두에게 더욱 흥미로운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몇 년 동안 이 모든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싶습니다. 약간의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그만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한 가지 조심해야 할 점은 이미 매일매일 자는 시간과 잠깐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을 빼면 항상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20대나 30대 초반처럼 수면을 희생할 여유가 없습니다. 

제40세 생일은 그저 평소와 같은 날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10년은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됩니다. 2024년은 그 시작점이 될 것 같습니다. 펀드 오브 펀드 매니저라는 직업을 통해 늘 자극을 받고 새로운 기회에 둘러 쌓여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극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그를 통해 또 새로운 영감을 얻고, 새로운 챕터 개척하기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할 것입니다. I am exc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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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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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리모

    0
    4 months 전

    소소한 개인 이야긱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좋은 글 늘 감사드려요. 올 한 해도 행복과 사랑이 가득하시길~^^

    ㄴ 답글 (1)
  • 이정주

    0
    4 month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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