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하나의 연설, <킹스 스피치>

🎵"살이 좀 쪘으면 좋겠어. 넌 내 마른 몸을 좋아하지만." 자이언티 - Complex

우리는 때론 살면서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숨기고 싶은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들을 바로 '콤플렉스'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혹시 구독자 님에게도 콤플렉스가 있나요?    

오늘 레터에서는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말을 더듬는 스피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이 남자가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었던 방법, 주간적인 영화 리뷰에서 만나보세요.  

아 참! 그리고 한 가지 소식이 더 있어요. daphnekim이 남겨주신 피드백을 통해, 그동안 하나씩 소개해 드렸던 이번 주 볼거리를 앞으로는 매주마다 2편씩 보내드리기로 했어요. 구독자 님도 주간영화에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레터 맨 아래의 피드백 버튼을 통해 남겨주세요. 😆 

콤플렉스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자신의 약점. 흔히들 '콤플렉스'라고 부르는 것들은 영화 속 인물을 설정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영화 속 이야기들은 대부분 콤플렉스 같은 '결핍'에서 시작된다. 

영화 속 인물들에게는 모두 한 가지씩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부모님이 없거나, 어렸을 적 학대를 당했거나, 숨기고 싶은 과거사가 있거나. 영화의 메시지에 따라 인물들은 자신의 결핍을 극복하거나, 결국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곤 한다. 

또한 콤플렉스는 인물의 행동을 관객들이 추정하고, 분석할 수 있게 제시하는 일종의 힌트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한 마디로 콤플렉스는 영화의 모든 시작이자, 영화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설정과 마찬가지다. 

콤플렉스는 공평하다. 사람을 가리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심지어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도 이미 완벽한 위상을 가지고 있는 '왕'에게도 말이다. 영화 <킹스 스피치>는 이런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 반드시 그 콤플렉스를 극복해야만 하는 위치에 서 있는 인물이라면 어떨까?라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시작된다. 

<킹스 스피치>는 아직 왕위에 오르기 전, 요크 공작 시절의 조지 6세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영국 제국의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말을 더듬는다는 치명적인 콤플렉스가 있는 인물. 영화는 조지 6세가 이 콤플렉스를 이겨내는 과정을 담아낸다.  

영화는 '왕'의 콤플렉스가 아닌, 왕의 '콤플렉스'에 집중한다. 자칫하면 제국주의와 그 당시의 시대 상을 미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소재를, 영화는 사회적인 이슈와 개인적인 이슈를 철저하게 분리시켜 국가로서의 왕이 아닌 한 개인으로서의 왕의 모습에 집중한다.      

영화 속 등장하는 '영국 왕실은 회사'라는 표현 등을 통해 영국 왕실의 정치적인 모습을 최대한 배제하고, 왕실의 상징적인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노력도 틈틈이 드러난다. 무엇보다 '국왕'이라는 위치를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로서의 역할로 강조해, 이 이야기가 한 나라의 역사가 아닌 한 개인의 이야기로 소비될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연출 방식도 섬세하다. 

무엇보다 조지 6세의 언어 치료를 맡은 라이오넬 로그의 태도에서 영화의 메시지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로그는 조지 6세를 왕처럼 대우하는 대신, 버티라는 애칭을 부르며 그와 동등한 관계를 만드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로그는 조지를 치료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그를 과거의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는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인다.   

로그는 안짱다리를 교정받고, 왼손잡이에서 오른손잡이로 고치기를 강요 받는 등 늘 다른 누군가의 시선과 사회의 시선에 맞춰진 삶을 살았던 조지를 '해방'시킨다. 버티라는 애칭을 통해 국왕이라는 부담이 큰 사회적 지위에서 그를 자유롭게 하고,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개인적인 문제들을 털어놓게 만든다.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법을 찾는 대신, 트라우마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 로그의 치료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한 편 조지의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상황들은 계속 더해진다. 아버지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왕위를 물려받은 형은 국정에는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왕좌에 올라야만 한다. 모두가 왕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는 지금, 조지는 다시 한번 '마이크'라는 그의 콤플렉스를 마주해야만 한다. 

이 과정 속에서 영화는 조지의 콤플렉스뿐만 아니라, 로그의 콤플렉스도 같이 조명한다. 영화 속에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인물은 조지뿐만이 아니다. 왕이지만 '말더듬이'라는 결핍을 가지고 있는 조지와, 한때 연극배우를 꿈꿨을 정도로 말은 청산유수지만 연극이라는 가상 현실 속에서만 왕이 될 수 있는 로그. 그 흔한 학위나 자격증 하나 없는 로그의 콤플렉스는 바로 열등감을 이겨낸 '자기증명'이다. 

자신에게는 없는, 서로의 것을 갖고 싶어했던 이 둘은 '스피치'라는 과업을 통해 마침내 스스로의 결핍을 극복해 낸다. 그래서인지 완벽하게 스피치를 끝낸 조지 6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로그의 시선에는 단순히 목표를 이뤘다는 성취감뿐만 아니라, '왕'이라는 자신의 꿈을 대신 이룬 조지에게 바치는 일종의 존경심이자 자신의 신념을 증명해 냈다는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의 핵심인 조지와 로그 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엘리자베스 1세 역을 맡은 헬레나 본햄 카터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너무 과하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옅지 않게 분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의 연기가 있었기에 조지의 불완전함이 더 도드라질 수 있었으며 이 '콤플렉스 극복기'라는 서사가 더 풍요로울 수 있었다.  

사실 극적인 연출이나, 드라마틱한 전개를 기대했다면 <킹스 스피치>는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일 수 있다. 조지 6세와 로그의 관계성은 분명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어딘가 조금 밋밋하고 슴슴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연설 장면에서는 먹먹함이 몰려오기도 하지만, 극적인 감정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영화의 완성도는 절대적이다. 콤플렉스라는 흔한 소재를 통해 기승전결이 완벽한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는 것부터, 무엇보다 콜린 퍼스와 제프리 러시라는 배우들의 열연은 한 편의 연기 교과서를 보는 듯 완벽하다. 

글로 이것저것 해보는 콘텐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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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부럽지 않은 게임중독자의 삶을 살고 있다. 

🍿 이번 주 볼거리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한 소녀가 그녀를 지켜줄 소년을 만난다. 이번 주 소개할 작품은 <소년시절의 너>다.

제목만 보면 <나의 소녀시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같은 하이틴 로맨스 영화와 비슷한 계열의 작품 같지만, 알고 보면 상당히 어두운 범죄 로맨스 영화다. 

영화의 주연인 주동우와 이앙천새 배우의 연기를 빼놓고는 이 영화에 대해서 논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젊은 나이에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는 이앙천새 배우도 놀랍지만, 주동우 배우는 이 작품에서 실로 엄청난 연기를 보여준다. 아련한 눈빛과 섬세한 표정 연기로 학교 폭력의 피해자를 완벽하게 연기해 낸다. 

연출도 상당히 감각적이고 마치 독립영화같이 핸드헬드와 긴 정적을 통해 날 것의 감정을 잘 잡아낸다. 사운드트랙도 훌륭하다. 중간 중간 나오는 음악도 좋지만, 메인테마라고도 할 수있는 ‘Drop in the ocean’은 영화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담아내면서 인상에 강하게 남는다.

벼랑 끝에 내몰린 두 남녀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어두우면서도 강렬한 범죄 로맨스 <소년시절의 너>. 새벽 감성에 굉장히 잘 어울리는 영화로 추천한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이제는 변호사의 시대다. 옆 동네 우영우 변호사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새로운 변호사가 우리 곁을 찾아왔다. <천원짜리 변호사>의 컨셉은 분명하다. 코믹과 B급을 활용한 법정 드라마. 우영우보다는 조금 더 일상적이고, 진지함을 견디지 못하는 듯 시도 때도 없이 던져대는 개그들이 툭툭 튀어나오는 작품이다. 

어딘가 나사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치밀하고 냉정하게 사건을 바라보는 변호사 천지훈과 그의 사무실에서 시보 생활을 마쳐야만 하는 백마리. 두 캐릭터의 조합도 좋다. 남궁민은 언제나 그랬듯이 능청스러우면서 비범한 캐릭터를 마치 제 옷처럼 소화해 내고, 백마리 역을 맡은 김지은은 이제야 자신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난 듯 살아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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