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운 아이즈가 부릅니다, 벌써 1년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이렇게 인사를 드린지도 어느새 52번째가 되었네요. 그 말이 무슨 뜻이냐면, 주간영화가 벌써 1주년을 맞이했다는 뜻이죠! (다들 박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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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미래

데미안 샤젤 감독의 <바빌론>은 마지막 5분동안 에드워드 마이브릿지가 촬영한 최초의 움직이는 영상인 '경마'에서, 기술적인 혁신을 이루어낸 <아바타>까지. 100년간 영화가 이루어낸 발전을 몽타주로 보여준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인상깊은 장면인 동시에, 이는 관객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향후 100년뒤의 영화는 과연 어떨까?

생각해보면 영화는 인류의 태생부터 함께해 온 미술, 음악, 문학 등의 예술과는 달리 탄생한지 이제 겨우 한 세기를 넘기는 굉장히 새로운 매체이다. 그만큼 현재 우리가 익숙해지고 ‘영화’라고 받아들이는 이 매체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영역이기도 하다.

길에르모 델 토로 감독은 다가올 미래에 '영화는 게임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영화의 내러티브에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더한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 문학에서는 70년대부터 시도되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자신의 선택에 따라 페이지를 넘기며 (예를 들어 A를 선택하면 78페이지로 가고 B를 선택하면 174페이지로 간다.) 독자가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choose your own adventure’다. 흔히들 게임북이라고 부르던 이 책을 다들 어린 시절 한 쯤은 만나본 기억이 있었을 것이다.

이를 영화에 대입한 케이스들이 생각보다 꽤 있는데 몬트리올의 엑스포에서 공개됐던, 영화를 보던 관객들이 버튼을 누르면 다수결에 따라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작품이 있었는가 하면, 스트리밍의 보급화로 넷플릭스에서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같은 영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논란이 되는 것은 과연 이것을 ‘영화'라고 부를 수 있냐’는 것이다. 관객이 직접 영화의 스토리에 개입해 상호 작용을 한다는 측면 때문에 영화가 아닌 게임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는데 필자는 영화의 뜻인 ‘움직이는 사진'의 뜻을 해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장르들을 영화로 분류해도 문제가 없지 않나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싶다.

내러티브적인 측면 외에도 최근 화두에 오르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VR이다. VR이란 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의 줄임말로, 관객이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닌 영화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에 대해 조금은 의구심을 품게 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VR로 영화를 보면 영화의 아주 중요한 부분인 샷 사이즈와 미장센의 의미가 덜해진는 것이다.

VR로 영화를 보면 연출자의 의도가 아닌, 관객이 화면에 잡히는 것을 정하기 때문에 강렬한 클로즈업 또는 아로노프스키 스타일의 빠른 몽타주 기법을 쓰기가 어렵다. 다만 이를 고려해서 VR과 같은 3차원 세계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시네마틱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이 있는데, 바로 미국의 기발한 인디게임 ‘버지니아’이다.

연쇄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두 탐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게임은 클라이막스에서 주인공이 한 선택에 의해서 벌어지는 잇따른 일련의 사건들을 몽타주로 보여주는데 음악과 함께 영리한 샷 선택, 그리고 카메라 무빙으로 VR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주엔 영화라는 매체의 미래를 같이 생각해 보았다. 사실 영화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리 추측을 해봐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100년 뒤의 영화는 확실히 현재와의 영화와는 다를 것이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갈 때 관객들이 받은 충격이 언젠가 새로운 혁신으로 다시 찾아올 것이고, 새로운 것에 눈을 뜬 관객들의 니즈에 맞추기 위한 과도기가 열릴 것이다.

물론 그때가 되어서도 과거의 창작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영화라는 매체는 계속 발전해나갈 것이고, 앞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다. 마치 일년 동안 꾸준히 사랑을 받은 주간영화처럼 말이다.

지난봄에 시작한 주간영화가 어느덧 일주년을 맞이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얼마나 가려나 싶었는데 벌써 일 년이 지나다니 참 신기할 따름이다. 앞으로도 영화에 대해서 더 많은, 더 깊은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이번 주 볼거리

전 여자친구에게서 받은 상처를 안고 산 지도 어느새 1년이 되어가는 월리스. 그는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샨트리에게 호감을 품게 되는데 문제가 생긴다. 바로 그녀에게는 5년 넘게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

이번 주에 소개할 작품은 <해리포터>로 유명한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첫 로맨틱 코미디인 <왓 이프>다.

AC 뉴먼의 인디풍 음악과 두 주연배우의 귀여운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인데, 특히 중간중간 두 주연의 애드립인 듯한 장면들이 군데군데 있다. 특별한 카메라 무빙 없이 두 주연이 카메라 앞에서 막 떠드는 장면들이 있는데, 대사가 굉장히 자연스럽고 물 흐르듯 흐른다.

게다가 조연으로 애덤 드라이버가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친구로 나오는데, <결혼 이야기>에서 보여준 드라마 연기, <스타워즈>에서 보여준 블록 버스터에 이어서 코미디 연기까지 해내는 걸 보면 참으로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또 하나 독특한 점은 일반적인 할리우드 영화와 다르게 캐나다와 아일랜드 합작영화라서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와 분위기가 미묘하게 다르다. 일반적인 로코는 코미디 또는 로맨스라는 장르에 포커싱을 한다면 이 작품은 엄청나게 웃기지도, 그리고 로맨틱하지도 않지만 잔잔하게 우리를 두 인물의 삶에 익숙해지게 하고 이들을 사랑하게 만든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영화 또한 트렌드다. 항상 우리 주위의 일상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영화에서 트렌드를 빼놓기란 쉽지 않다. 코로나 시국에 맞춰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헤어질 결심>에서 아이폰을 통해 소통하는 해준과 서래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묘한 감정이 든다. 영화 속 인물이 나와 비슷한 삶을 살거나, 나와 같은 취향의 옷을 입는 장면을 보면 왠지 모르게 괜히 영화 속의 세상이 현실 속에도 그대로 나타날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랄까.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역시 이런 '일상'의 것들을 스릴러 소재로 활용한 좋은 예시다. 이 영화는 한 인간의 모든 삶이 녹아있는 기계 덩어리 하나로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하고 망가뜨리는지 휴대폰 화면과 현실을 오가는 연출을 통해 실감 나게 보여준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현대식 공포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발한 스릴러'라는 평은 줄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게 전부다. 소재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무능한 경찰이나 용감한 주인공같이 스릴러 영화의 기존 클리셰들은 변하지 않았다. 현실감 있는 공포를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싶다면 추천하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