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는 왜 이렇게 안 들리는 걸까?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찾은 영화관. 기분 좋게 영화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어딘가 답답한 기분이 들었어요. 바로 영화 속 스크린에는 '이것'이 없었거든요.   

영화관 대신 방에서 OTT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게 익숙해지신 분들이라면 아마 공감하실 텐데요. '이것'은 바로 자막입니다. 넷플릭스를 볼 때면 항상 자막을 켜고 보는 게 익숙했는데, 영화관에서는 자막이 없으니 내가 내용을 맞게 이해했는지 답답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화면 아래쪽으로 계속 시선이 가더라고요.

분명 같은 한국말인데도, 영화에서 들리는 한국말은 유난히 잘 안 들리는 이유.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한국영화, 왜 이렇게 안 들리는 걸까? 

영화 제작 현장을 표현할 때면 항상 빠짐없이 등장하는 대사가 있다. 바로 ‘Lights, camera, action!’이다. 조명도 있고, 카메라도 있는데 사운드는 어디에 있는걸까?

사운드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중요성을 간과한다. 하지만 사운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Clerks (1994)>이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2000)>등 흥행한 저예산 영화들을 보면 화면의 때깔에서부터 저예산 티가 나더라도, 사운드만큼은 깔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영상 때깔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사운드가 좋으면 관객에게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고 관객 또한 시각적으로 느끼는 부족함 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상의 때깔이 아무리 예쁘고,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더라도 사운드가 별로라면 그 영화는 관객과 소통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

여담으로 사운드의 이런 점을 역이용하려고 시도한 영화가 있는데 바로 <한공주>로 유명해진 이수진 감독의 첫 상업 작품 <우상>이다. 이 작품은 극 중 인물들이 놓인 계급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불통을 관객에게도 전달하기 위해, 일부러 배경 효과음을 키워 대사 전달력을 낮췄다고 감독이 직접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제작비를 상당히 들인 상업 영화로서 옳은 선택인진 모르겠다. (결국 평가는 처참했고, 흥행은 망했지만 필자는 상당히 재밌게 관람했다.)

그렇다면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 필수인 영화 사운드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가장 쉬운 것은 처음에 녹음할 때 좋은 사운드를 수음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영화 촬영 현장엔 정말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시도 때도 없이 비행기가 지나가기도 하고, 저예산 영화라서 현장통제가 힘들 경우엔 행인들이 지나가면서 말을 하기도 하고, 심각한 경우엔 하필이면 촬영 날에 근처에서 공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그러면 무수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지고 있는 사운드의 퀄리티가 좋지 않을 경우엔 어떻게 해야 될까? 바로 후시 녹음을 해야 한다. 후시녹음이란 쉽게 말해서 ‘더빙’이다. 후시녹음은 스튜디오에서 화면을 띄워 놓고, 마이크 앞에 선 배우가 영상에 맞춰서 다시 연기를 한다.

할리우드는 현장 음을 많이 쓰지 않고, 70% 정도를 후시 녹음한다고 한다. (물론감독에 따라 다르다. 실제로 타란티노 감독은 후시 녹음을 전혀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배우들은 연기 훈련할 때 더빙도 같이 공부해 성우 활동도 병행하는 경우도 많다. 

재미있는 점은 한국의 경우 70년대까지만 해도 현장 녹음 없이 100% 후시녹음이 일반적이었던 반면에, (그래서 당시에 영화들을 보면 해외 영화를 더빙한 듯한 느낌이다. 배우가 연기한 것에 성우가 따로 사운드를 입히기 때문.) 현장 녹음이 도입된 이후로는 오히려 후시녹음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드리브가 많은 특성 탓에, 배우들에게 후시녹음을 하라고 하면 ‘이걸 다시하라고?’하는 배우들이 많다고 하는 데다가 전반적으로 영화 업계에서 사운드를 크게 신경 쓰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 한국 영화 리뷰에 대사가 안 들린다는 평들이 도배 되기 시작했고, 관객들이 음향 기술의 발전을 요구하기 시작하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앞서 말했던 영화 <우상>을 향한 대중의 혹평을 경험한 설경구 배우는 원래는 거부했던 차기작 <생일>의 후시녹음을 자청했다고 하는 만큼, 업계 사람들의 인식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 개봉되는 웬만한 독립단편영화들도 후시 녹음을 기본적으로 하기 시작했을 정도다.

결국 한국도 사운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발전되었고, 앞으로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할리우드처럼 연기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더빙을 공부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이번 주 볼거리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가 한 살인 사건을 목격하고 그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다.

이번 주에 소개할 작품은 두 시간 반 동안 쉬지 않고 반전이 나오는, 가이 리치 스타일의 군상극 <블라인드 멜로디>다. 이 영화를 소개하는데 가장 힘든 점은 바로 조금이라도 스토리에 관해 설명하려고 하면, 바로 스포일러가 된다는 점이다.

스토리를 제외한 이 영화의 장점을 이야기하자면, 발리우드 영화답게 굉장히 긴 러닝 타임과 귀가 즐거운 중독성 강한 노래들이 많이 나온다. 영화의 메인 테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Naina Da Kya Kasoor'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이기도 하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꽤 좋다. 블랙 코미디, 스릴러, 로맨스, 액션을 모두 적절하게 첨가한 연출도 꽤 좋다. 다만 이 영화의 단점을 이야기하자면, 장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인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큰 틀에서 영화를 볼 때는 정말 즐겁지만, 끝나고 나서 ‘이 장면이 최고였다’라고 남는 씬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코미디 스릴러'라는 장르를 이렇게 잘 활용한 영화는 정말 드물기에 꼭 추천하고 싶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한동안 뜸했던 팀 버튼이라는 이름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대중적인 인기는 잘 모르겠지만, 매니아 층이 분명한 팀 버튼 특유의 음산하고 스푸키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는 충분히 그 기대감을 채워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동안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같은 작품들을 통해 자신이 유년 시절 겪은 내면의 어두운 면들을 꾸준히 영상화해 온 팀 버튼이 마침내 넷플릭스의 자본을 등에 업었다. 전작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에서 나올법한 독특한 매력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해리포터>속 호그와트를 연상케 하는 드라마 속 배경이 되는 네버모어 아카데미, 여전히 기괴하면서 상상력 넘치는 다양한 볼거리들이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무엇보다 주인공 웬즈데이 역을 맡은 제나 오르테가와 그녀의 룸메이트 이니드 역을 맡은 엠마 마이어스의 존재감이 꽤나 인상적이다. 비주얼과 연기력 모두 잡은 두 배우의 합을 지켜보다 보면, 흔한 하이틴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 역할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시리즈 속 등장하는 'Outcast'들, 쉽게 말해 '아싸'들을 대하는 팀 버튼의 철학도 존중받아 마땅하다. 어설픈 배려나 식상한 교훈 없이 이들을 감화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닌 하나의 매력적인 캐릭터로 보는 연출이, 역시 아싸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건 오직 팀 버튼 뿐이라는 말만 연신 내뱉게 만든다.  

글로 이것저것 해보는 콘텐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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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거금을 들여 닌텐도 스위치를 장만해 

남 부럽지 않은 게임중독자의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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