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하면 구독자 님은 어떤 게 가장 먼저 떠오르세요? 흔하게 떠오르는 메소드 연기부터, 배역에 과몰입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았다는 배우들의 인터뷰가 떠오르기도 할 것 같아요.
오늘 주간적인 영화썰에서는 에디터 우기가 준비한 연기론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배우를 꿈꾸고 계신 분이거나, 배우들의 연기에 관심이 많으셨던 분들이라면 흥미가 생기셨을 텐데요. 오늘 레터를 읽고 나시면, 그동안 무심코 봤던 배우들의 연기가 더 새롭게 다가오실 거예요.
감정을 연기한다는 것
세상은 넓고, 연기는 다양하다. 연기가 직업인 배우에게 연기론은 항상 빼놓을 수 없는 숙제와도 같다. 오늘은 내가 최근에 들었던 재밌는 연기론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 싶다. 미국에서 파생된 ‘헬러 방법’이라는, 감정을 표현하는 신박한 방법이다.
일반적인 연기론과 비교해서 설명해 보겠다. 물론 그에 앞서 내가 여기에서 말하는 것이 무조건 옳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혹시 틀렸거나 다르게 생각하시는 독자분이 계시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정을 풀어낼때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과거를 끌어와, 자신을 다시 그때의 상황에 대입시켜서 감정을 끌어올린다. 이 과정 속에서 과거 자신의 트라우마를 자극해 정신적인 고통을 토로하는 배우들도 많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당부하고 싶다.)
헬러는 과거에 자신을 대입하지 않고 ‘감정’그 자체를 끌고 와서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대부분의 배우들이라면 말이 안 된다고 하고, 얕은 방식이라며 고개를 절레 절레 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트라우마를 되살리는 것보다 정신적으로 훨씬 더 건강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필자는 이 헬러의 방식을 써보기도 했지만 나에게 그렇게 효과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의문이 있다. 다만 이는 개인차가 분명하게 있는 것이기도 하고, 필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효과적인 연기론일 수도 있기에 한번 소개해 보고 싶다.
그럼 헬러의 이 방식은 무엇인가? 생각보다 굉장히 간단하다. 몸이 감정을 기억할 수 있게끔 훈련시키는 것이다. 아이돌을 춤을 추거나, 체조선수가 체조를 연습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공연을 하러 무대에 서거나 영상 연기를 위해서 카메라 앞에 서게 되면 몸이 기억해둔, 훈련받은 그대로 움직이도록 만든다.
그러면 과연 어떤 것들을 훈련 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잘하게 많은 주장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헬러가 얘기한 것 중 가장 재밌는 점을 소개하고 싶다. 우리가 일상적이지 않은, 격한 감정을 겪으면 어떻게 되는가?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화내거나, 아니면 중요한 일 직전에 긴장하게 될 때 공통점이 있다. 바로 머리가 어질어질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헬러는 호흡을 격하게 하면서 이 어질어질한 감정을 계속해서 상기시키고 우리가 표현하려는 감정을 입 밖으로 내뱉으라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뇌는 감정과 단어를 결합해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분노가 필요하면 ‘분노’ 를 되뇌고, 긴장이 필요하면 ‘긴장’을 되뇌면 이런 감정들을 끌어올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면서 머리가 살짝 어질해지고 감정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주어진 대사를 읽는다.
그러면 우리 몸은 끌어올린 감정을 대사와 연관되어 기억을 하게 된다. 그렇게 여러 번 대사를 반복하면 우리는 대사에 감정을 실어서 이야기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몸이 기억할 수 있을 만큼 계속 외우면 자동으로 필요한 상황에 맞춰 연기를 할 수 있게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이것은 연기가 아니라 흉내내기에 그치지 않는다고 얘기할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이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연기를 한다’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으면 된 것 아닌가? 그리고 새로운 방법을 도전해 봐서 나쁠 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방법이 자신과 맞는다면, 더더욱 플러스이고 말이다.
✍️에디터 혀기의 Comment:
사실상 배우에게 연기는 예술보다 직업에 가깝다고 말하는 것이 옳은 것 같아 보이네. 연기라는 게 이 정도로 감정 소모가 필요할 줄은 몰랐는데, 에디터 우기가 조금은 달라 보이네 😌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 이번 주 볼거리
"세상 어디에는 흑인 스파이더맨도 있겠지 뭐."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일렉트로가 넋두리처럼 내뱉었던 말은 사실 이미 어디선가 현실이 되어 있었다. 세 명의 스파이더맨이 빌런들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다른 멀티버스에서는 이미 흑인 스파이더맨 마일즈가 스파이더맨으로 성장 중이었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가 훌륭한 스파이더맨 영화로 꼽히는 이유는 비단 첫 흑인 스파이더맨이라는 상징성뿐만은 아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영상미다. 영상의 어떤 장면을 캡쳐하더라도 하나의 그림처럼 만들고 싶었다는 제작진의 말처럼, 애니메이션에서만 구현 가능한 화려한 비주얼이 시선을 자극한다. 때로는 만화책을 넘기는 것처럼 프레임 내에 프레임을 여러 개 보여주는 등, 기발한 연출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마일즈라는 캐릭터의 성장을 위해 그동안 흔하게 (지겹게) 들어왔던 스파이더맨의 서사를 재탕하는 대신, 다른 세계의 스파이더맨들을 데려와 서로의 성장통을 공유하는 스토리도 아주 인상적이다. 우리에게 흔하게 알려진 벤 삼촌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는 재빠르게 나레이션으로 풀어버리고, 우리에게 '이미 알려진' 스파이더맨의 서사가 아닌 '우리가 알아가야 할' 스파이더맨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참고로 영화에 삽입된 OST들이 정말 좋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무심결에 'Sunflower'와 'What's up danger'를 흥얼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글로 이것저것 해보는 콘텐츠 에디터.
구독하는 OTT 서비스만 5개.
최근에 거금을 들여 닌텐도 스위치를 장만해
게임중독자의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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