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INFINITY, AND BEYOND!

🚀TO INFINITY, AND BEYOND! 구독자 님에게는 어린 시절,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추억의 영화가 있나요? 저에게는 <토이 스토리>가 바로 그런 영화에요. 카우보이 우디와 영원한 친구 버즈, 그리고 수많은 장난감 친구들까지. 어른이 된 지금도 토이스토리는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볼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에요.

오늘 레터의 제목 역시, 버즈의 명대사 'To inifinity, and beyond! (무한한 세계, 저 너머로!)'에서 따온 제목이에요. 토이 스토리뿐만 아니라, 제작사 픽사를 상징하는 유명한 슬로건이기도 하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번 주 볼거리를 위해 디즈니 플러스를 들락거리던 중, 오랜만에 익숙한 얼굴을 보게 됐어요! 구독자 님이 오늘 만나보실 영화는 바로 <버즈 라이트이어>에요. 구독자 님, 저와 함께, 아니 버즈와 함께 무한한 세계 저 너머로 여행을 떠나실 준비가 됐나요?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의 여름

‘영화는 너무 재밌게 잘 봤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많은 작품을 수용하기 어려워 아쉽게도 이번 작품은 함께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음 작품 때 연락 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세 번째 거절 메일이었다. 내가 배급하려고 하는 작품은 3주 전 주간영화에서 소개하기도 했던, 내 두 번째 영화 <여름의 끝에서>였다.

물론 내 영화는 사람들이 흔히 보는 상업 장편영화가 아니기에, 배급을 왜 하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단편 영화 배급사와 함께 일하면 여러모로 편한 점들이 있다. 영화제 출품을 지원해 주고, 차후 OTT 서비스에도 등록할 수 있다는 점 등등.

이런 다양한 장점들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배급사와 함께 일을 한다. 하지만 장편영화에 비하면, 단편 영화는 돈이 되지 않기에 단편 영화 배급사들이 많진 않다. 그리고 나는 이미 한국에 얼마 되지 않는 단편 영화 배급사들 모두에게 거절 당했다.

고민이 되었다. 영화의 어떤 점이 문제였을까. 나 말곤 보기에 재미가 없나? 애초에 영화가 재밌었으면 수용하기 살짝 어려워도 그냥 배급하지 않았겠는가?

영화를 더 손볼까 했지만 이미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에 그만뒀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나는 다른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작품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영화는 그대로 두고, 배급해 줄 곳을 더 찾아보기로 했다. 혹시나 영화를 마음에 들어 할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으면서 말이다.

나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기생충도 그랬고 오징어 게임도 글로벌하게 잘 됐는데 내 영화도 그러지 말란 법이 있나?

하지만 해외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은 떨어지거나 아직까지도 연락이 없고 괜찮은 배급사 두 곳은 영화를 배급하겠다고 했지만 선불 금액이 있어서 (솔직히 말하면 수상하기도 했고) 내가 돈을 내면서까지 배급을 하기엔 힘들어서 거절했다.

그렇게 옵션이 얼마 남지 않았고 결국 결정을 내려야 했다. 결국 배급사가 안 해주겠다면 내가 직접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배급사가 하는 일은 영화제 출품과 OTT서비스인데 그걸 내가 직접 못할 건 없지 않나?

그래서 난 영화제 출품을 직접 하기 시작했고, OTT 전문 배급사에 내 영화를 등록시켰다. 그리고 운 좋게도 현재까지 영화제 두 개에 선정되었고 OTT서비스 두 개에 등록되었다. 의외였다. 이렇게 간단할 수 있나 싶었다. 배급사와 함께 해야 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일이 (비교적 순순히) 진행되었으니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기가 원래 예상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모색해 내면 얼마든지 원하는 것을 성취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 영화의 여정은 많이 남았지만 끝까지 이 비교적 순탄함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 이번 주 볼거리

우리의 추억이었던 <토이 스토리>가 돌아왔다...라고 말하기엔 <버즈 라이트이어>는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버즈'라는 캐릭터만 따온 아예 별개의 영화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원작과의 연결고리를 어느 정도 기대하면서 영화를 봤다면 실망이 앞설 정도로 <버즈 라이트이어>는 버즈라는 캐릭터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는 데 집중한다.

솔직히 <버즈 라이트이어>의 줄거리는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심지어 성인에게도 조금 허들이 있는 종류의 이야기다. 빛의 속도로 여행을 할 때마다 다른 사람들만 나이를 먹는다는 타임 패러독스부터 시작해서, 대의를 위해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 옳은 것인지 도덕적인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오랜만에 편하게 추억 여행이나 하려고 했더니, 예상치 못한 복잡한 딜레마에 빠져 머리를 나름대로 쓰면서 봐야한다.

분명히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지만 어느 순간에는 마블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실제로 버즈 라이트이어의 목소리는 캡틴 아메리카 역을 맡은 크리스 에반스의 목소리다) 어느 순간에는 <인터스텔라>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원작 팬들을 사로잡기에는 원작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보기 힘든 독단적인 스토리가 발목을 잡고, 대중들의 시선을 잡기에는 어딘가 어중간한 스토리와 진부한 교훈이 '픽사'라는 이름값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To infinty, and beyond'라는 대사는 아직도 울림이 남는다. 픽사가 향할 무한함 저 너머의 세계는 여기서 끝이 아닌, 이제부터가 시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