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스토리텔링 능력, 이 정도였어? <완다비전>

구독자 님은 어떤 OTT 서비스를 구독하고 계신가요? 아마 마블을 좋아하시는 구독자 님이라면, 디즈니 플러스는 당연히 구독하고 계시겠죠?

😥앗, 나는 마블 팬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괜찮아요! 에디터 혀기가 준비한 이번 주 볼거리, <완다비전>은 마블의 팬이 아니더라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시리즈거든요. 아직도 주말이 멀어 보이는 화요일이지만, 주말을 생각하며 우리 힘내보자구요. 

오늘 주간적인 영화썰에서는 지난 레터에도 소개했던 에디터 우기의 단편영화 상영회 소식을 들고 왔어요. 어떤 소식일지 궁금하시죠? 바로 시작할게요! 

막을 내리며 

내가 두 번째로 연출한 영화 ‘여름의 끝에서'의 상영회가 끝났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수 천 번은 본 것 같지만 큰 화면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영화 후반 작업 중에는 영화를 거의 매일같이 봐서 무뎌졌는데, 아주 오랜만에 보니까 단점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가장 눈에 띈 단점은 사운드, 그리고 호흡이었다.

믹싱도 극장에서 들으니 상당히 어색했고, 큰 화면으로 보니 영화의 오글거림이 배가 된 기분이었다. 게다가 영화가 시종일관 숨 쉴 틈도 없이 정신 사나워서 보는 사람이 어질 어질해질 것 같았다. 나름 개그 코드라고 넣었던 장면들에선 배우들만 빵 터지고, 관객석에서는 침묵만 흘렀다. 

그렇게 지옥 같았던 러닝타임이 끝나자 관객과의 대화가 시작됐고, 유일한 질문 하나 뒤에 상영회는 마무리되었다. 끝난 직후 난 상당히 우울해졌다. 계속 영화를 만들만한 가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이가 들기 전에 빨리 다른 길을 찾아야 하나 싶기도 했다. 어떻게든 살리려고 심폐소생술을 했던 이 영화는 흑역사로 남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보러 와준 관객들에게 인사를 한 뒤 배우들과 제작진, 그리고 지인 몇 분과 함께 근처 카페로 이동해서 담소를 나눴다. 동행한 배우의 지인 중에는 작가 분도 계셨는데 영화의 스토리에서 보완할 점에 대해 도움이 될만한 피드백을 많이 주셨다. ‘저는 이 장면은 진짜 좋았어요!’라고 하시면서 영화의 한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고 하셨는데 그게 큰 힘이 됐다.

촬영감독님께서는 영화가 꽤 괜찮았고 다음번엔 무료로 같이 작업해 주겠다고 하셨다. 그 말도 굉장히 고마웠다.

누군가는 자기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평보단, 부정적인 평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누구나 자기 작품을 보면 이미 단점이 극대화되어서 보인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말하는 장점도 어느 정도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긍정적인 말을 듣지 않으면 정말 밑도 끝도 없이 우울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아도취 하라는것 또한 당연히 아니다. 단점도 들을 수 있어야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이 둘 사이에서 밸런스를 지켜서 얻어 갈 것만 얻어 가는 것이다. 나는 수많은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던 이번 상영회를 통해서 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참고로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평점을 10점 만점에서 6점으로 매기고 싶다. 조악한 완성도를 견뎌낼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장점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 이번 주 볼거리

마블의 스토리텔링은 영화관 밖에서도 빛이 난다. <팔콘과 윈터솔져>, <호크아이> 그리고 뉴페이스인 <문나이트>와 <미즈마블>까지. 마블에서 허투루 버려지는 캐릭터는 있을 수 없다. 특히 <완다 비전>은 마블의 캐릭터 활용 능력이 최정점에 도달한 시리즈다. 

완다와 비전이라는 캐릭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 둘의 서사가 이렇게 짙어질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완다와 비전의 서사가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둘의 비슷한 탄생 배경이다. 인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의식이 없는 로봇도 아닌 비전. 분명 인간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힘을 가지고 있는 완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아웃사이더 같은 이 둘에게 서로의 존재는 자신도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유대감을 줬을 것이다. 

단순히 이런 팬심을 빼고 보더라도 <완다비전>은 여러모로 볼거리 많은 시리즈다. 특히 1950년대 TV 흑백 드라마부터 시작해서, 에피소드가 진행될수록 현대 드라마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연출은 아마 시간이 지나서도 두고두고 회자될 기발한 연출 방식일 것이다. 화면 비율, 배우들의 연기 톤, 심지어 스토리까지 그 시대의 있을법한 시트콤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애쓴 연출진들의 노력이 느껴진다. 

러닝타임이라는 영화의 한계상 짧게 다룰 수밖에 없었던 인물들의 자세한 감정 묘사도 눈에 띈다. 사건 위주로 전개될 수밖에 없었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대신, <완다비전>은 드라마라는 형식을 통해 세밀하게 인물들의 내면을 묘사한다. 느리지만 완성도 있게 인물들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영화의 큰 틀을 위해 생략되었던 못다 한 이야기를 매듭 짓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완다비전>은 그동안 다양한 영화들을 통해 마블이 계속해서 말해왔던, 슈퍼히어로들의 인간적인 내면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시리즈이기도 하다. 마블의 히어로들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개인적인 적대감으로 갈등을 빚기도 하고, 미숙한 판단을 내리기도 하며, 자신의 시적인 욕망을 위해 힘을 악용하기도 한다. 그동안 히어로 영화에서 당연하게 그려오던 뻔한 영웅이 아닌 감정적이고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는, 그래서 더 인간적인 히어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글로 이것저것 해보는 콘텐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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