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님! 지난 주간영화에서도 한 번 소개했었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혹시 기억하시나요? 영화를 보는 순간, 올해의 영화가 될 것이라는 저희의 직감(?)은 역시 틀리지 않았더라고요.
<에에올>은 곧 다가오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10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을 남겼는데요. 그런데 <에에올>의 흥행 비결에는 다름 아닌 틱톡이나 릴스 같은 숏폼 트렌드의 영향도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시다면, 에디터 우기의 주간적인 영화썰에서 바로 만나보시죠. 😉
숏폼 트렌드 속에서의 영화
50년 전의 영화들과 올해 나온 영화들을 비교해 보자.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무엇인가? 촬영, 음향, 특수효과 등 기술적인 부분들도 있겠지만, 필자는 영화의 호흡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호흡은 다른 말로 페이싱이라고도 하며, 한마디로 영화의 진행 속도라고 할 수 있다.
50년 전만 해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였었던 당시의 영화들을 현재 관객들이 본다면 아마 다들 지루하다는 평을 내릴 것이다. 굳이 50년 전까지 갈 필요도 없다.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의 대량 보급과 함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세상이 점점 빨라지고, 사람들의 삶 역시 점점 바빠지면서 사람들은 뭔가에 시간을 쏟기를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짧은 시간 안에 감흥을 느끼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점점 도파민에 중독되기 시작한다. 이런 흐름으로 인해 흔히 말하는 ‘스낵컬쳐’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10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 동안 봐야 하는 유튜브의 대체재로, 최대 6초짜리 영상들만을 올릴 수 있는 Vine이 한때 세상을 지배했고 이후 틱톡이 이를 계승했다. 놀랍게도 단편영화들의 수요 역시 최근 훨씬 급증했다고 한다. 해외 방송국에서도 빨리빨리 송출할 수 있고, 예산이 얼마 들어가지 않는 단편 프로젝트들의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할 정도다.
이런 문화 양상은 단편뿐만 아니라 장편영화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느린 호흡을 가진 영화들을 대중들이 외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9년에 나온 예술영화 <블랙스완>은 대중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약 4000억 원의 수입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 외에도 천천히, 정교하게 드라마를 쌓아 올리는 <아메리칸 뷰티>, <드라이브> 등도 상당히 흥행했다.
그러나 불과 10년 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필자가 굉장히 흥미롭게 봤던 ‘케이트 블란쳇’이라는 현존하는 최고의 배우의 단독 주연작 <타르>, 작품성을 인정받고 흥행까지 한 <쓰리빌보드>를 연출한 마틴 맥도우 감독의 최신작 <이니셰린의 밴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최신작인 <더 페이블맨>, 그리고 데미안 샤젤감독의 야심작 <바빌론>등은 모두 평단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바빌론은 호불호가 갈렸음에도 불구하고 이 네 영화중 <더 페이블맨>과 함께 가장 흥행 가능성이 높지 않았나 싶다.) 흥행성적은 처참했다.
그러나 블록버스터가 아닌 영화중에서 의외로 흥행이 대박 난 영화가 있는데 바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다. 제작비 200억원이라는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보다도 적은 예산, 그리고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1000억원이상의 수입을 기록했다. 그 비결은 바로 입소문이었다.
필자는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 아직까지 이 영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이 작품은 영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초반부터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낼 줄 안다. 젊은 사람들이 만든 영화인만큼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대중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다.
사람들은 틱톡이 젊은 세대를 망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중이 원하는 것이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은 우리가 크리에이터로서 받아들어야 할 점일 수도 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파이더맨: 인투 더 스파이더버스>, 그리고 <기생충>처럼 대중의 니즈에 맞추면서도 깊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시들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이번 주 볼거리
1920년대, 평생을 함께 해온 두 친구 퍼드릭과 콤. 그러나 어느 날 콤은 갑자기 퍼드릭에게 절교 선언을 하고, 점점 더 극단적인 방법으로 퍼드릭을 자신에게서 떼어 내려고 한다.
이번주에 소개할 작품은 <쓰리 빌보드>로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던 마틴 맥도나 감독의 신작인 <이니셰린의 밴시>다.
감독 특유의 힘 빠진 블랙 코미디가 특징인 작품인데 생각해 보면 굉장히 단순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촬영, 미술, 조명 등을 통해 혼신 다해 이니셰린이라는 장소를 구현해 내고 두 주연배우의 훌륭한 연기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특히 촬영적으로 인상적인 점들이 많았는데, 와이드샷을 적절하게 써서 공간과 풍경을 굉장히 다채롭게 표현해낸다.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주연배우들을 포함한 주요 인물 네 명 모두 오스카 후보에 오른 만큼, 연기적으로 상당히 인정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여담으로 대중성이 떨어지는 블랙 코미디임에도 불구하고, 필자와 함께 본 관객들은 거의 1분 단위로 빵 터진 만큼 웬만한 코미디 영화보다도 반응이 좋았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노래에서 가장 흔한 소재가 바로 '사랑'이듯, 영화에서 가장 흔한 소재는 아마도 '삶'일 것이다. 인생에 대한 영화들은 대부분 하나의 교훈으로 막을 내린다. 그리고 대개는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라거나, '한 번뿐인 인생을 즐겨라'라는 식상한 메시지만이 텁텁하게 남는다.
그런 텁텁함에 지쳤다면, 아마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가 답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가 그동안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진정성'이다. 영화는 '이런 인생을 살아라'라거나, 그동안 삶에 지쳐온 이들에게 어설픈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대신, 월터와 같은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서사와 잔잔한 결말로 가라앉은 우리의 마음에 작은 잎을 떠내 보낸다.
글로 이것저것 해보는 콘텐츠 에디터.
구독하는 OTT 서비스만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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