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자 님은 영화의 꽃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배우들의 연기력, 음악, 영상미 등등 정말 많은 분야들이 있지만 오늘 주간영화에서 다룰 이야기는 바로 '편집'입니다. 편집이라는 주제에 맞춰 에디터 우기가 한 가지 영화에 두 가지 편집본이 존재하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와 조스 웨던의 <저스티스 리그>를 분석해 봤어요.
참, 에디터 혀기는 오랜만에 집 밖을 나섰다는 소식이에요. 얼마 전 개봉한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따끈따끈한 리뷰를 준비했는데요. 바로 만나보시죠!

좋은 편집이란
필자의 세 번째 단편 영화 연출작의 (아직도 제목이 미정이다…) 촬영이 한 달쯤 전에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진정한 영화 제작은 이제야 시작이다. 영화가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바로 편집 단계에서이기 때문이다.
여러 명이 협업하는 연출, 연기, 촬영, 음향과는 달리 편집은 정말 고독한 작업이다. 편집 감독과 연출자 둘이 한방에서 길고 긴 시간을 촬영본과 씨름하면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필자는 편집을 직접 하기 때문에 더더욱 고독하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영화에서 편집이 눈에 띈다는 것은 대개 편집이 ‘이상해서’ 흐름이 틀어져 관객의 눈에 띄는 경우가 십중팔구다. 흔히들 눈에 띄면 호평을 받는 연기나 촬영 등의 분야들과는 달리 '잘 된 편집'은 눈에 띄지 않아야 하며, 못하면 그제야 눈에 띄는 가슴 아픈 분야다. 한마디로 잘해야 '본전'인 분야다.
그러면 어떤 편집이 좋은 편집일까? 이 주제에 대한 아주 좋은 예시가 있는데 바로 <저스티스 리그>라는 영화다. 원래 잭 스나이더가 연출해서, 촬영까지 마쳤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하차한 뒤 조스 웨던의 주도 하에 편집을 진행해서 개봉한 영화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팬들은 조스 웨던이 잭 스나이더의 작품을 망쳤다면서 스나이더 버전의 영화를 보고 싶다며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이를 본 HBO가 후반 작업 비용을 지원해주면서 잭 스나이더가 다시 재편집을 맡게 되었다.
그래서 흥미롭게도 같은 영화에 두 가지 편집본이 존재하게 되었는데, 바로 극장에서 개봉한 조스웨던의 편집본 (‘조스티스 리그’라고 팬들이 부른다)과 촬영을 진행했던 잭 스나이더 감독의 편집본 (스나이더 컷이라고 흔히 부른다.)이다.

이 두 편집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러닝타임, 그리고 분위기이다. 두 감독의 편집본은 두 시간가량의 러닝 타임 차이가 난다. 제작사 DC는 두 시간짜리 러닝타임을 원했기 때문에 웨던은 스나이더가 촬영한 분량에서 많은 분량을 잘라 냈다. 예를 들어 통째로 들어낸 씬이 있는가 하면, 씬 안의 디테일들을 자잘하게 잘라내기도 한다. 두 가지 버전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오프닝의 테러 장면을 예시로 들어보겠다.
스나이더컷은 8분인데 비해, 조스티스 리그는 이 씬을 단 4분 안에 풀어낸다. 조스 웨던은 정말 필요한 정보들만을 넣어서 영화를 편집했다. (물론 원더우먼 성희롱 장면 등 일부 씬은 대체 왜 넣은 건가 싶긴 하지만 말이다.) 테러범들의 등장, 계획한 대로 움직이는 모습, 원더우먼의 등장, 테러범들을 제압하는 원더우먼까지. 관객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핵심적인 정보들만 간추렸다.
편집을 공부할 때 흔히 듣는 말 중에 ‘씬의 시작보다 조금 더 늦게 시작하고, 씬의 끝보다 조금 더 일찍 끝내라’라는 말이 있다. 씬이 늘어지면 영화가 지루해지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이런 평가 기준에서 보면 '조스티스 리그'가 더 잘 만든 영화여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굉장히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씬을 자르다 보면 영화가 잃게 되는 치명적인 부분이 있는데 바로 ‘생기’다. 조스티스 리그와 비교했을 때 스나이더 컷은 훨씬 더 길고, 테러범들이 잠입하는 건물 안의 사람들 또는 잠입하기 전 건물의 주변 모습 등 스토리상으로만 보면 잘려도 무방한 디테일들이 들어있다.
그러나 스나이더는 장시간 동안 이런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장소에 생기를 불어넣고 천천히 긴장감을 고조 시키면서 관객을 몰입 시킨다.

두 버전에는 러닝타임 말고도 큰 차이가 있는데 바로 분위기이다. 조스티스 리그는 경쟁사인 마블을 의식해서 밝고 채도가 높으며, 편집이 빠르고 삽입된 음악도 조금 더 흥겨운 곡들로 선곡을 했다.
반면 스나이더 컷은 전작 <맨 오브 스틸>처럼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채도가 매우 낮으며 대비도 높다. 액션도 스나이더 특유의 슬로우 모션을 아낌없이 넣어서 훨씬 더 길게 진행되고 음악도 조금 더 무게가 있는 곡으로 선곡했다.
이렇게 두 감독의 편집한 하나의 영화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 중 객관적으로 ‘옳고 틀린’것은 없다. 하지만 어떤 작품이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는지는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좋은 편집은 무엇일까?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에 대한 수치적인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더 효과적이었어야 할 조스 웨던의 씬들은 너무 빨라서 정신이 없었으며, 오히려 몰입을 해치고 제작사 DC가 너무 암울하고 지루할 것 같다고 판단한 스나이더 컷은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편집도 결국 예술이다. 예술을 수치화할 수 없듯이 좋은 편집에 대한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엔 그 이야기를 가장 잘 풀어낼 수 있는 편집이 좋은 편집이고 편집자는 이에 대한 실험과 연구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이번 주 볼거리

방귀로 시작해서 방귀로 끝나는 영화, 이번 주 소개할 작품은 <스위스 아미맨>이다. 최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유명해진 대니엘스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무인도에서 자살 시도를 했다가 실패한 행크 (폴 다노)가 방귀 뀌는 시체 매니 (다니엘 래드클리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정신 나간 이야기들을 담아낸 기상천외한 작품이다.
영화가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영될 때 초반 5분을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퇴장한 관객들이 많았다는 일화가 있는데 제발 독자분들께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장실 유머에만 의존하는 삼류 작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은 정말 아름답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영화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정말 예쁘고, 몽환적이게 보여준다. 끝나고 나면 멍해질 정도로 여운이 남는 결말도 최고다. 뻔한 결말이지만 풀어낸 방식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독자분들께서 보신 그 여느 영화와도 다를 것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영화, <스위스 아미맨>, 초반이 견디기 힘들더라도 결말까지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채드윅 보스먼의 사망 이후, 마블의 팬들과 대중들은 입을 모아 블랙팬서의 미래를 물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후, 마블은 그에 대한 대답을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에 담아냈다. 국내 개봉 이후 아직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작품이지만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강점은 바로 '비주얼'이다.
설정상 MCU 내 최강국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등장했던 와칸다의 모습이 그다지 임팩트가 없다는 여러 차례의 지적을 의식했는지 이를 갈고 온 듯한 도시의 풍경과 각종 첨단 기기들의 활용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메인 빌런으로 등장하는 쿠쿨칸의 왕국도 마블만의 상상력이 빛나는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채드윅 보스먼의 부재를 채워 넣는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트찰라의 어머니, 라몬다 역을 맡은 안젤라 바셋의 열연은 이번 영화에서 예상치 못한 최고의 발견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블의 작품들을 평가할 때 자주 언급되곤 했던 '미미한 빌런의 존재감'이다. 첫 등장은 화려하지만, 결국 어디까지나 블랙팬서를 성공적으로 계승 시키기 위해 등장하는 한 명의 빌런으로만 마무리된다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이번 영화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와칸다 왕국은 흔들리지 않고 영원할 것이라는 것.
글로 이것저것 해보는 콘텐츠 에디터.
구독하는 OTT 서비스만 5개.
최근에 거금을 들여 닌텐도 스위치를 장만해
남 부럽지 않은 게임중독자의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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