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웨덴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희는 매번 에디터들이 돌아가면서 인사말을 쓰는데 이번 주는 Bani가 쓰고 있습니다. 룬드는 한 주동안 날씨가 제법 후텁지근🌞하게 느껴진 날이 많았는데요, 하필이면 개인적으로 속터지는 일이 생겨서 더욱 덥게 느껴졌답니다. 그런 중에 투센탁이 또 엄청 속터지는 일을 공유해주었는데요, 이참에 '이열치열♨' 특집으로 실어보기로 했답니다. 더운 곳에 계시다면 이열치열이 되길 바라고, 추운 곳에 계시다면 저희 이야기로 조금 따뜻해지시기를(?) 바라봅니다.
뉴스레터의 마지막에는 윙스펜이 휴가 때 읽으면 좋을 책📕들을 몇 권 골라 소개합니다. 휴가지에서 읽으셔도 좋고, 집에서 휴가 기분을 내면서 읽기에도 좋을 것 같아요.
저희들은 약 한 달 동안 휴재기간을 갖고 더 재미있고 알찬 기사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저희도 이야깃거리를 늘 찾아보고 생각하지만 가장 재미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구독자님들이 들려주시는 생생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함께 공유하고 싶은 것이 있으시면 아주 작은 아이디어라도 좋으니 저희에게 제보 부탁드려요.
그럼, 8월에 뵙겠습니다!
휴대폰과 신분증 도난 후... 디지털 생존기
by Bani
도난 당일 "폰이... 없어졌다, 운전면허증과 함께."
코펜하겐에 사는 친구 집들이를 하러 기차를 타고 가는 중, 역에 도착해 길을 찾으려 핸드폰을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바지 주머니에도, 자켓 주머니에도, 가방에도 핸드폰이 없다. 언제부터 없었던 걸까? 기차 안에서 검표를 할 때 휴대폰을 꺼내 보여준 것이 마지막 기억이다. 어디선가 흘린 걸까? 소매치기? 남편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할 수 없다는 자동응답이 나온다. 하... 그렇다면 이건 분실이 아니라 도난이 분명하다. 이렇게 당하다니!🤬
분해서 씩씩거릴 때가 아니다. 핸드폰에 뭐가 있더라… 케이스에 운전면허증이 끼어있었는데 그것보다도 애플페이가 걱정이다. 친구집에 가서 컴퓨터를 빌려 아이클라우드에 로그인을 시도해본다. 로그인해서 해당 기기를 '분실됨'으로 표시해놓으면 그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걸 못쓰게 되니까. 하지만 그 놈의 2단계 인증! (물론 이런 복잡한 인증절차가 내 소중한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것을 알지만…) 아이디와 패스워드뿐만 아니라, 다른 애플 기기로 보내진 인증번호를 입력하란다. 왜 나는 하필 오늘 애플 워치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다른 방법이 없을까? 핸드폰 비밀번호만 풀면 애플페이로 결제하는 것은 일도 아닌데… 결국 은행에 전화를 걸어 애플페이와 연결된 카드를 모두 해지한다. 핸드폰은 내가 산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받은 것이었다. 그 폰에는 회사에서 받은 심카드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e-SIM이 들어있었는데… 놈들이 전화번호로 무슨 일을 할지 모르므로 통신사에 전화해 회사 번호를 차단한다. 개인 번호도 막을까 싶지만 그러면 앞으로 정말 많이 귀찮아질 것 같다. 일단 내버려두자.
운전면허증도 신분증이니 나쁜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을까? 검색을 해보니 Transportstyrelsen에도 신고하고 경찰에도 신고해야한단다. 이 페이지로 들어가서 분실/도난 신고를 하니, '우편으로 신청서를 보내주겠다'는 메시지가 뜬다. 우편으로? 그냥 어딘가에서 양식을 다운받거나 인터넷으로 신청하는 게 아니라 우편으로? 신청서가 부디 최대한 빨리 오기를 기다려보자…
그 다음 할 일은 경찰신고. 분실/도난 같은 경범죄는 스웨덴 주민번호가 있다면 인터넷으로 신청가능하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작성하는 항목에서 국가 선택이 가능한 것을 보니 덴마크에서 일어난 사건을 신고해도 되는 것 같다. 길고 자세하게 작성해서 보냈지만 증거도 없고 외국에서 일어난 일이니 수사할 거라는 기대는 전혀 하지 않는다. 그저, 나중에 보험처리할 때 도움이 될까싶어 하는 것일 뿐…
밤늦게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사진이 아이클라우드에 다 백업되어있는지를 확인한다. 우리 아기 사진 절대 지켜! 다행히 자동백업이 되어있었다, 휴우. 그 다음에 확인하는 것은 현재 핸드폰의 위치. 역시, 친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마지막 위치가 확인되었다. 기기를 '분실됨'으로 표시했다. 기기를 아예 내 계정에서 없애버리면 저놈들이 자유롭게 그 기기를 쓸 수 있게 되니 '분실'로 표시하라는 조언을 따랐다. 이쯤 했으면 필요한 조치는 다 한 거겠지? 일단 자자.
도난 2일차 "인증의 벽"
밤새 이를 바득바득 갈았는지 턱이 아프다. 폰의 위치를 확인해보지만 놈들이 꺼놨는지 변동이 없다. 아침을 먹고 카톡으로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영상통화를 걸어보려 시도해본다. 아이패드에 카톡을 깔고 로그인을 시도했지만 야속하게도 '휴대폰에 설치된 카톡으로 인증을 해야한다'는 메시지가 뜬다. 컴퓨터에도 아이패드에도 진작 좀 깔아두고 인증도 미리 해놓을 것을.
옛날에 쓰던 아이폰을 서랍에서 꺼내 로그인을 시도했지만 2016년형 아이폰에는 카톡이 더이상 지원되지 않는다. 2021년에 샀던 폰이 있었지만 회사에서 새 폰을 받자마자 부모님께 홀라당 드렸던 것이 조금 후회된다. '비교적 최신폰'을 예비로 가지고 있으면 좋았겠구나…
오래된 폰이지만 뱅크아이디(bank-id)는 되는 것 같아 시도해본다. 주거래은행인 SEB 홈페이지에 가서 로그인을 하는데 뱅크아이디가 없으니 OTP 생성기로 인증하고 뱅크아이디를 활성화시키면 될 일이다. 하지만... 안 켜진다!😳 배터리가 나간 것 같은데 검색해보니 은행에 가서 새로 발급받아야 한단다.
아참, 애플워치! 남편이 옛날에 쓰던 구형 애플워치를 물려받아 운동할 때만 잠깐씩 쓰곤 했다. 30분 넘게 운동하면 꺼져버릴 정도로 고물이지만 다행히 내 개인번호로 전화와 문자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 카톡도 연동되어 있어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한줄기 빛이 들어오는 느낌이다. 받아쓰기 기능이 비활성화된 모양인지 메시지를 작성할 수는 없고 음성메시지나 이모티콘만 보낼 수 있다. 친구들에게 음성으로 답장할 때마다 무전을 하는 느낌이다. 새 폰이 생길때까진 이렇게 버텨보자.
결제수단이 전혀 없어서 남편에게 카드를 하나 빌렸다. 스웨덴에 가족없이 홀홀단신으로 살았더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지 모르겠다. 슈퍼에서 장을 보고 나서 카드를 내밀었는데 남편이 비밀번호를 잘못 알려줘서 두 번이나 틀렸다.😩 남편에게 무전을 치듯 연락하고 기다리는데 왠지 서러워서 눈물이 난다.
도난 3일차 "약간의 위로"
회사에 출근해 휴대폰을 도난당했다 말하니 새 폰을 바로 주문해주었다.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바로 대처해줘서 다행이다. 전에 쓰던 것보다 최신 모델📱을 구입해줘서 그동안 힘들었던 것이 조금은 보상받은 기분이다.
은행에 전화해 OTP생성기와 뱅크아이디를 새로 받고 싶다고 말한다. 상담원이 스웨덴 여권이 있으면 집에서도 스캔해서 바로 발급받을 수 있다고 알려준다. 스웨덴 여권이 없다고 하니 다행히 내일 오전으로 바로 예약을 잡아준다.
도난 4일차 "신분증 하나의 무게"
신분증을 챙겨 은행으로 갔다. 담당자를 만났는데 아뿔사... 스웨덴에서 발급된 신분증이어야하므로 한국 여권만으로는 안된다고 한다. 운전면허증은 핸드폰과 함께 사라졌고, 아이디카드는 이미 오래전에 유효기간이 지났지만 면허증이 있어 쓸모를 느끼지 못하고 재발급하지 않았던 상태. 신분증 하나가 없어질 때를 대비해 최소 두 가지는 있어야겠구나... 한국여권과 거주허가카드를 보여주며 사정해보지만 스웨덴 주민번호가 적혀있지 않고 본인들이 사용하는 스캐너는 스웨덴 신분증만 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린다.
과연 우편으로 보내준다는 과연 면허증 신청서는 언제 집으로 오는 걸까? 아이디카드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skatteverket에 부랴부랴 예약을 한다. 다음 날도 가능하긴 했지만 방문 전에 수수료 이체가 되어있어야하고, 타행이체가 오래걸리는 점을 감안해 넉넉히 금요일에 방문하는 것으로 예약한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
도난 5일차 "드디어 첫 희소식"
드디어 면허증 ‘신청서’가 집으로 왔다. 여기에 사진을 붙이고 서명을 해서 우편으로 보내면 된다. 그리고 회사에서 새 폰을 받았다. 야호! 회사 핸드폰 번호도 다시 활성화해줘서 이제 핸드폰으로 ‘정상적’으로 전화를 걸고 받는게 가능해졌다. 애플워치로 무전치듯 전화하던 날들이여 안녕. 개인 eSIM도 새 폰으로 옮기려고 했지만 뱅크아이디로 로그인을 해야 가능하다. 그놈의 뱅크아이디… 일단 신분증만 해결되면 바로 은행으로 달려가리라.
도난 6일차 "셀프 여권사진 대작전"
휴대폰으로 여권사진을 찍었지만 어딘가 이상하다. 미대 나온 친동생에게 포토샵을 부탁했지만 거절. ‘셀프증명’이라는 앱으로 편집하니 그럴 듯하다. 집에 있는 사진프린터로 사진을 뽑아 붙이고 신청서를 우편으로 보낸다. 다음 주 금요일이나 다다음주 초에는 면허증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도난 7일차 "16분의 비극"
Skatteverket에 (정확히는 말뫼에 있는 statens servicecenter) 아이디카드를 만들러 간다. 오늘도 기차는 10분 정도 연착이 되었고, 기차역에서부터 열심히 뛰었지만🏃🏻♀️ 입구를 못찾아 건물 주위를 뱅뱅 돈다.
결국 입구를 찾아 들어가서 등록을 하니 삑!❌ "16분 늦었으니 다시 예약하세요." 드롭인 번호표를 뽑아 기다렸다가 한가해보이는 직원에게 사정을 이야기해보지만 다시 예약하고 오라는 말뿐이다. 밖으로 나와 기차역으로 다시 가는 길. 왠지 억울해서 눈물이 난다. 왜 하필이면 내 폰을 가져갔을까, 그 놈들은?
도난 13일차 "루마니아, 북유럽 도난폰 집결지?"
아침에 아이폰 찾기 기능을 보니 폰 위치가 업데이트 되어있다. 루마니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어느 핸드폰 수리점에 정착한 내 핸드폰. 초기화시켜서 팔려는 걸까? 부품을 떼어내서 쓰려는 걸까? 주소를 검색해보니 북유럽에서 도난당한 사람들이 쓴 글이 많다. 이거, 아주 조직적인 범죄인 것 같은데?
도난 14일차 "디지털 세상 속에서 부활"
간밤에 아기가 열이 나서 어린이집을 하루 쉬기로 했다. 어린이집 출결관리 앱에 들어가서 등록을 하려는데 뱅크아이디가 있어야 한다. 뱅크아이디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많았다니.😦
운전면허증이 픽업포인트에 도착했다는 반가운 편지✉가 어제 저녁에 왔다. 들뜬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고 은행에 전화를 한다. 상담원이 ‘오늘은 안되고 다음 주 중으로 예약이 가능한데 언제가 좋겠냐’고 물어본다. ‘최대한 빨리요. 휴대폰 도난당하고 2주동안 너무 힘들었거든요’라고 살짝 징징대봤는데 이게 통했는지 당장 2시간 후에 올 수 있냐고 한다. 탁쏘뮈케를 몇 번 외치고 전화를 끊는다.
슈퍼에 면허증을 찾으러 간다. 신분증을 보여달라해서 한국 여권을 보여준다. ‘설마 안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이게 내가 가진 유일한 신분증인데…’하며 두근두근 가슴을 졸인다. 다행히 면허증을 건네받았다. 은행에 가서 바로 OTP생성기도 받고 뱅크아이디도 해결! 체크카드도 새로 신청했는데 며칠 걸려서 우편으로 올 거란다. 남편카드를 며칠 더 써야겠지만 그래도 이제 스위시가 가능하다. 야호! 통신사 앱에도 뱅크아이디로 로그인해 eSIM도 옮겨서 드디어 회사 폰번호뿐만 아니라 개인 폰번호도 쓸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우편함인 kivra도 드디어 열어본다. 내가 도난신고를 했던 바로 다음 날 경찰서에서 편지를 보냈었구나. 설마하며 열어보았지만 역시나, 증거도 없고 잡을 수 있을리 없으니 수사를 하지 않겠단다. 내 폰이 지금 루마니아에 있다는 증거가 있고 북유럽에서 털린 많은 핸드폰들이 루마니아의 한 휴대폰 수리점으로 향했다는 증거들이 인터넷에 있는데, 경찰들의 국제수사를 기대할 수는 없는 걸까? 라는 생각도 잠시, 남편에게 꾼 돈을 스위시하며 뱅크아이디를 되찾은 행복을 누린다.😀
일렉트로룩스 냉장고 환불로 화딱지 난 이야기
by 투센탁
여름이 되고 오늘 내일 하던 집 냉장고❄가 고장이 나버렸습니다. 여러 브랜드를 고민하다 주방 캐비넷 크기에 맞는 냉장고를 고르다보니 일렉트로룩스와 삼성 두 가지 선택지가 있더라고요. 고민 중에 스웨덴 경제에 이바지하고자 일렉트로룩스 냉장고를 골랐습니다.
[구매 후 설치]
일렉트로룩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했고요, 다른 전자제품 판매처와 다르게 배송 후 설치 서비스는 없었습니다. 냉장고는 아예 설치 서비스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는 이게 화근이 될지 몰랐죠.) 배송 기사님들은 냉장고만 덩그러니 집 안에 두고 떠났고, 저는 냉장고 박스를 열고 주방 캐비넷 안에 냉장고를 넣었습니다.
그런데 설치 설명서를 아무리 읽고 고치려해도, 요리보고 조리봐도 냉장고가 수평이 맞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A/S 기사님 방문과 고쳐지지 않는 냉장고]
A/S 신청은 일렉트로룩스 웹사이트 채팅을 통해 했습니다. 첫번째 수리 서비스 요청 후 실제 서비스를 받기까지 한 달을 기다려야 했으나, ‘수리 기사님이 오시면 고쳐지겠지🙄’ 하는 희망에 대기 시간도 기쁘게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 요청 후 저희 과실로 밝혀질 경우 1300크로나 서비스 비용을 부담해야 했기에 긴장도 되었습니다. 처음엔 저희가 설치를 잘 못한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기사님이 오고 5분 정도 살펴보더니 ‘아 냉장고는 고칠 수 없습니다, 리포트를 작성해 본사에 안내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1주, 2주가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는 일렉트로룩스...😠
다시 채팅을 열었습니다. 강경한 어조로 팔로업을 요청했죠. 문제를 고치던지 환불을 해줘라. 이 때부터 저희는 환불 요청, 교환 시도를 했으나 챗봇 너머 직원마다 하는 말은 수시로 바뀌었어요. 적절한 대응 가이드가 없는 듯 보였습니다. 결국 환불에 대한 답은 받지 못하고, 두번째 서비스 기사 방문을 한 달 뒤에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첫번째와 동일한 서비스 기사님이 오셔서 15분 가량 열심히 고치려 노력하더니 우리는 고칠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퇴장.🚛💨
참고로 구매 후 14일 이내 박스 훼손없이 보존 시 환불이 가능하지만, 첫째 배송 후 박스를 훼손하지 않고 냉장고를 꺼낼 수 없고, 둘째 A/S 서비스를 기다리는 동안 2주는 벌써 지나버렸죠.
[늦은 대응 - 일렉트로룩스 A/S팀과 수리 업체 간 커뮤니케이션 문제]
냉장고 구매 설치 후 두 달이 흘렀습니다.📆 이 때부터 전화를 하기 시작했지만, 직원들은 ‘안타깝지만 도와줄 수 없고 서비스 기사로부터 보고서를 받아야한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환불 요청에 대한 응답으로는 처음엔 A/S팀에 문의를 하겠다라는 이야기, 아직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는 응답으로 또 몇 주를 보냈죠. 그렇게 3주가 지나고 드디어 서비스 기사가 본사에 보고서를 넘겼고🤯, 본사에서 문제와 해결 방법을 찾았으니 곧 서비스센터에서 수리 방문 예약을 잡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냉장고 구매 후 네 달이 지나서야 세 번째 수리 기사 방문 예약을 잡았습니다🤯. 어떻게 되었냐고요? (^^) 물론 세 번째 방문 후에도 여전히 냉장고는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냉장고 앞쪽에 있는 다리를 교체했지만 1-2센티미터 정도 수평이 맞지 않더군요.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수리 업체와 일렉트로룩스 회사 간 커뮤니케이션과 말도 안되게 긴 서비스 처리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사 직원이 이메일을 실수로 제게 포워딩한 것을 보니, 일렉트로룩스 직원이 수리 업체에 문의한 날짜로부터 실제 답장을 받기까지 무려 한 달이 걸렸더군요👀.
[환불 요청 거부, 소비자 권리는..?]
스웨덴 소비자 보호청Konsumentverket에 따르면 가전제품의 경우 환불 대신 제품 수리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합리적인(reasonable) 횟수까지는 수리를 시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렉트로룩스 직원과 대화를 통해 세 번의 수리 시도 후에도 문제가 고쳐지지 않으면 환불 요청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요. 물론 가전제품 판매처가 이를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
일렉트로룩스 홈페이지와 홍보 이메일을 보면 150일 워런티라는 것이 있는데요. 사실은 일렉트로룩스가 지정한 소매처에서 가전제품을 구매했을 때에만, 제품에 만족하지 않을 시 150일 이내에 리턴할 수 있는 워런티가 주어지고요. 일렉트로룩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하면 안타깝게도 워런티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공식 사이트에서 구매했을 시 혜택이 더 있을 것이라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ㅠㅠ)
[냉장고 구매 후 4개월…드라마의 끝이 보인다…!]
세 번의 수리 방문 실패 끝에 일렉트로룩스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연락이 왔습니다😤. 냉장고를 새 제품으로 교환하거나, 환불하거나 둘 중 하나 선택할 수 있다고요. 당연히 환불을 요청했고요, 전액 환불 후에 냉장고를 수거해간다고 합니다. 냉장고 구매한 지 네 달이 지난 후에야 이렇게 일렉트로룩스 냉장고 드라마가 마무리 될 것 같습니다. 뉴스레터를 편집하는 현재, 아직도 그들은 (열흘이 지났는데도) 냉장고를 수거해가지 않았습니다🤣.
저희의 이열치열 특집이 어떠셨나요? 혹시 스웨덴의 느리고 미숙한 서비스로 인해 답답한 경험을 하셨다면 공유해주세요! 그리고 빠른 해결 방법을 아신다면 (그런 게 있을지는 모르지만...) 팁을 전해주세요!
여름 휴가 동안 읽기 좋은 책 추천📚
by 윙스펜
자, 윗 글들을 읽으며 받은 열을 이제 독서로 식힐 시간입니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인데요, 스웨덴 현지인들처럼 훌쩍 떠날 쏨마스투가(여름별장)는 없을지라도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날 여유는 없을지라도, 날씨 좋은 날 책 한 권 챙겨들고 햇볕 잘 드는 물가에 앉아 독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 괜찮은 휴가가 아닐까요. 여름 휴가 동안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 고민중이신 분들을 위해 북클럽에서 읽었던 책들 중 몇 권을 추천해드릴까 합니다.
***
1. 시선으로부터 (저자: 정세랑, 분류: 장편소설)
한줄 소개: 하와이에서 지내는 세상에서 제일 특별한 제사 이야기
한국 전쟁 직전에 태어나 한국, 하와이, 독일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심시선 할머니는 네 명의 자녀와 다섯 명의 손주를 남겨두고 눈을 감습니다. 절대 내 제사는 지내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채. 그러던 어느 날 첫째 딸 명혜는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선언을 합니다. 엄마 서거 10주년을 맞아 ‘심시선 여사’ 스타일로 제사를 지내자. 엄마가 한 때 이민자로 살았던 하와이에서. 그렇게 가족들은 다 같이 하와이로 떠나 그 곳에서 각자 자유롭게 일정을 보내고 마지막 날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물건을 하나씩 가져와 발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런 제사라면 언제든 환영이지 않을까요?
정세랑 작가의 빼어난 문장력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만으로도 이미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심시선 할머니가 하와이와 독일에서 이민자로서 겪었던 여러 고충들에 같은 이방인으로서 공감할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하와이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들 - 하와이안 댄스 강습🌺을 받는다던가, 서핑을 배워본다던가🏄🏻♀️ 혹은 하와이안 팬케이크🥞를 먹는다던가 - 이 소개될 때 책을 읽는 저도 같이 하와이에 다녀온 기분이 들었죠. 구독자 여러분들도 이 책을 읽으시면서 하와이로 즐거운 간접휴가 다녀오시기를.
2. 지리의 힘 (저자: 팀 마샬, 분류: 인문사회)
한줄 소개: 불안한 국제 정세의 원인과 미래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저희 북클럽에서는 연말 모임마다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좋았던 책을 꼽는 비공식 코너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어느 해 연말 모임에서 압도적인 지지율로 최고의 책으로 뽑혔습니다. 그와 동시에 정말 읽기 어려웠다는 후기도 많았는데요. 워낙 책 안에 담긴 지식의 양이 방대하다 보니 후루룩 가볍게 읽기 쉬운 책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여름 휴가 동안 양질의 인문학 책을 한 권 독파해보고 싶다는 분들께 딱이다 싶어 추천드립니다.
저는 이 책의 원제, Prisoners of Geography,가 이 책의 핵심을 잘 포착했다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전 세계의 대륙과 각각의 나라들이 타고난 지리적 위치로 인해 저마다의 ‘감옥’에 갇혀 그 감옥을 탈피하고자 끝없는 국제 분쟁을 일으킨다는 것이 책의 요지입니다. 실제로 25년 이상 30개 이상의 분쟁 지역을 직접 현장에서 취재하며 국제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저자가 쓴 책이라 정말 자료의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중국, 미국, 러시아, 서유럽, 중동, 아프리카 대륙 등 굵직굵직한 강대국과 대륙들이 한 챕터씩 할애받은 와중에 놀랍게도 한국(!)도 당당하게 한 챕터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의 지리적 위치가 정말 흥미롭다는(대한민국에게 좋은 뜻으로든 안 좋은 뜻으로든…)것이겠죠?
저는 지리에 몹시 어두워서 책을 읽는 내내 구글 지도를 옆에 켜놓고 책에 나오는 나라와 산맥과 강의 위치들을 찾아보느라 평소보다 책 읽는 시간이 두 배는 더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왜 중동에선 끊임없이 분쟁이 일어나는지, 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예전부터 눈여겨 보고 있었는지, 왜 미국이 엄청난 강대국으로 발전한 것인지에 대해 지정학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어 무척 유용했습니다. 덤으로 조금이나마 세계지리에 대해 문맹수준을 벗어나게 되었구요^^ 요즘 끊임없는 전쟁 소식에 불안한 나날들인데 이 책을 통해 같이 통찰력을 길러봅시다.
3.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저자: 비욘 나티코 린테블라드, 분류: 산문집)
한줄 소개: 마음의 휴식이 필요한 당신에게 스웨덴 숲속 승려가 건네는 이야기
스웨덴에서 태어나 명문대를 졸업한 뒤, 26살의 젊은 나이에 다국적 기업에 역대 최연소 CFO에 임명될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저자는 어느 날 홀연히 그 자리를 포기하고 사직서를 냅니다.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불안감에 짓이겨지는 자신을 마주하게 되자 더 이상 스스로를 속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회사를 떠나 조금 더 큰 세상을 보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명상을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태국에서 명상 공부를 시작하게 되고, 그 후 태국 밀림의 숲속 사원에 귀의해 17년간 수행을 하게 됩니다.
그의 법명은 ‘나티코’, 즉 ‘지혜가 자라는 자’라는 뜻입니다. 이 책은 그가 살아 생전 유일하게 남긴 책으로서 숲속 승려로 살아가면서 깨달은 지혜를 담담하고 겸손하게 사람들과 나누는 책입니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바가 없는 숲속 사원과 승려로서 사는 소소한 일상생활도 소개되어 있고, 긴 수행생활을 마치고 다시 스웨덴에 돌아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합니다. 이 책을 읽을 동안 마치 저자가 직접 책을 읽어주는 것 마냥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습니다. 결코 어려운 책은 아니지만 한 문장 한 문장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무게가 있었습니다. 조용한 여름 날 홀로 마음의 고요를 찾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 이 책이 마음에 드신 분들께는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저 / 산문집)도 추천드리고 싶네요. 뉴욕의 잘 나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하루에 길게는 12시간을 말없이 서 있어야 하는 미술관 경비원 일을 하게 된 저자의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입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작품들에 대한 심도깊은 저자의 설명도 함께 실려 있어 책을 읽으면서 마치 뉴욕의 미술관으로 떠난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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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분들의 여름 휴가 독서리스트는 어떤 것인가요? 나만 알기 아까운 책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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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번 호는 진짜 손에 땀을 쥐게 하네요 ㅋㅋㅋㅋ Bani님의 도난 스토리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고, 투센탁님의 냉장고 환불 분투기는 느린 A/S에 저도 분노 지수가 올라가네요. 결국 작은 승리를 얻어낸 결말이 통쾌하네요. 오늘 처음 발견한 뉴스레터인데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발행 응원해요!!
위클리 스웨덴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앞으로도 열심히 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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