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어린이집에 다니는 건 처음인데요

어떻게 연락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어린이집 교사와 연애

2024.07.31 | 조회 4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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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뱉다와 함께 하는 오늘의 글 한잔

당신의 존재의 온도를 딱 1도 높여주는 그런 글 한잔이 되길 바라며 -

나에게는  9월이면 9주년을 맞이하는 남자친구가 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만나 서로의 대학교, 군대, 직장 생활을 때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온 소중한 단짝 친구라고 소개하고 싶다. 누가 봐도 연애를 짧게 하지 않은 우리는 연애 기간을 밝힐 때마다 ~ 정말  맞나 보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이렇게 오래 사귀었다는 것은 관계적으로  위기가 없었다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항상 평탄한  아니었다. 흔히 일말상초’(일병 , 상병 초의 시기를 지칭, 군대에서 연인과 헤어질 확률이 가장 높은 시기)라던가, ‘직장인은 대학생이랑 연애하는  아니다.‘ 라는 말처럼 고등학생과 대학생, 대학생과 군인, 대학생과 프리랜서  각자의 사회적 역할이 달라질 때마다  위기가 찾아왔다. 

   이야깃거리는 물론, 데이트   있는 빈도, 시간대까지도 모두 달라지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에는 이해하며  다른 관계의 모습을 그려갔다. 그렇게 달라진 관계에서도  적응한 우리였기에 남자친구가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직장인이 되는 것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나의 오산이었다. 이번 변화는  모두가 인정하는 가장 힘들었던 적응이었다.  어려움의 원인은 바로연락의 부재였다. 어린이집의 특성상 교사는 거의 하루 종일 연락을 하지 못한다. 누군가는 핑계야, 연락할  잠깐의 틈도 없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말해보건대  잠깐의 틈이 없다.

    담임교사의 경우 9시에서 4 정도까지 아이들을 본다. 오전부터 아이들을 맞이하는 오전 당직이라면 아침 7 30분부터, 오후까지 아이들을 돌보는 오후 당직이라면 퇴근하는 오후 6, 7 30분까지  아이들을 본다. ,  시간 동안은 핸드폰을   없다. 아니, 핸드폰을 보  된다. 

   교사와 함께 일과를 보내는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몸과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시라도 눈을 떼면 어딘가 부딪혀 다칠  있다. , 아이들 간의 의견 갈등이 나타나 물거나, 할퀴거나, 때리는 상황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하물며  아이들이 1, 2명도 아니고 연령에 따라 최소 3명에서 많게는 24명까지 본다. 

   그렇기에 교사가 시야에 아이들을 두는 것을 업무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업무이다. 교사가 핸드폰을 하다가 앞에서 아이들이 다치는  문제 상황이 생기는 경우에는 방임이라는 학대  하나로까지   있다. 그렇기에 핸드폰을 한다는 것은  업계에서는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선생님 유진이가 저 때렸어요 (엉엉)
선생님 유진이가 저 때렸어요 (엉엉)

   그렇다면,  안타깝게도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어린이집 교사는  시간 동안 모든 연락이 두절된다. 물론, 아이들이 낮잠   조금의 휴게시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이 쉬지 못한다.  시간만이 아이들을 보지 않고 온전히 알림장으로 부모님과 소통하고 서류를 해치울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아( 3~5)반이라면? 아쉽지만 유아는 낮잠을 자지 않아 낮잠 시간조차 없을 확률이 높다. 

   다른 관계라면 모르겠지만, 연인과의 연락은 이별 사유가  만큼 중요한 요소이다. 소셜데이팅 업체 이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혼 여성의 70%, 남성 49% "사랑의 크기와 연락 횟수는 비례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연락을 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그만큼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실은 9년을 사귀면서 신뢰를 다져온 우리 또한 비껴가지 않았다. 덩달아  직장 생활이라는 점도 한 몫했다.  미숙함 때문에 모든 일에 더딜 수밖에 없었다. 일과 중에  짬짬이 나는 모든 시간을 할애하고  뒤에도 퇴근 시간 이후에도 야근하며 일을 했다. 퇴근하고 나서는 긴장이 풀려 눕기 바빴다. 아침에 출근한다던 연락과 저녁에 퇴근했다는 연락밖에 못하던 것이 그조차도 뜸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취업을 기점으로 급작스럽게 연락이  끊기니 남자친구는 당연히 서운함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도 연락 하나 없고.”, “오늘 엄청 연락이  됐어….”라는 말이 반복되었다. 나의 답은 정해져 있었다. “미안해. 연락할게.”라는 정답을 말했지만, 때때로는 나도 그 못지않게 서운했다.  ‘나도 일이 바빠서 못하는 것뿐인데,  이해를  해주지? 나는 군대까지 기다렸잖아!!!’이란 마음이 불같이 솟구쳤다. 

   하지만, 서로의 의견을 내세우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그것은  관계의 균열을 예기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럴  해야 하는 사랑의 방법은 노력임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비비며 6 53분에 지하철을 타면서도 출근 이라고 카톡  줄을 보내고, 오늘은 견학이 예정되어있으니 평소보다도 연락이   것이라고 전날 통화하며 말했다. 무엇보다 지쳐 아무 말도 하기 싫은 날이어도 어린이집의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친구를 위해 특수한 직장에서의 생활을 매일매일 공유했다. 

   그러한 시간들이 쌓이다 보니 남자친구도 어린이집 직장 생활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점점 소통 공백에 따라 여자친구 일정의 빡셈 정도까지 파악할  있게 되었다. 나도 일에 적응해가며 어느새 낮잠 시간에 카톡   보낼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일상에서 열심히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일이 끝나면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어느 직장인이든 바쁠  연락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린이집 교사의 연락은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  힘들고 어려운  같다. 하지만, 연락을 못하는 만큼 남자친구에게 오늘도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말을 들으며 , 어떻게 그렇게 일해? 진짜 멋지다라고 일잘러(일을  하는 사람) 인정받을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늘도 나는 연락이 뜸하다. 하지만 우리가 쌓아온 시간 속에서 남자친구는   뜻을 가장  알고 있다. 내가 연락을  하는 까닭은 일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러니 당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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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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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빌

    0
    3 months 전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신뢰와 사랑, 추억이 만들어낸 결과일까요. 참 좋은 모습입니다^^

    ㄴ 답글 (1)
  • 인사피어

    0
    3 months 전

    사랑을 조금씩 예쁘게 다듬어 가시는 모습이 너무 예뻐요. 어린이집 교사도 피할 수 없는 연인간 연락문제를 이렇게 예쁜글로 표현해 주시니 다음글도 너무 기대가 됩니다! 푸실님 같이 예쁜 어린이집교사라니!!👏🏻👏🏻👏🏻

    ㄴ 답글 (1)
  • 반려산소통

    0
    3 months 전

    오랜 시간만큼 신뢰가 쌓인 관계라니 너무 아름답네요. 그 관계를 타고 이런 멋진 글도 쓰시고요. 🥰

    ㄴ 답글 (1)
  • 쓰니신나

    0
    3 months 전

    어떤 고난이 와서 흔든대도 흔들리지 않을 커플이네요! 일상을 알리는 한 줄 톡. 너무 좋아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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