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기도'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공동예배에서 누가 대표기도를 하거나 합심기도를 할 때가 아니면 개인적인 기도는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는 그것이 정직한 고백입니다. 하지만 저는 기도에 게으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도 게으르지 않다고 자부합니다. 시간을 정해 눈을 감고 바램과 소망을 말로 하거나 생각으로 하는 기도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만, '쓰는 기도'를 꾸준히 합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생각을 가끔 합니다.
돌이켜보면 어릴 때부터 기도에 대한 열등감과 갈망이 있었고, 그래서 기도를 '잘' 해보려고 이런저런 방법을 많이 시도하고 귀동냥도 많이 하고, 책도 제법 봤습니다. 그런데 배울수록 쉽지 않았고,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 과장 같기는 하지만 기도를 하려 할수록 괴로움이 커졌습니다. 그러다 10년 전부터 업무의 일환으로 기도문을 쓰게 되었고, 쓰려니 여러가지 기도문을 수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이게 나에게 딱 맞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가 기도를 쓰면서 한다는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들어본 적은 없지만, 전해져 오는 기도문이 이렇게 많으니 이것도 하나의 전통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더 쓰다보니 제가 기웃거리며 줏어들었던 기도에 대한 지식들이 저의 기도 쓰기에 점점 적용되고 발전해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작년 여름쯤 일하고 있는 청어람에서 처음 쓰는 기도 모임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쓰는 기도 학교도 열어야겠다고 궁리하며 커리큘럼을 스케치하다보니 얼추 책의 목차 같은게 나왔습니다. '어? 이거 책도 되겠는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어느 출판사에서 기도문과 기도 쓰기에 대한 책을 써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책을 써보라는 말도 들었고 넌지시 제안을 받은 적도 있기는 하지만 저는 책을 쓸 마음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제가 어제 생각한 구상과 딱 맞는 주제를 이렇게 구체적으로 쓰자고 하니 '어 이게 필연적 우연(a.k.a 하나님의 뜻)이라는건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알 수 없는 용기가 솟아 단번에 쓰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책을 쓸 마음이 없었던건 몇가지 이유가 있지만, 제 게으름과 집중력 부족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알 수 없는 용기는 잠깐이고, 이어지는 집중력은 제것이 아니었지요. 올 봄까지 쓰기로 한 원고를 쓰지 못한채 시간이 너무 흘렀습니다. 팔자에도 없고, 소명도 아닌게 분명한데 괜히 끙끙대지 말고 그냥 못쓰겠다고 할까 하는 고민이 들었는데, 또 알 수 없는 용기가 솟아나고 말았습니다.
결국 스스로를 얽어매고 족쇄를 채우지 않으면(a.k.a 마감) 안되겠다 생각해서 뉴스레터를 만들어 스스로 마감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뉴스레터를 써서 연재를 해보려 합니다.
첫 원고는 6월 3일 월요일에 발송 합니다. 월결제이기 때문에 유료 구독은 6월 1일부터 신청할 수 있도록 열겠습니다. 구독자가 좀 생기면 그전에 한두번쯤 메일을 발송할 예정입니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시작해봅니다. 뉴스레터!
마음담아, 박현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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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나무
폭풍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보내 주시는 글을 통해 자극 받아 저 역시 기도에 게을러지지 않도록 애써 보렵니다. 겁나 기대됩니다~
쓰는기도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기도가 자라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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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현
오 너무 좋아요-ㅠㅠ 쓰는 기도라니… 기도 안하는 1인이라 보면서 배우고 싶어서 탑승합니다. 기대돼요!!!
쓰는기도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기대한대로 부담이 팍팍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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