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를 직업으로 생각하는 당신에게! [차현정]]

2024.04.02 | 조회 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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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괜찮다

<같이 써요, 책> 챌린지에서 만난 여러 명의 작가들이 써내는 매일의 일상을 공유합니다.

 

'주식을 하면 급속도로 망하고 상담공부를 하면 천천히 망한다’는 오래된 소문을 상담공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거다. 이런 소문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진실을 당면하기 전까지는 상담사가 되려고 진입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이 학문은 상당히 매력이 있다. 그래서 재정적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진입한다.

일단 과거의 나처럼 마음이 아팠던 사람,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또 경력단절 여성들이 재취업을 위해 기웃거리기 쉬운 직종이기도 하다. 상담은 또 겉보기에 상당히 흥미로워 보이나보다. 현재 재학중인 교육대학원만 해도 멀쩡히 교과를 잘 가르치던 교과교사들이 상담교사가 되겠다며 업종 변경을 위해 다시 진학한다.


나는 가족상담 석사를 이미 취득했는데 다시 상담교사가 되겠다며 교육대학원 석사 과정에 다시 진학했다. 가족상담 석사를 취득하고 각종 국가 자격증과 학회 자격증까지 취득해서 업계의 허리까지 들어왔음에도 상담사로서의 경제적 안정성에 불안을 느껴서다. 내 입장을 말해보라면, 나는 자신을 살필 목적으로의 상담공부는 추천하지만 직업으로의 상담은 매우 비추천 하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상담을 공부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비용은 매우 많은데 초심 상담사가 벌수 있는 임금은 200~250만원 언저리의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수요보다 공급이 넘치는 레드오션이라 취업이 쉽지 않다.


나 같은 경우도 석사 졸업 이후 박사로 바로 가고 싶었지만 교육 대학원 석사 과정에 다시 진입했다. 박사 공부가 나의 수입을 보장해주지 않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박사와 한국 상담심리학회와 한국상담학회 1급 자격증을 취득해도 수입의 안정성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전문가들도 넘치고 경력도 인플레이션 상황이라 경쟁구도가 펼쳐진다. 이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 사업적 수완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나도 상담이라는 일로 돈을 버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상태에서 임금적 안정성을 갖기 위해 상담교사라는 타협지를 선택했다.


상담업계는 내담자들을 상담해주고 받는 돈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좋게는 도제방식의 수련과정, 조금 적나라하게는 피라미드형 구조로 학회의 자격증을 따기 위한 수련과정으로 인한 수익으로 돌아간다. 공공기관의 임금은 위에 말한것처럼 매우 박한데 반해 수퍼바이저가 되면 후배들이 자격증을 따기 위한 수련 과정을 제공하고 돈을 번다. 이것이 상담수요를 통한 돈벌이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외부 수요보다 내수 시장으로 돌아간다는 자조적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나는 이미 가족상담 석사를 졸업했고, 상담심리사 2급과 청소년상담사 2급, 사회복지사1급을 취득해서 공인된 자격을 가진 상담사가 되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부터가 상담에 있어서는 본격적인 시작점에 선 느낌이다. 상담이라는 이름을 달면 무급이라도 경력을 쌓겠다는 사람이 줄을 선다. 상담 업계는 이 진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초보 상담사들을 무급으로 부려먹으려고 한다. 나 역시도 이런 업계의 부당함 앞에 상담사로 생존하기 위해 교육대학원을 선택했다. 정확히는 교사가 되고 싶다기보다, 상담으로 먹고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에 가깝다.


상담은 확실히 자기 자신을 치료한다. 그리고 타인의 치료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은 마치 마법을 보는 듯 감동적이다. 그래서 상담은 참 매력적인 학문이다. 이렇게 재정적으로 망하기 쉬운 구조인 것이 이제 알려질만큼 알려졌는데도 상담공부를 하겠다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유입될만큼. 상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상담사가 되는 걸 뜯어말리는 입장이 되긴 했지만 나도 이 학문에 중독된 건지도 모른다. 여전히 각종 워크샾과 공부모임으로 일상을 채우며 교육대학원까지 다시 진학을 했으니까.


누군가 상담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일단 상담을 먼저 받아보길 권한다. 그리고 상담 업계가 재정적인 불균형이 존재하고 초심 상담사에게는 잔인하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상담사가 되고 싶다면 그때 진입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아직도 초심 상담사이긴 하지만 “안녕하세요 상담심리사 차현정입니다.”라고 말하기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 재정의 투자가 있었다. 상담으로 수익을 내고 싶다고 열망하는 순간 당신은 좌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진실을 알고도 상담사가 되려고 한다면 그제야 당신은 직업으로서의 상담을 대할 준비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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