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 AI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AI 교육도 했고, 툴도 깔아줬는데 왜 아무것도 안 바뀌는 거야?"
"저 회사는 어떻게 저런 성과를 낸 거지? 우리도 AI 쓰는데 왜 우리만 이러는 걸까?"
현장에서 AX 과제를 맡아본 분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질문들입니다.
저도 금년도 AX팀에 합류한 뒤 이 고민이 컸었어요. 그러다 최근에 무신사의 AX 전략을 직접 리서치 해본 뒤에 실마리를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전사 AI 문화를 만든 기업들의 공통점은 바로 "전사 도입의 순서를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볼게요.
1. 전사 선언 전에 '성과 증인 1명'을 먼저 만들어라
저희 회사에 디자인 직군으로 일하는 분이 있어요. 과거에 개발자로 일한 경력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홈페이지 디자인 개편 작업을 맡게 되셨습니다.
그 작업이 보통이라면 2일이 걸렸을 작업이었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분이 클로드코드와 오픈클로를 활용해서 20분 만에 그 작업을 끝내시더라고요. (보안적인 이슈 때문에 Doker 안에서만 작업하고 테스트 서버로만 진행하셨어요.)
그걸 따로 발표도 하셔서 어떤 전략을 취했는지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AX팀 소속인 저보다 더 기술적으로 뎁스있게 들어가셨더라고요.
사실 그분은 사실 디자이너일 뿐 AI 전문가는 아니셨어요. 단지 기술 배경이 있는 디자이너가 먼저 성과를 증명했다는 것이 포인트였습니다. 그리고 주목할만한 건, 무신사도 정확히 같은 순서를 선택했다는 거였습니다.
[WHY] 왜 전사 선언보다 성과 증인이 먼저여야 하나요?
무신사는 "AI 리터러시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선언한 기업입니다. 2026년 4월에는 OpenAI가 직접 무신사 CTO를 초청해 "코덱스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 무신사의 AI 네이티브 운영 체계" 세미나를 열었을 만큼 국내 커머스 AX의 선두 기업으로 꼽히죠.
그런데 무신사의 AX 실행 순서를 들여다보면, 전사 선언 훨씬 전에 먼저 한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전사를 대상으로 "AX할 과제를 모든 부서별로 제출하세요."라고 한 게 아니라, 전사 중 '테크'부서부터 시작한 것입니다.
Claude, Cursor, Junie, Codex를 테크 부문 개발자 전체에 먼저 도입하고, 거기서 수치를 증명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AI 후기 요약 기능 적용 후 단 2주 만에 주문량이 20% 증가하고 전환율(CVR)이 13% 상승했습니다. 뷰티 카테고리 개인화 추천만으로 상세 페이지 조회수가 2.7배 이상 올랐고, 구매 전환율은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 성과가 먼저 증명되었기 때문에 전사 선언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선언이 먼저가 아니라 '실제 그 선언을 뒷받침할 설득력 있는 사례가 있는가?'가 핵심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될 경우 조직은 더 움직이기 쉬운 태세를 보일 수밖에 없죠. 이미 증명된 케이스가 있으니까요.
[HOW] 팀 안에 성과 증인을 어떻게 만들 수 있나요?
1) AI를 이미 잘 쓰거나 기술 배경이 있는 AX 잠재력을 가진 인재를 먼저 찾으세요.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과거 개발 경험이 있거나 기술에 친숙한 사람이 팀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도 비개발자 출신이지만 AI를 활용한 웹 개발로 이전 회사에서 4,500만원의 비용을 절약해 보기도 했어요. AI가 가장 극적인 시간 단축을 만들 수 있는 업무와 사람의 조합을 먼저 찾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2) 극적인 수치를 만들게 하고, 내부 공개하세요.
성과 증인의 장면은 알아서 퍼지지 않습니다. 발표 자리를 만들거나 사내 채널에 "이렇게 해봤더니 이렇게 됐어요"를 올리게 해야 합니다. 수치가 극적일수록 좋아요. 임원이 시켜서가 아니라 "나랑 비슷한 동료도 해냈네?"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3) 전사 선언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성과 증인이 생기기 전에 전사 AI 문화를 선언하면 공허한 구호가 되기 쉽습니다. 무신사가 "AI 리터러시는 필수"라고 선언할 수 있었던 건, 이미 숫자로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2. "모두에게 동일하게"는 아무도 변화시키지 못한다
전사 AI 문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조직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있습니다.
모두에게 동일한 AI 교육을 시키는 것입니다.
ChatGPT 사용법 교육, 프롬프트 작성 워크숍, AI 리터러시 사내 강의... 이런 프로그램들이 왜 효과가 약한지 아직도 의문인 분이 많습니다.
[WHY] 왜 전사 동일 AI 교육은 효과가 약한가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획자가 써야 할 AI와 개발자가 써야 할 AI와 마케터가 써야 할 AI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같은 1시간 교육으로 세 직군이 동시에 체감 성과를 얻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무신사의 직군별 AI 활용 방식을 보면 이것이 명확하게 보입니다.
- 개발: Claude, Cursor, Junie — 코드 생성·분석·디버깅·테스트 전 과정 AI 적용
- 기획·마케팅: 패션 빅데이터 AI 분석으로 트렌드 도출, AI 이미지·영상 제작 툴로 마케팅 콘텐츠 생산
- 고객서비스: 29CM에 LLM 기반 CS 솔루션 도입 — 반복 문의 자동 처리
- 추천: "추천 판" 전용 섹션 — 스크롤·클릭·찜·장바구니 실시간 행동 데이터 + 퍼스널 컬러·구매 패턴 조합으로 초개인화 추천 구현
- 글로벌: 후기 번역·다국어 지원 AI 적용, 9개 브랜드 약 2,100만 건 글로벌 리뷰 데이터 분석

즉, 직군마다 AI가 어떻게 다르게 적용되는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개발자에게는 Codex를 코드 워크플로우에 직접 통합시키고, CS팀에게는 LLM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붙이고, 추천팀에게는 실시간 행동 데이터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식입니다.
[HOW] 직군별로 AI를 어떻게 다르게 쓰게끔 할 수 있나요?
1) 직군별로 "가장 귀찮은 업무 1가지"를 뽑으세요.
기획팀이라면 주간 트렌드 리포트 초안 작성, 운영팀이라면 반복되는 CS 문의 유형 분류, 마케팅팀이라면 SNS 콘텐츠 초안 생성. 각 팀이 "제일 귀찮았던 것 1개"를 특정하는 것이 전사 동일 교육보다 훨씬 빠르게 체감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2) 도구보다 업무를 먼저 특정하세요.
제가 목격한 디자이너님의 2일→20분의 사례도 같은 원리였어요. Claude Code와 오픈클로라는 도구를 먼저 고른 것이 아니라, '웹 유지보수'라는 구체적인 업무가 먼저 있었고 거기에 적합한 도구를 붙인 겁니다. 도구 선택은 업무 특정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3) 한 팀, 한 직군, 한 업무부터 시작하면 충분합니다.
전체 조직에 동시에 적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 직군의 한 업무에서 체감 성과가 나오면, 그것이 다음 직군에게 설명력을 갖는 사례가 됩니다.
3. AI 리터러시는 가르치는 것보다 뽑는 것이 더 빠르다
무신사는 AI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대신, 채용 기준을 바꿨습니다.
[WHY] 왜 기존 직원 교육보다 채용 기준 변경이 더 효과적인가요?
2026년, 무신사는 'AI 네이티브 신입 개발자' 전형을 신설했습니다. 실무 면접에서 Codex 활용 능력을 직접 평가 항목으로 포함시켰고, 이 전형으로 66명을 선발했습니다.
전준희 CTO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코딩 에이전트 확산으로 개발자의 역할은 단순 구현에서 문제 정의와 설계 중심으로 이동하게 될 것입니다."
대부분의 AX 담당자들이 기존 직원들을 어떻게 교육할지 고민하는 동안, 무신사는 이미 AI 네이티브로 만들어진 사람들을 외부에서 수혈하면서 조직 DNA를 점진적으로 교체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채용 평가 항목까지 바꿨다는 것은 단순한 공고 문구 변경이 아닙니다. 조직이 앞으로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에 대한 공식 선언입니다.
무신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기존 구성원을 위해서는 사내 AI 해커톤 'MUSNSAI(무슨사이)'를 2025년 8월에 개최했습니다. 탑다운으로 AI 사용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AI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경쟁 구조를 설계한 것입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기존 구성원 중에도 AI를 탐구하고 싶은 사람은 분명 있습니다. 탑다운 명령으로는 움직이지 않지만, 공모전이나 해커톤이라는 판을 깔아주면 자발적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저도 이전 회사에서 사내 AI 공모전이 열렸을 때 이걸 직접 목격했어요. 사내 세미나 홀에서 단체 AI 교육을 받을 때와 반응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관심이 없을 것 같았던 직원들까지 스스로 아이디어를 들고 나왔거든요.(정말 관심없을 거 같던 파트장님이 1등으로 공모전 제출해서 정말 놀랐던,,)
강요된 참여와 자발적 참여는 조직에 남는 흔적이 다르다는 것을 이 사례를 통해 한 번 더 깨달았어요.
[HOW] 조직 DNA를 바꾸는 두 가지 트랙을 어떻게 운영할 수 있나요?
1) 채용 기준에 AI 활용 역량을 명시적으로 포함시키세요.
지금 당장 전형 자체를 바꾸기 어렵다면, 면접 질문 하나만 추가해도 됩니다. "업무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이 질문이 들어가는 순간, 지원자들이 면접 준비 과정에서 AI를 실제로 써보기 시작합니다. 평가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 기준에 맞는 선발하고 싶은 지원자를 뽑을 수 있을 거예요.
2) 자발적 경쟁 구조를 설계하세요.
사내 AI 공모전이나 해커톤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의 완성도가 아닙니다. 참여 자체에 보상을 주면 탑다운 강요 없이 내부에서 불씨가 생깁니다. "우리 팀에서 AI로 무언가를 해본 사람"이 생기고 그 이야기가 내부에서 공유되는 것, 그것이 AX의 시작이라고 믿어요.
3) 두 트랙을 병행하세요.
무신사가 선택한 방식이 바로 이것입니다. 신규 채용으로 AI 네이티브를 지속적으로 조직에 공급하면서, 기존 구성원에게는 해커톤으로 자발적 전환을 유도하는 두 트랙을 동시에 운영했습니다. 둘 다 가능한 조직이라면 두 트랙을 병행하지 않을 이유는 없겠죠?
마무리: 무신사도 아직 완벽한 AX는 이루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런 무신사는 AX를 성공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무신사는 AX 선두 기업이고, OpenAI가 직접 세미나 파트너로 선택한 기업입니다. 그런데 무신사조차 아직 어려워 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비개발자 AI 전환입니다.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 비개발 직군에 AI를 이식하는 것은 "아직 검증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발 조직과 달리 비개발 부문은 AI 적용 효과를 정량화하기 어렵고, 업무 성격에 따라 활용 수준 편차가 크다는 평가가 있죠.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무신사는 계속 조직의 AX를 위해 도전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성과를 먼저 증명하고, 직군별로 AI의 활용 방식을 다르게 가져가고, 채용 기준을 바꾸고, 해커톤으로 자발적인 구조를 설계하면서 한꺼번에 전사가 바뀌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순차적으로 조직이 바뀔 수 있는 '최적의 순서'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글을 읽고 내일 당장 해볼 수 있는 것:
Step 1) 팀 안에서 기술 배경이 있는 비개발자, 또는 이미 AI를 써본 사람을 찾아 내부 발표 기회를 만들어주세요. 위에서 시키는 AX보다 옆 자리 동료가 풀어주는 AX 이야기가 더 와닿습니다.
Step 2) 내가 속한 직군에서 "가장 귀찮은 업무 1가지"를 뽑으세요. 모두에게 동일하게가 아니라, 직군별로 AI가 비즈니스 임팩트를 낼 수 있는 그 하나를 특정하는 것이 출발입니다.
Step 3) 사내 AI 공모전이나 소규모 해커톤을 기획해보세요. 규모가 작아도 됩니다. 참여 자체에 보상을 주면, 탑다운 강요 없이 자발적인 동기가 생깁니다.
전사 AI 문화는 '전사에게', '한번에', '동시에' 시켜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모든 기업의 혁신이 그렇듯이 말입니다. 기업이 클수록 더 그렇고요
엔터프라이즈 AI 전환은 의도적인 설계와 전략적인 접근으로 만들어 집니다. 조직의 AX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이 레터가 도움이 되었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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