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바닷가에 가서 밀물과 썰물을 멍하니 바라본 적 있으신가요?
저 멀리 있던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달이 당기는 힘, 즉 '인력' 때문에 해변까지 밀려오는 걸 보면 자연의 힘은 참 대단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득, 과학 선생님으로서(그리고 매일 아침 체중계에 올라가는 다이어터로서) 아주 억울한 의문이 하나 듭니다.
"저 무거운 바닷물도 달 쪽으로 끌려가는데, 왜 내 몸은 1g도 가벼워지지 않는 거지?"
달은 물만 좋아하는 편식쟁이일까요? 아니면 제 뱃살이 바닷물보다 무거워서 꼼짝도 안 하는 걸까요?
오늘은 달의 인력에 숨겨진 '차별 대우'의 진실을 파헤쳐 봅니다.
🌕 달은 사실 '박애주의자' 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달은 억울합니다.
달은 편식을 하지 않아요. 달은 바닷물뿐만 아니라 우리 몸, 빌딩, 남산 타워, 심지어 공기까지 지구에 있는 모든 것을 똑같이 공평하게 잡아당기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오직 바닷물만 출렁거리는 데에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알갱이들의 단합력' 차이입니다.
고체 : 우리 몸이나 땅은 단단한 '고체'입니다.

고체 속 알갱이(분자)들은 서로 손을 꽉 잡고 '스크럼'을 짜고 있습니다.
밖에서 누가 잡아당겨도 쉽게 모양이 변하거나 흩어지지 않죠. 달이 우리를 당기고는 있지만, 우리 뼈와 살이 서로를 더 강하게 붙잡고 있어서 꿈쩍도 하지 않는 겁니다.
액체 : 반면에 바닷물은 '액체'입니다.

액체 알갱이들은 자유로운 영혼이라 서로 꽉 붙잡지 못합니다.
달이 "이리 와~" 하고 당기면 "오케이!" 하고 우르르 쏠려가 버리죠. 그래서 넓은 바다에 흩어져 있던 물들이 달 쪽으로 쏠리면서 불룩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입니다.
🪢 지구 vs 달의 줄다리기 한판
"그럼 우리 몸이 물처럼 흐물흐물해지면 달 쪽으로 날아갈까요?"
아쉽게도(혹은 다행히도)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엔 '중력 줄다리기'라는 더 큰 이유가 숨어 있거든요.
우리를 가운데 두고 한쪽에서는 거대한 지구가 잡아당기고, 반대쪽 저 멀리 우주에서는 덩치가 작은 달이 잡아당기고 있습니다. 승자는 누구일까요?

당연히 지구의 압승입니다.
달이 당기는 힘은 지구가 당기는 힘의 약 30만 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힘은 너무나 미세해서, 우리 몸무게에 개미 한 마리가 올라간 것보다도 영향이 적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달이 머리 위를 지나가도 전혀 가벼워졌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죠.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럼 땅은 딱딱하니까 절대 안 움직이겠네요?" 라고 안심하셨나요?
놀랍게도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단단한 땅도 매일매일 움직이고 있습니다.
단지 우리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이죠.
🌋 충격 실화: 땅도 끌려간다 (지구 조석)
여러분이 지금 앉아 있는 그 의자, 그리고 밟고 있는 바닥이 하루에 두 번씩 엘리베이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것을 과학 용어로 '지구 조석(Earth Tide)'이라고 부릅니다.
30cm의 마법

달이 우리 머리 위를 지나갈 때, 바닷물만 당기는 게 아닙니다.
지각(땅 껍질)도 잡아당깁니다. 그 힘으로 인해 우리가 서 있는 지면은 약 30cm(12인치) 정도 솟아올랐다가 내려갑니다. 딱딱한 땅도 달의 힘에 반응해서 빵 반죽처럼 살짝 부풀어 오르는 것이죠.
우리는 왜 못 느낄까?

"말도 안 돼! 땅이 30cm나 솟구치면 지진이 나야 하는 거 아냐?"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집만 올라가는 게 아니라 옆집, 뒷집, 학교 운동장, 그리고 저 멀리 있는 산까지 다 같이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엘리베이터가 아주 부드럽게 움직이면 타고 있는 사람이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 과학자들의 골칫덩어리
우리는 못 느끼지만, 아주 정밀한 실험을 하는 과학자들에게 이 '지구 조석'은 골칫덩어리입니다.
유럽에 있는 대형 강입자 충돌기(CERN)를 아시나요?

CERN은 입자를 빛의 속도로 충돌시키는 거대한 실험 장치입니다.
이 장치는 워낙 거대해서, 달이 지나갈 때 땅이 부풀어 오르면 장치의 길이가 미세하게 변해버립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달의 위치에 따라 매일 실험 장치를 보정해야만 합니다.
땅이 움직인다는 확실한 증거죠.
달은 편식쟁이가 아닙니다.
아주 공평하게 지구상의 모든 것을 당기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너무 단단하고(고체), 지구가 우리를 너무 사랑해서(중력) 놔주지 않을 뿐입니다.
오늘 밤 보름달을 보며 한번 상상해 보세요.
지금 내 발밑의 땅이 달을 향해 30cm씩 솟아오르고 있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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