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hen (19)

2023.04.17 | 조회 214 |
0

오른쪽 주머니 머랭

머랭이 녹아 주머니가 붙어버리기 전에 도착하자

암시가 너무 많아.

옆방에서 크게 틀어둔 영화의 대사처럼 피부 바깥에서는 매일 같은 말이 뭉개져 들려옵니다. 
나와 촘촘하게 연결된 조직들이, 죽어가는 정신과는 관계 없이 성실하게 신체를 유지하는 것을 감지하며 나는 암시에 대하여 생각합니다.
그것은 알고 있던 것일까요,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모든 것이 예고와 같고 이제는 망가질 여지밖에 남지 않았다면 왜 계속 살아지는 것일까요?

이곳은 뜨겁고 깜깜합니다.
마음이 불안할 때에는 심장 근처로 신경을 집중해 박동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나는 이 소리를 혼자 듣고 싶어합니다.
부서지더라도 지키고 싶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태어났기 때문인지,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인지.

가끔은 햇볕에 몸을 데우는 것이 느껴집니다.
나의 시야가 아주 밝은 선홍빛으로 물들고 혈관들이 신이 나서 부푸는 것을 구경하며 깨닫습니다.
아아 암시가 너무 많구나.

나는 변화하지 않습니다. 
홀로 영원히 단단합니다.
삭지 않아 먼 미래에 발굴될 때까지, 그 발굴된 미래를 넘어서까지 영원할 예정입니다. 

스테판, 혼자서 영원한 것은 싫어요.
나도 온도에 반응하고 찢어지면서 같은 속도로 썩고 싶어요.

당신이, 당신이 아는 내가, 당신을 알던 내가, 그런 나를 알던 모든 이가 다 사라질 때에 나도 함께 없고 싶어요.

- J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오른쪽 주머니 머랭

머랭이 녹아 주머니가 붙어버리기 전에 도착하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070-8027-2840